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조금 5억 타낸 '정대협 박물관 사업계획서' 공모전보다 2억 높게 공사비 책정
[단독] 보조금 5억 타낸 '정대협 박물관 사업계획서' 공모전보다 2억 높게 공사비 책정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6.16 17:14
  • 수정 2020.06.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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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제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업계획서 입수
시공업체 계약 금액도 보조금 사업계획서 아닌 공모전 때와 비슷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사진=연합뉴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건립하는데 필요한 국고보조금을 신청하며 밝힌 건물 리모델링 비용이 공모전 때 발표한 금액보다 2억원 정도가 많은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2012년 5월 5일 개관한 이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248㎡(75평) 규모로,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겪은 역사를 기억하려는 목적으로 지어졌다.

이날 <위키리크스한국>이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실을 통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A4 용지 18쪽 분량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사업계획서'(사진)에는 '박물관 건립 지출 예산안' 항목이 나온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여성가족부에 제출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계획 건립 보조금 사업계획서 중 공사비용을 책정한 부분. 빨강 선은 본지 임의 표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여성가족부에 제출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계획 건립 보조금 사업계획서 중 공사비용을 책정한 부분. 빨강 선은 본지 임의 표시.

정대협이 계획서에서 여가부에 밝힌 박물관 건립 비용 총액은 24억 4494만 419원이다. 이중 부지매입비와 중개비가 포함된 '건립 예산비'가 16억원, 설계용역비 4000만원이 들어간 '리모델링 공사비'가 4억 7988만 4419원이다. 여기에 전시 디자인 용역비가 포함된 '전시(공사)비'가 1억 3000만원이다. 나머지 기자재 구입비 1억 5505만 6000원, 홍보비 3000만원, 초기 운영비가 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문제는 실제 리모델링 공사를 설계한 업체에서 밝힌 금액과 사업계획서에서 정대협이 밝힌 금액이 다르다는 점이다. 

사단법인 '새건축협의회'는 2011년 8월 25일 '개방적 공모전 심사에 이어 당선작 선정 후 공개 리뷰' 행사를 가졌다. 리뷰 대상엔 정대협이 건립한 박물관도 포함됐다. 해당 리뷰는 그달 건축전문잡지 <와이드 AR>가 발간한 2011년 7-8월 통권 23호에서 짤막한 글로 소개됐다. 

잡지 발행인인 전진삼씨는 이 글에서 "전시 포함 총공사비 3억 5000만원, 설계감리비 4000만원이 책정된 본 프로젝트의 준공시점은 올(2011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로 맞춰져 있다"고 적었다. 정대협이 여가부에 밝힌 '전시비 포함 리모델링 공사비'보다 2억 2000만원 적은 금액이다. 세부내역에서 비용이 같은 항목은 설계용역(감리비) 4000만원뿐이다. 

전씨가 밝힌 이 금액은 시공업체와 정대협 계약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본지가 서울시로부터 입수한 '건축공사표준계약서'(사진)에 따르면 박물관 리모델링 공사 도급금액은 부가가치세 3410만원을 포함한 3억 7510만원이다. 전씨가 밝힌 '전시 포함 총공사비' 3억 5000만원과 2000만원가량 차이다. 이 계약서는 착공일 7일 전인 2012년 1월 19일에 작성됐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시공업체간 체결한 계약서.
지난 2012년 1월 19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시공업체가 체결한 건축공사표준계약서. 빨강 선은 본지 임의 표시. 

정대협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여가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부족한 박물관 건립비용은 6억 4494만 419원이다. 박물관 총건립비용 약 24억 5000만원에서 정대협이 후원기금으로 2011년 12월 말까지 자체 조성한 18억원을 뺀 금액이다. 정대협은 부족한 돈에서 1억 4494만 419원은 추가 모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보고, 나머지 5억원만 보조금으로 신청한 것이다. 

전씨가 <와이드 AR>에 공개한 금액이 실제 리모델링 공사 비용이라면 정대협이 여가부에 제출한 내역은 사실이 아니게 된다. 정대협이 박물관 건립기금으로 모았다는 18억원을 산출한 시기가 2011년 12월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4개월 만에 리모델링 공사비가 다르게 책정된 셈이다. 여가부는 이 사업계획서가 제출된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애초 계획한 박물관 개관 시점이 5개월가량 미뤄졌다는 점에서 리모델링 공사 기간이 길어져 추가 비용이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정대협 소식지를 보면 리모델링 공사는 박물관 개관 직전까지 이어졌다. 

박물관 공사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26일 정대협 상임대표이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대협 주간소식 2012-16호>에서 "전시와 자료실, 리모델링 공사 마감, 정원공사 등, 여전히 박물관은 아직 우리에게 미소를 머금게 하기에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될 듯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물관 홈페이지 연혁 상 '건물 리모델링 공사 착공식'은 2012년 1월 26일이다. 예정대로라면 2011년 12월 개관을 목적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됐어야 했는데 미뤄진 것이다. 

공기가 길어지면서 공사비용이 추가로 늘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추가 공사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로부터 받은 12쪽 분량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사업 보고서'에는 '사업비지출-보조금 내역서'라는 항목이 있다. 여기에서 '건축 리모델링 공사비'와 '전시 공사비'는 각각 2억 9221만 1400원과 1억 5000만원으로 나온다. 보조금 가운데 4억 5000만원 가량이 공사비로 쓰였다는 얘기다. 보조금이 아닌 정대협 자금 내역인 '자부담 내역서'상 공사비(건물철거비, 측량비, 건축시공비, 추가 전시시공비, 추가 건축시공비) 1억 7310만 4000원을 더하면 총공사비 지출 금액은 6억 1531만 5400원이 된다. 설계용역비를 제외하고 계획보다 1억 7543만 984원이 증가한 셈이다. 전 건축가가 밝힌 금액과는 2억 6500만원 차이 나는 정도다.

정대협이 여가부에 계획서를 밝힌 시점보다 이전에 '전시비 포함 리모델링 공사비'를 건축잡지에 공개한 전씨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새건축사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당선작 선정 리뷰 행사를 '플로어' 자격으로 참석해 당시 진행된 집담회에서 언급된 건축 비용을 듣고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 업계에서 '집담회'로 부르는 일종의 토론회엔 박물관을 설계한 건축사무소 공동대표 A씨와 B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건축가로 부부 관계다.

A씨는 통화에서 "현재 공사비 관련 자료는 시공업체에 있어 확인이 어렵다. 설계용역비가 4000만원이었다는 것만 알려줄 수 있다"고 전했다. 시공업체는 현재 도산 상태로 해당 자료는 확인할 수 없지만 관련 발언은 남아있다. 박물관이 개관한 지 7개월이 지난 시점에 발행된 <와이드AR> 2012년 11-12월 통권 30호를 보면 "아니러니한 것은, 3억 5000만원이라는 극히 적은 예산으로 지어졌"다고 B씨 인터뷰 발언이 남아있다. 2011년 8월이나 2012년 12월 모두 리모델링 공사비는 설계비를 포함 3억 9000만원으로 같은데 그사이 기간에 제출된 정대협 계획서에선 해당 비용이 약 6억 1000만원으로 잡혀있는 것이다. 

본지는 박물관 관장을 지낸 정대협 사무처장 출신 김동희 활동가에게 사업계획서와 건축사무소가 밝힌 내용이 다른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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