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저 많은 클로로퀸을 어쩌나...FDA가 긴급사용허가를 취소하자 백악관 당혹
[월드 투데이] 저 많은 클로로퀸을 어쩌나...FDA가 긴급사용허가를 취소하자 백악관 당혹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0.06.18 07:03
  • 수정 2020.06.18 0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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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가 말라리아 약품들을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허가를 취소하기 전에 트럼프 행정부는 성급히 수천만 회 분의 해당 약품들을 이미 수입해놓은 상태였다

지난 월요일 FDA가 두 가지 말라리아 약품을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는 긴급사용허가를 전격적으로 철회하자, 이를 두고 백악관이 멘붕에 빠졌다고 1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와 함께 FDA의 긴급사용허가가 내려졌던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며, 이러한 결정에는 백악관을 위시한 정치적 배경이 깔려있었음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FDA는 이번 주에 갑자기, 두 가지 말라리아 치료제를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는 긴급사용허가(EUS)를 철회해버렸다. 이 긴급사용허가는 애초에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었다. 트럼프는 이 두 가지 말라리아 치료제가 ‘게임 체인져’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었다. 이로써 6,600만회분의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갈 곳을 잃게 되었으며, 해당 관리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백악관은 월요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FDA의 긴급사용허가(EUA) 철회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의 대통령 최고 측근들은 지난 3월 이 약품들을 국가 비축 약품 목록에 포함시키기 위해 모진 애를 썼다. 이러한 노력은 다국적 제약회사 바이엘의 파키스탄 공장으로부터 3백만 정을 기부받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FDA는 파키스탄에서 날아온 약품의 안전성을 입증해주지는 않았었다.

“이러한 처사는 정부 내 또 다른 정부를 형성하고 있는 관료주의의 맹점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입니다. 그들은 미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들이 일을 하고 있는 행정부를 증오하는 데 더 열심인 사람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을 맡고 있는 피터 나바로는 월요일 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1,900만 회분을 분배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던 미국의 의학 전문가들은, FDA가 이 의약품들이 잠재적인 효능보다 위험성이 더 높다고 결론을 내린 뒤, 긴급사용을 철회하자 화요일 FDA의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FDA의 한 대변인은, 백악관과 보건복지부 장관 알렉스 아자르에게 자신들의 결정을 사전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바로 정책국장의 분노는 대통령의 바람대로 이 두 가지 약품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급하게 서두른 행정부 관리들의 헛수고를 함축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정치와 과학이 어떤 식으로 충돌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되고 있다.

말라리아 약품의 코로나바이러스 치료 논쟁에는 나바로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더 있다.

우선 2주 동안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 후, 월요일 ‘분명히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이 있으며, 그 외에도 정부 내 최고위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와 바이엘의 클로로퀸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다가 연방 조사기관의 책임자 자리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하는 릭 브라이트, 그리고 <폭스 뉴스>의 유명인사들이 있다.

“FDA가 애초부터 매우 박약한 근거를 가지고 긴급사용허가(EUA)를 내렸습니다.”

‘공익과학센터’의 총재 피터 루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나바로와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폭스 뉴스) 방송 진행자들이나 뉴욕의 일부 의사들이 FDA에 압박을 가한 점은 분명합니다. FDA 사람들은 상황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에 오명을 뒤집어썼지만 그래도 늦게나마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국가 비축 의약품에서 실제로 분배된 클로로퀸은 한 회분도 없다. 의사들은 가장 최근에 제조되고 부작용이 적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로 이 약품이 사용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미국 정부는, 월요일 기준으로, 3,100만정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주 정부와 지방 보건 담당 부서, 그리고 병원과 연구기관에 내려 보냈다.

이와 관련해서 카롤 댄코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현재 6,300만정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관리들은 사용 가능한 옵션들을 결정하기 위해 약품들을 기부한 제약사와 협력 중이다.

