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1년] 소재부품 자립화·불매운동 촉발한 수출규제... "추가 조치 대비해야"
[日 수출규제 1년] 소재부품 자립화·불매운동 촉발한 수출규제... "추가 조치 대비해야"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06.30 17:51
  • 수정 2020.06.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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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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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반도체 등에 대한 3개 품목의 수출규제에 나선 지 1년이 지났다. 삼성·LG 등 한국 기업들이 타국 부품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일본 소재업체들이 잇따라 타격을 입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비민감 전략물자 품목을 중심으로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니혼게이자이신문 "한국 수출규제,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 불매운동도 촉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한국에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촉발돼 일본 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한국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탈일본의존도'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피해를 보는 건 일본의 관련 기업만이 아니다"며 "자동차, 맥주 등 일본 소비재에 대한 불매운동이 착실히 정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한국의 대일 수입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줄었다. 이 가운데 소재 및 기계 장비 뿐 아니라 자동차와 맥주 등 소비재 품목의 수입 감소가 눈에 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5월 한국의 일본차등록대수와 일본 맥주 수입액은 각각 62%, 87% 격감했다. 닛산자동차와 패스트리테일링의 지유는 한국 철수를 결정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5월에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을 막았는데 역으로 일본 소재 수출 기업들이 역풍을 입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이후 한국 기업들이 대체 가능한 공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며 “탈(脫)일본으로 일본 소재·부품 회사들의 타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로오린 폴리이미드 등 3종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는데,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한국 기업들이 대체 공정을 설계하면서 일본 기업이 때아닌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불화수소 업체 스텔라케미파는 지난 11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매출은 전분기 대비 12% 감소한 337억엔(약 38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2% 감소한 24억엔(약 272억엔)이었다. 95% 이상 고순도 불화수소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텔라케미파는 모리타화학과 더불어 전세계 불화수소 시장 70% 차지하는 업체다. 스텔라케미파 측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규제 영향으로 수출 판매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모리타화학은 지난 1월 한국 수출 규제 완화 이후에도 한국 판매량이 지난해 수출규제 이전보다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리타화학은 “한 번 뺏긴 납품량을 되돌리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일본 소재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주요 판매처인 한국 기업들이 조달 전략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스텔라케미파의 불화수소 대신 한국 솔브레인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제조 공정에 들어가는 불화수소 일부를 국내 업체에서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한일 정부 간 적대감이 일본 산업 현장에 근심을 가져오고 있다”고 전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관련 정부입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8월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관련 정부입장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경제단체 "국산화 성과 있었지만... 오히려 일본 수입액 늘어나기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9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일본 수출규제 1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는 "지난 1~5월 기준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 비중은 전년 대비 44%에서 12%로 줄어드는 등 국산화 성과가 있었으나 포토레지스트(감광재)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오히려 일본으로부터 수입액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1~5월 대일본 포토레지스트 수입액은 1억5081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8% 급증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입액 역시 이 기간 1303만 달러로 7.4% 증가했다.

그는 품목별 편차가 있는 만큼 전반적인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일본과 한국의 대표 반도체 소재기업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비 비중은 3.8%와 2.6%로 큰 차이가 없으나, 개별 기업별 평균 R&D비는 일본이 1534억원인데 비해 한국은 13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양국 간 규모차이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중소업체 간 인수합병(M&A)을 독려하거나 잠재력 있는 업체지원 강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30일 발표한 '일본 수출규제 1년, 규제품목 수입 동향과 대일 의존형 비민감 전략물자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규정한 비민감 전략물자는 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나 기초유분, 플라스틱 제품 등 기초 소재에 집중돼있다. 이들 품목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대부분 80∼90%에 달한다.

비민감 전략물자는 일본이 지난해 법령 개정을 통해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한 이후 수출심사를 크게 강화한 품목이다.

비민감 전략물자 중 일본으로부터 100만 달러 이상 수입하고 대일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 100개를 HS코드를 기준으로 선별한 결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나 기초소재류 품목 등 상위 3개 품목군에 56.7%가 집중됐다.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기초유분의 경우 일본 의존도는 94.8%에 달했고, 반도체 제조용 장비(86.8%), 플라스틱 제품(83.3%), 사진영화용 재료(89.7%) 등도 높았다.

보고서는 "현재 비민감 전략물자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일본이 개별허가나 자율준수(ICP) 기업을 활용해 특별 포괄허가로만 제한적으로 반출이 가능하다"면서 "수출규제 전까지 일반 포괄허가로 쉽게 빠르게 반출이 이뤄졌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제도적 문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직접 수출규제를 받은 품목들도 모두 비민감 전략물자였다"면서 "일본이 추가 수출 규제를 단행할 경우 비민감 전략물자가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1년 동안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통관 수입실적을 분석한 결과,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는 대일 수입 의존도가 6%포인트와 33% 포인트 감소하고, 벨기에와 대만으로 수입처가 다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홍지상 연구위원은 "당초 우려와 달리 우리 기업과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규제품목 국산화 및 수입 다변화 노력을 기울인 결과 사실상 일본이 노렸던 국내 수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일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일본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등에 반발해 추가 규제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文 대통령 "日 수출규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경제로 가는 길 열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지 1년이 됐다"면서 "지난 1년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난 1년 우리는 기습적인 일본의 조치에 흔들리지 않고 정면 돌파하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일본 정부는 작년 7월 1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하면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를 겨냥한 일본의 일방적 조치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은 맞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생산차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를 앞당기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등 핵심품목의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어 "민과 관이 혼연일체가 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요기업과 공급기업들 사이에 힘을 모아 협력한 것이 위기극복의 결정적 원동력이 됐다"며 "우리가 목표를 세우고 역량을 결집하면,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또 "'소재·부품 강국'과 '첨단산업 세계공장'이 되겠다는 담대한 목표를 분명히 하고 민·관이 다시 한 번 혼연일체가 되어 범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겠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전략과 계획을 국민들께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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