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길원옥 할머니 명예훼손 말라" 정의연 입장문, 사실관계 일부 '오류'
[단독] "길원옥 할머니 명예훼손 말라" 정의연 입장문, 사실관계 일부 '오류'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6.23 17:58
  • 수정 2020.06.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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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입장문서 '길원옥여성평화상' 제정 경위 밝혀
입장문은 ①5000만원 기부 ②기금 조성 ③상금 수상
과거 발표는 ①100만원 기부 ②기금 조성 ③상금 수상
5000만원 기부 시점은 2017년 11월...수상은 앞선 7월
지난 18일 밤 정의기억연대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입장문.
지난 18일 밤 정의기억연대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입장문.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는 가족 주장에 정의기억연대가 밝힌 '길원옥여성평화기금' 조성 경위가 일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8일 밤 정의연은 입장문을 내고 길 할머니 수양아들 황선희 목사 가족의 목소리를 전한 언론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해당 보도에선 정의연 운영 쉼터 소장으로 일한 고(故) 손영미씨가 사망 직전 황 목사 가족으로부터 '어머니 계좌 이체 내역을 소명하라'고 요구받았다는 사실관계를 다뤘다. 

정의연은 입장문에서 이들 보도를 "길원옥 할머니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사실관계를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정의연에 공개한 사실관계는 다섯 가지다. 

우선 "길원옥 할머니 양아들의 법적 양자 취득 시기는 아주 최근의 일"(사실1)이며 "양아들은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길원옥 할머니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었다"(사실2)고 했다. 지난달 27일 입적 절차를 밟기 전까지 '법적 모자(母子)' 관계가 아닌 황 목사가 정기적으로 돈을 받아 갔다는 것이다. 

정의연은 이어 "마포 쉼터에는 네 명의 요양보호사가 돌아가며 길원옥 할머니를 돌봤다"(사실3)고 했다. 정의연으로 돈이 빠져나간 게 아니라 오히려 길 할머니를 지원했다는 취지다. 또 "길원옥 할머니는 인권운동가의 삶을 실천해 왔다"(사실4)며 "길원옥여성평화상의 경우 전적으로 길원옥 할머니의 기부로부터 시작되었다"(사실5)고 강조했다. 정의연 기부는 길 할머니 자의란 뜻이다. 

문제는 정의연이 다섯 번째로 언급한 사실관계에서 오류가 있다는 점이다. 

정의연은 '길원옥여성평화기금'을 정리한 문단에서 "할머니는 2017년 시민들의 성금으로 모인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을 받았다. 이중 50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고 1000만원은 양아들에게 지급했다고 한다"며 "정의연은 할머니의 숭고한 뜻을 받아 '길원옥여성평화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으로 운영되는 '길원옥여성평화상'을 만들어 여성인권평화에 기여한 분들을 매년 선정해 상금을 수여 해왔다"고 적었다. 

정의연이 정리한 사실관계는 2017년 시민 성금으로 길 할머니가 받은 1억원 중 5000만원이 '길원옥여성평화기금'으로 기부됐고, 이 기금으로 '길원옥여성평화상' 상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길 할머니가 50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한 시점은 2017년 11월이고, 제1회 '길원옥여성평화상'이 수여된 건 2017년 7월이다. 정의연 전신 '정의기억재단'은 2017년 8월 15일부터 11월 22일까지 100일 동안 '100만 시민 모금 운동'을 진행했고 이때 모인 돈으로 그해 11월 25일 길 할머니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 사흘 뒤 재단은 길 할머니와 故 김복동 할머니가 각각 5000만원, 故송신도 할머니가 1억원을 기부했다고 언론에 소개했다.

정의연이 제정한 '길원옥여성평화상' 첫 수상 시점은 길 할머니가 5000만원을 기부한 시점보다 앞선다. 재단은 2017년 7월 25일 '길원옥여성평화상' 초대 수상자로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8일 정의연 해명대로라면 2017년 11월에 기부한 돈으로 2017년 7월 상금을 줬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18일 입장문에 오류가 있다는 건 지난 5월 7일 "후원금이 피해자에게 쓰이지 않고 있다"는 이용수 할머니 1차 기자회견 이전부터 정의연이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기립사업 설명과도 다르다. 

정의기억연대 홈페이지 '활동소개-기립사업'에 소개돼 있는 길원옥여성평화상 조성 배경. [사진=정의연 홈페이지 갈무리]
정의기억연대 홈페이지 '활동소개-기립사업'에 소개돼 있는 길원옥여성평화상 조성 배경. [사진=정의연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2017년 5월 16일 제1회 '이화기독여성평화상' 수상식 일정을 소개하는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 제작 포스터.
지난 2017년 5월 16일 제1회 '이화기독여성평화상' 수상식 일정을 소개하는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 제작 포스터.

정의연 홈페이지 '활동소개'란 쪽에는 '기림사업' 항목이 있다. 여기에서 세 번째로 등장하는 게 '길원옥여성평화상'이다. 상 제정 배경은 "길원옥 할머니가 제1회 이화기독여성평화상 초대 수상자로 받은 상금 100만원을 기부한 것을 씨앗기금으로 하여 2017년 5월 17일에 제정되었다"고 나온다. 실제 재단은 2017년 5월 10일, 길 할머니가 제1회 '이화기독여성평화상'을 수상할 계획이라고 언론에 미리 밝힌 바 있다. 다음날 길 할머니는 양아들 황 목사가 참석한 가운데 이화여대 대학교회에서 상을 받았다. 

정의연이 지난 2017년 5·7·11월 각각 한 차례 언론에 배포한 내용에 홈페이지 공식 설명을 더하면 결국 2017년 5월 길 할머니가 받은 '이화기독여성평화상' 상금을 재원으로 그달 '길원옥여성평화기금'이 조성됐고, 두 달이 지난 같은 해 7월 제1회 '길원옥여성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맞는 사실이 된다. 

정의연 이번 입장문과 달리 길 할머니가 기부한 5000만원은 '길원옥여성평화기금'에 나중 보태진 돈일 가능성이 높다. 정의연이 황 목사 가족이 제기한 의혹에 반박하는 것에 집중하다 중요사업의 기초 사실관계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대목이다. 본지는 이 가능성을 확인하려 했지만 정의연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정의연에 제기된 다른 의혹을 취재하는 기자 질문에 문자를 통해 적극 해명하던 이나영 이사장은 18일 입장문에 담긴 '길원옥여성평화기금'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엔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본지가 이 이사장에게 관련 내용을 취재한 시점은 지난 19일로, 나흘이 흐른 23일 현재까지 정의연 입장문은 변경되거나 정정되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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