릭 브라이트 박사는 월요일 밤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이 약품들은 미국 내로 반입되어서는 안 되었으며, 폐기되어야합니다. 보건복지부가 긴급사용허가를 철회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한편, 브라이트 박사의 내부고발 성격의 이메일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순경,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따른 전국 비상령을 선포하고 며칠 지나서, FDA가 긴급사용허가를 내리도록 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 이메일이나 내부자들과의 인터뷰는 이전에는 공개된 적이 없었다.

당시 뉴욕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이 침상에 실린 채 병원 복도에서 대기 중이었고, 주지사들은 연방정부에 마스크와 의료물품들을 보내달라고 애걸하는 중이었으며, 의사들은 치료 방법을 몰라 허둥대고 있었다.

이때 프랑스의 의사 디디에르 라울트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좋다고 권장하는 동영상이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었으며, 암호화폐 투자자 제임스 토다로와 뉴욕의 변호사 그레고리 리가노도 트위터에 긍정정인 메시지를 올렸었다.(이 메시지는 현재는 트위터에서 내려진 상태이다.) 그러자 폭스 뉴스의 진행자인 로라 잉그레이엄이 리가노 변호사를 자기의 쇼에 초청하기도 했었다.

또, 뉴욕에서는 스스로를 가리켜 ‘평범한 시골 의사’라고 부르던 블라디미르 젤렌코라는 의사가 코로나 환자들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포함된 세 가지 약품을 섞어 처방한 결과 모두 회복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연방 검찰은 젤렌코 박사의 주장을 놓고 조사에 돌입했다.

잉그레이엄과 숀 해니티, 터커 칼슨 등의 <폭스 뉴스> 유명 진행자들을 포함하는 공화당 우파 인사들의 주장에 트럼프 대통령도 편승했다. 바이엘은 3월 17일까지 백악관 측에 3백 만회분의 클로로퀸을 제공했다. 클로로퀸은 1930년대 발견되었으며, 키니네 나무의 껍질에서 추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코로나19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클로로퀸과 유사 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을 복용하면서 ‘게임 체인저’라고 치켜세웠었다. [그래픽제공=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코로나19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클로로퀸과 유사 약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을 복용하면서 ‘게임 체인저’라고 치켜세웠었다. [그래픽제공=연합뉴스]

일부 버전의 클로로퀸은 현재 미국에서 사용이 승인되어있다. 하지만 바이엘의 제품은 그렇지 못하다. ‘생물의학 첨단연구 개발국(BARDA)’이라고 불리는, 브라이트 박사가 이전에 근무했던 기관의 최고위층 관리들은 바이엘의 기부 행위에 대해 열광하지 않는다. 그들은 실험실에서의 연구 결과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험실 데이터만 근거해도 기뻐해야할 일이 없습니다.”

이 기관의 관리인 로버트 존슨은 보건 대응 부서의 차관보인 로버트 카들렉 박사의 가장 가까운 측근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클로로퀸은 실험실 실험 결과 다른 균들에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임상적 유용성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카들렉 박사와 측근들은 완강했다고 이 이메일은 밝히고 있다. 그들은 BARDA의 지원 하에 시행 되는 임상실험에 사용될 수 있도록 클로로퀸이 널리 공급되기를 바랐다. 이러한 계획에는 보건복지부가 이 실험을 감독할 ‘기관 평가 위원회’라는 이름의 윤리 위원들을 파견하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이와 동시에, 백악관의 희망에 따라, IT 대기업인 오라클이 의료진들이 이 약품들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는 수단이 될 플랫폼을 개발하게 되었다.

3월 23일, FDA의 최고 변호사 스테이시 아민이 긴급 이메일을 발송했다.

