건국대, 학습권 침해 보상 위해 등록금 감액 결정 첫 사례
2학기 등록금 일부 감면 방식 채택해 형평성 논란 이어질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학기 내내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자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국고사업비 활용 ‘특별장학금’ 방안 실행 여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건국대학교가 처음으로 등록금을 부분 환불하기로 했다. 다만 2학기 등록금에서 일정 비율을 감면해주는 방식을 채용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건국대는 총학생회와 올해 4월부터 8차에 걸친 등록금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이번주 내로 최종 금액을 확정 짓기로 했다.
등록금 환불은 올해 1학기 재학생인 1만5000여명(서울캠퍼스 학부생 기준)을 대상으로 다음 학기 등록금 고지서에서 일정 비율을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대구의 몇몇 대학에서 교비를 투입해 재학생 모두에게 10~20만원의 특별장학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사례가 있긴 했지만, 학습권 침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등록금을 감액하기로 결정한 것은 건국대가 처음이다.
건국대의 이같은 결정은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에 직면한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금으로 환불이 아닌 다음 학기 등록금에서 감면해주는 방식을 채택해 이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학기 수업에 대한 등록금 환불인데 정작 1학기에 수업을 들었지만 2학기에 휴학을 계획하고 있거나, 1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하는 학생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1학기 종강을 앞둔 대학가에서는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대학 시설을 이용하지 못했으니 등록금을 일부라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총학생회협의회 등 대학생 단체들은 학습권 침해에 대한 보상책을 요구하며 전국 곳곳에서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주축이 된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각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한 등록금 반환 소송을 위해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학이 특별장학금 형태로 일정액을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학은 1학기 등록금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근 대학들이 제안한 재정지원사업비 용도 기준을 완화해 특별장학금 형태로 일부 반환해주는 방안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1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은 당초 8031억원에서 7528억원으로 503억원 줄었다.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 사업 예산은 6.3% 삭감된다.
지원받은 금액은 교육·연구 개선비 등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데 각 대학은 정부가 이 용도 제한을 해제해주면 학생들을 위해 특별장학금이나 생활장려금 형태로 활용하겠다는 의견을 보여왔다.
하지만 추경안을 보면 사업비 가운데 연차평가 결과에 따라 각 대학에 인센티브 형태로 제공되던 금액이 25%나 줄어서 대학의 학생 지원책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비용, 원격수업을 위한 설비 비용 등 대학에서도 지출이 많았다"며 "수년간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이라 대학 재정도 넉넉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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