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둘러싸인 삼성, 절박함 속 檢 수사심의위 결과 '촉각'
사법리스크 둘러싸인 삼성, 절박함 속 檢 수사심의위 결과 '촉각'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06.24 20:27
  • 수정 2020.06.24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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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법리스크 대응에 총력…투자 '골든타임' 놓친다 우려도
"두 개 재판 동시 진행되는 최악 상황은 막아야"
"검찰의 노골적인 삼성 때리기, 도 넘었다"
지난 23일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차세대 제품 개발, 온라인 사업 강화 및 중장기 전략 등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은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 23일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차세대 제품 개발, 온라인 사업 강화 및 중장기 전략 등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은 이재용 부회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시계가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사법 리스크로 인해 멈춰질 위기에 놓였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내부는 오는 2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긴장감 속에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다만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한 사업 경쟁력 강화보다도 사법 리스크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내부 인사의 설명이다. 기업이 가용 가능한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경영 위기 극복에 투입해도 모자랄 시기에 상당 부분이 사법 리스크 대응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햇수로 5년째 이어지는 사법 리스크 와중에 총수 부재까지 경험한 바 있는 삼성 임직원들에게 당장 눈앞에 놓인 위기 대응의 시작은 총수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바탕으로 한 회사의 안정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업 환경 속 신기술 개발, 새로운 투자 방안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만 고민하면 되는 경쟁사와 달리 삼성은 이같은 기본적인 노력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재계에서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격차는 없지만 10년 후를 내다봐야 하는 IT·전자업계 특성상 현재 삼성을 둘러싼 환경에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부회장이 연일 쉴 틈 없는 현장 행보에서 비상체제하의 위기 대응을 주문하면서 “때를 놓치면 안된다”, “시간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휴대폰 시장을 이끌었던 모토로라, 노키아, 블랙베리 등도 한순간에 몰락했다. 투자 타이밍, 사업 구조 전환 등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탓이다. 이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그 기회를 활용해 글로벌 휴대폰 1위 기업으로 거듭난 삼성 총수의 “자칫하면 도태된다”는 우려가 단순한 기우는 아닌 셈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를 찾은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 19일 삼성전자 반도체 미래전략과 사업장 환경안전 로드맵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를 찾은 이재용 부회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우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는 장장 1년 8개월 동안 계속된 수사의 끝을 향해가고 있다. 다만 검찰의 기소 강행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 실제 재판으로 이어지면  최소 2~3년에서 길게는 4~5년 혹은 그 이상까지 걸릴 수 있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 이 부회장은 물론 주요 임직원들이 완전히 다른 재판을 또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도 지난 2016년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지난 2월 특검이 재판부를 상대로 기피 신청을 하며 재판은 4개월째 답보 상태다.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기각했지만 특검이 재항고하면서 대법원이 전날 관련 심리를 시작했다. 이는 평균적으로 약 4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빨라야 9월께 파기환송심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검 측은 최근 최순실(개명 전 최서원) 씨 재상고심에서 징역 18년 형이 확정된 직후 “확정 판결 취지에 따라 현재 파기환송심 계속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뇌물공여자에 대한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을 겨냥한 검찰과 특검의 표적수사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이윤 창출을 위한 경영 활동에 매진해도 모자랄 시기에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검찰과 사법부 결정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며 “검찰이 노골적으로 이 부회장과 삼성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데, 오랜 수사 기간에도 구속 영장조차 기각된 상황에서 자존심 챙기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두 개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수사심의위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심의위는 변호사·기자·회계사 등 전문가 150~250명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 명단 중 출석이 가능한 15명을 무작위 추첨해 꾸려지며, 이들이 최종적으로 기소, 불기소 여부를 의결해 검찰에 권고한다. 

이들 결정에 강제성은 없지만 지난 2018년 해당 제도가 도입된 이래 검찰이 수사심의위 판단을 거스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한 사례는 없다. 아울러 검찰이 자체 개혁을 위해 마련한 제도인 만큼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고집할 경우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만든 자체 개혁안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1년 8개월이나 수사를 끌어온 검찰이 모든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소를 강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기소 의지가 이렇듯 뚜렷한 상황에서 삼성이 수사심의위 결과에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 재계에서는 “그만큼 삼성이 절박한 것 아니겠느냐”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총수 자리에 오른지는 만 3년(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로 지정한 2018년 5월 기준)이 됐지만, 최근 들어서야 뉴삼성 비전을 공표하고 과거사를 비롯한 여러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 이제야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새롭게 성장하는 삼성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경영에 집중하기는커녕 본인은 물론 임직원들까지 사법 리스크에 매여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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