“클로로퀸이 임상실험용 신약을 획득할 수 있도록 BARDA와 한걸음 더 협력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임상실험을 수반하는 문서들을 언급하며 ‘연구 중인 신약’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오늘밤 이 문제를 발표할 것이며, 저는 백악관이 데이터가 오라클 플랫폼 쪽으로 흘러들어가서 내일까지는 설립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백악관을 언급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때에는 이미 다른 기업들이, 미국에서 승인을 받고 말라리아뿐만 아니라 루푸스 환자들이나 류마티스 관절염, 그리고 다른 자가면역 질환에 일부 사용되고 있는, 수천만 정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기부한 상태였다.

그러나 앤서니 파우치 박사뿐만 아니라 FDA의 최고위층 인사들은 임상실험이라는 아이디어에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권을 가진 세 명의 인사들에 따르면 그들은 특히 오라클 플랫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브라이트 박사도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만일 이 의약품들이 국가 비축 의약품 목록에 포함된다면 배포는 엄격한 통제 하에 이루어져야한다고 믿었다.

FDA 산하의 ‘약품 평가 연구 센터’를 이끌고 있는 자넷 우드콕 박사는 최종적으로 긴급사용허가를 내리기로 결정했지만, 그 사용은 임상실험에 참여할 수 없는 입원 중인 환자들에 국한되어야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와 관련하여 카들렉 박사는 백악관 측으로부터의 압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루어졌던 모든 일은 신약의 임상실험을 명할 수 있는 대통령의 분명한 권한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하는 각료들의 임무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과학을 무시했다는 최근의 설들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는 분명히 과학적 원칙에 따랐다는 사실입니다.”

긴급사용허가는 3월 28일 내려졌다. FDA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나 클로로퀸으로 치료를 받은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심각한 심장 박동 문제가 보고되었다’며 이 약품들에 대한 경고를 내린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때였다.

지난 월요일 사용허가를 철회하면서 FDA는 ‘과학적인 증거들을 지속적으로 조사한 결과’ 관리들은 이 두 약품들이 긴급사용허가에서 언급된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나아가, FDA는 이와 같은 사실뿐만 아니라 심장 질환에 대한 염려도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FDA에 대한 감독권을 지니고 있는 미 하원 ‘에너지 통상 위원회’ 소속의 오리건 주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인 그레그 월든은 FDA의 결정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저는 한 박사가 과학에 근거한 결정을 내렸다고 봅니다.”

월든 의원은, FDA의 이사인 스티븐 한 박사를 지칭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 박사는 다음 주 이 위원회에 나와서 증언을 하기로 되어있다.

“긴급사용허가는 한 박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특별히 더 나은 자료가 없다면 그 도구의 기능을 끄는 것도 좋은 대처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용허가 철회에도 불구하고, 열의는 덜 하겠지만, 의사들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처방할 수 있으며, 약국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또, 미국에서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놓고 국립보건원에서 행해지는 두 건의 대형 연구를 포함해서 50건이 넘는 임상실험들이 진행 중이다.

피터 나바로 정책국장은, 이러한 연구들 중 하나라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면 FDA는 ‘손에 피를 묻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익과학센터’의 총재 피터 루리 박사는 정 반대되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는 FDA의 이번 결정을 ‘건전한 과학’이 ‘저열한 정치적 본능’을 누르고 승리한 사건으로 보았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예방적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임상실험에 참가할 550명의 의료 종사자들을 모집하기도 했던, 듀크 대학 의과대학의 임상연구센터를 맡고 있는, 아드리안 에르난데스 박사도 피터 루리 박사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 약품들을 놓고 벌어진 논란 때문에 에르난데스 박사와 다른 연구진들은 임상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효과가 확실히 입증될 때까지는 이러한 약품들은 임상실험에서만 사용해야합니다.”

아드리안 에르난데스 박사는 ‘정책적인 전망에서 본다면 긴급사용허가는 완전히 실패였다’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https://www.nytimes.com/2020/06/16/us/politics/trump-hydroxychloroquine-coronavirus.html?action=click&module=Top%20Stories&pgtype=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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