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故김복동 할머니 49재 주관 조계종 "비용은 받지 않아"
[단독] 故김복동 할머니 49재 주관 조계종 "비용은 받지 않아"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6.24 18:40
  • 수정 2020.06.2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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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금 일부 '49재'에 썼다는 정의연 설명과 달라
49재 주관 조계종사노위 "49재 비용은 떡과 과일"
사회적 약자·노동자 49재 열어준 사노위 "無비용"
조의금 2억 7000만원 中 6000만원 '깜깜이 집행'
지난해 3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극락전에서 열린 '여성인권운동가 고(故) 김복동 님 49재'에서 윤미향 당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17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극락전에서 열린 '여성인권운동가 고(故) 김복동 님 49재'에서 윤미향 당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미향(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개인계좌로 받은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 일부를 정의기억연대는 49재 비용으로 썼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24일 드러났다. 지난해 1월 사망한 김 할머니는 신실한 불자(佛子)였고 당시 정의연 이사장이던 윤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장례위원회는 불교 장례 의식인 49재를 지냈다. 49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관했다. 

정의연은 지난달 16일 '설명자료'를 내고 윤 의원 명의 개인계좌 등으로 모집된 조의금 내역을 공개했다. 조의금 수입 총액은 2억 2726만원을 조금 넘고, '노제를 포함한 장례비 일체'로 약 9703만원을, '49재와 김복동 유지(遺旨) 계승활동비'로 1억 650만원을 썼다고 했다. 

정의연은 김 할머니 49재 비용은 얼마인지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김복동 유지 계승활동비는 장례위원회와 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11개 시민사회단체 후원금으로 2200만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자녀를 위한 김복동 장학금으로 5000만원 등이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세한 내용은 김복동 시민장 기록집 '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를 참조하라고 했다. 시민장 기록집에 따르면 '김복동 장학금' 5000만원 중 3000만원은 기금 '김복동의 희망'에서 지원됐다. 결국 조의금에서 마련된 시민사회단체 후원금과 활동가 자녀 장학금은 4400만원이 된다. 

정의연은 49재 비용과 유지 계승활동비 비용을 더해 1억 65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유지 계승활동비 명목으로 정의연이 공개한 내역은 4400만원뿐이다. 산술적으로 나머지 6250만원을 49재 비용과 '추가 유지 계승활동비'로 썼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장례위가 집행한 49재 비용은 얼마나 될까. 돈을 지불했다는 정의연 설명과는 달리 49재를 주관한 조계종 사노위는 돈을 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사노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49재 비용은) 들지 않는다. 장소는 우리 절(조계사 극락전)이고, 비용은 우리 과일 좀 사고 그것밖에 없다. 비용이라는 게 떡과 과일이라, 비용이란 축에도 안 든다"고 말했다. 

사노위는 종종 노동자를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49재를 진행했는데 그때마다 비용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49재는 일반 절에서 아무리 많이 받아도 큰 절은 1000만원, 작은 절은 500만원 대부분 그렇게 받는다"면서도 "그동안 (사노위 주관으로) 49재를 대여섯 번 지낸 것 같은데 누가 돌아가셔도 비용은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노위는 '장례식을 찾은 스님들에게 밥값을 줘야 한다'는 김 할머니 생전 말을 따르는 차원에서 200만~3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이 돈은 전부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갔다고도 했다. 당시 사노위원장인 혜찬 스님을 포함 조계종 스님들은 김 할머니가 임종하기 직전 입원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입관식이 진행된 이 병원 장례식장 영안실, 49재가 열린 종로구 조계사 극락전과 대웅전을 모두 지켰다.

이 관계자는 49재가 끝난 직후 당시 장례위원장인 윤 의원이 '스님들이 오면 반드시 밥값을 줘야 한다. 오신 스님들한테는 수고하시니까 수고비를 드려야 한다'는 김 할머니가 남긴 말을 전하면서 "할머니가 살아생전 계속해서 신신당부를 했다"며 돈 봉투를 주길래 "절대 안 받는다. 조계종은 받을 수 없다"고 답한 일화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사노위가 받기보다는 사회적 약자들한테 다시 주겠다"고 윤 의원에게 말하는 것으로 당시 상황을 정리했다고 얘기했다. 다음날 이 돈은 모두 사회적 약자에게 전달됐다고 이 관계자는 기억했다.

정의연이 이번에 공개한 '49재 비용'이 김 할머니 뜻에 따라 사노위 측에 전해진 최대 금액인 300만원이라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김 할머니 유지 계승비로 5950만원을 더 집행했다는 결론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 금액이 전부 김 할머니 유지를 따르는 데에 쓰였다 해도 조의금은 2372만원 가량이 남아야 숫자가 맞는다. 지난달 14일 <한겨레신문>이 윤 의원으로부터 조의금 내역을 제공받았다며 모금한 액수보다 3만 4220원을 더 지출했다고 보도한 것과 다르다. 이 기사가 이틀 뒤 정의연에서 공개한 조의금 내역에서 더 나아가 공개한 건 '지출 총액' 단 하나다. 

현재로서는 유지 계승활동비가 어떻게 쓰였는지는 정의연 말고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정의연은 시민사회단체 후원금과 활동가 자녀에게 지급한 장학금을 뺀 나머지 유지 계승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민장 기록집에 공개된 김 할머니 유지는 '재일조선학교 지원 문제를 못다 하고 가서 미안하다. 대신해 달라'는 것이다. 김 할머니는 2018년 11월 22일 재인조선학교에 전재산 5000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본지는 정의연 홈페이지 공개자료와 사노위 관계자 발언을 비교,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에게 해명을 부탁했지만 "인터뷰는 사절"이라는 답변이 문자로 돌아왔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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