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략적 공세’ 한 번에 흔들리는 한미
북한 ‘전략적 공세’ 한 번에 흔들리는 한미
  • 황양택 기자
  • 승인 2020.06.19 14:28
  • 수정 2020.06.19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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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인자' 면모 드러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압박 메시지 표출
정부, 이례적으로 북한 담화문 강력 비판했지만 통일부 장관 '사퇴'
남북관계 긴장 국면 속 흔들리는 한미...트럼프·볼턴 '네탓' 공방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강경한 전략적 도발 한 번에 한미가 흔들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관계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가운데 북미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제2인자’ 면모를 보인 것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되면서부터다. 김 위원장의 외부활동 모습이 뜸해지면서 건강 문제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나오자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앞서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불만을 강력하게 표출했다. 그는 담화를 통해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대적행동 행사권을 군에 넘겨주려 한다” 등 대남·대미 압박 메시지를 연이어 쏟아냈다. 이후에는 경고한 대로 우리 정부에 대한 사전통보 없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 청와대, 김여정 담화문 비판했지만...통일부 장관은 사퇴

정부는 북한의 공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문을 내놓고 유감을 표명했지만, 남북미 대화국면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사실상 한 수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통일부 장관 사퇴까지는 너무 흔들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청와대는 지난 브리핑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문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최근 북측의 언행은 북에도 도움 안 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사리 분별 못하는 언행은 우리로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은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북한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부분에 대해 적극 조치를 취하면서 원만한 대응을 보이기도 했다.

법무부는 대북전단과 관련해서 수사기관의 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법률로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대북전단 살포 봉쇄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법률에 따라 엄정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통일부 역시 전단 등 살포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차단하고 재발 방지를 견인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북한의 공세가 통일부 장관의 사퇴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이를 수리했다.

이와 관련,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한 마디에 ‘삐라법’을 만든다고 한다”면서 “우리가 빨리 해야 했는데 안 지켜서 지금 사달이 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김여정 제1부부장이 한 번 흔드니까 다 인사조치 됐다”면서 “이런 것은 (북한에) 나쁜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긴장감 고조되는데...트럼프·볼턴은 ‘잘잘못’ 따지며 공방전

김여정 제1부부장의 전략적 행보로 남북관계 긴장 국면이 조성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자관은 서로 북미관계 잘잘못을 따지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볼턴 전 보좌관이 북미관계를 후퇴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신이 나간(wacko)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면서, 잘 지내던 김정은이 분통을 터뜨리게 됐다”고 말했다. 리비아모델은 ‘비핵화 이후 보상’으로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 대북제재 병행’과는 다른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정은은 볼턴을 가까이 두고 싶어하지 않았다. 볼턴의 멍청한 주장은 북한과의 관계를 후퇴시켰고 지금도 그렇다”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답이 없이 그저 사과했다. 그게 초기였고 그때 해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반면 볼턴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낚였다’고 주장했다. 북미 비핵화 외교 역시 ‘한국의 창조물’이며 미국의 국가적인 전략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CNN방송 등 외신은 볼턴 전 보좌관이 곧 출간할 예정인 회고록의 발췌본을 인용, 그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필사적으로 진행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낚였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국가적 차원보다는 개인적 차원에 우선을 뒀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대북문제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행보와 관련해 과잉 대응하지 말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한이 강력한 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은 북한 내부의 갈등과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에서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공짜 물건’을 얻으려고 한다”며 “김여정을 강인하고 장악력 있는 지도자로 만들려는 정치적 연출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불안감을 조성해 더 심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키리크스한국=황양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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