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하늘길 막힌 탓에... 대한항공-현대카드 PLCC '첩첩산중'
코로나19로 하늘길 막힌 탓에... 대한항공-현대카드 PLCC '첩첩산중'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06.29 16:46
  • 수정 2020.06.29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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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의 야심작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 막히면서 부진 면치 못해
신규카드 설계 부담 늘어나는데... PLCC 실패하면 적잖은 타격
마일리지 더블 적립·항공권 제공 이벤트로 고객 유치에 안간힘
[사진=현대카드]
지난 4월 27일 현대카드가 발행을 맡고 대한항공이 마케팅과 유통을 맡은 PLCC '대한항공카드'가 출시됐다. [사진=현대카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대한항공이 만성적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카드와 야심차게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출시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세계 각국에서 봉쇄 조치가 강화되면서 여전히 부진을 벗지 못하는 모습이다. 마일리지 더블 적립 등 프로모션 행사에 힘입어 위기를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4월 현대카드와 자사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대한항공카드'를 출시했다. 주요 혜택은 연마일리지 적립과 인천공항 라운지 무료입장, 항공권 및 기내면세점 할인 등이다. 카드 종류는 030, 070, 150, 더 퍼스트(the First) 등 4가지이며, 연회비는 030이 3만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더 퍼스트가 50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해당 카드는 현대카드가 발행하고 대한항공이 마케팅과 유통을 맡는 국내 최초 항공사 PLCC다. PLCC는 유통업체가 카드 제조사에 발행을 위탁하는 일종의 PB(private label) 상품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불황을 겪고 있는 카드 업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카드사가 PLCC를 발행하면 기업이 마케팅이나 회원 유치를 담당하게 되는데, 기업이 자사 고객에 맞는 신용카드를 직접 설계할 수 있어 다양한 기업들이 제휴에 뛰어들고 있다. 이마트, GS칼텍스, 코스트코, 이베이코리아, 네이버, 인터파크, 토스 등의 기업은 카드사와 PLCC 발행을 통해 신용카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바 있다.

특히 현대카드는 대한항공카드 외에도 ▷이마트e카드 ▷스마일카드(이베이코리아) ▷코스트코 리워드 현대카드 ▷SSG 카드 ▷GS칼텍스 카드 등 상품을 출시해 PLCC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신용카드 업계 4위인 현대카드는 지난해 5월 삼성카드로부터 코스트코 제휴를 뺏어오는 등 PLCC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는 중이다. 지난 15일에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송호섭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대표가 직접 만나 올해 하반기에 ‘스타벅스 신용카드’ 출시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는 국내 최초의 커피 브랜드 전용 신용카드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정 부회장은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과 만나 파트너십 계약을 맺으면서 대한항공카드 출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내 항공사 중 최초로 자체 신용카드를 선보이게 된 대한항공은 당초 올해 3월에 카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일 무역갈등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적 변수가 있긴 했지만 업계에서 해외 여행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결과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게 이어지면서 지난 4월 말에야 겨우 출시를 하게 됐다. 현재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공포로 국가 간 봉쇄 조치가 강화돼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여름휴가 또한 상당수가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리면서 해외 혜택이 많은 대한항공카드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카드가 애물단지로 전락한다는 것은 현대카드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1월부터 '카드상품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신규카드 설계를 위해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것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판매비용보다 수익이 크도록 신규카드를 설계해야 한다. 고객 유치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는 카드사의 출혈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지만, 정밀한 수익성 분석이 필요해 신규 카드 설계에 대한 부담이 되려 커졌다. 여기에 카드 상품이 적자를 낼 경우 그 원인과 대응방안 등을 분석해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 소비자 혜택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업계 내에서는 이에 따라 고객들을 유치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항공카드의 마케팅과 유통을 대한항공 측이 맡으면서 현대카드의 부담은 그리 크지 않지만, 오너 일가인 정 부회장이 직접 신경을 쓴 상품인 만큼 중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카드사 중 PLCC를 가장 적극적으로 발행하는 만큼 강자로서 자존심이 걸려 있다는 평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최근 긴급재난지원금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자제령을 내리는 등 조치로 인해 카드사들의 마케팅 전략이 많이 위축됐다”라며 “PLCC는 유통 기업이 마케팅을 진행하는 만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데, 현대카드가 시장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한 만큼 실패 사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항공과 현대카드는 마일리지 더블 적립 등 행사를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먼저 대한항공카드를 보유한 모든 고객은 다음달 31일까지 마일리지를 기존의 2배로 적립해준다. 또 대한항공카드 보유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왕복 항공권과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프로모션도 병행한다. 이밖에 이달 27일 이전 카드 사용 실적이 없는 고객에게는 오는 9월 30일까지 전체 누적 이용금액 100만원 달성 시 카드별로 3000~1만5000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특별 보너스 적립 이벤트도 진행한다.

한편, 현대카드는 직장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다음달 말까지 재택근무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현대카드 전산실 파견 근무자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타난 데 이어 28일에는 같은 층에서 근무하는 20대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본사 직원은 50%만 출근하며, 출근 직원도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출근해 한 시간 일찍 퇴근한다. 휴게실 등 직원 공용공간은 폐쇄된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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