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코로나 이후 근로자들은 기업의 감시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WIKI 프리즘] 코로나 이후 근로자들은 기업의 감시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0.07.01 06:42
  • 수정 2020.07.01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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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중심가 타임스퀘어에서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탁자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맨해튼 중심가 타임스퀘어에서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탁자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활동 정상화로 많은 근로자들이 일터로 복귀함에 따라 기업들은 온도 스캐너에서부터 손목밴드까지 근로자들의 건강을 체크하는 새로운 수단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30일(현지 시간) BBC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처럼 직원들의 건강 체크를 빙자한 감시 체제들이 늘어나면서 근로자들은 기업들의 감시활동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가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포드자동차 사무소 직원들은 모두 아침에 출근하면 새로 도입된 두 단계의 체크 과정을 거쳐야한다.

먼저, 근로자들은 전염 여부를 묻는 세 가지 건강 질문에 휴대폰을 이용해서 답을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일터에 들어가기 전에 열이 있는지 체크하는 열 감지기를 통과해야한다.

근로자들이 일터로 복귀함에 따라 다른 많은 기업들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모습은 포드 회사만의 풍경은 아니다. 아마존, 월마트, 그리고 BBC를 포함한 수십 곳의 유명 기업들이 온도 감지 스캐너를 도입하고 있다. 전체 근로자들은 이러한 조치를 대체로 지지하고 있다. 바이러스 차단에는 근로자들도 회사 측만큼이나 민감하기 때문이다.

“불만을 표시하는 직원을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포드자동차의 존 가디너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근로자들은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회사 측이 자신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온도감지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근로자들의 일상을 감시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차단과 관련해서 정부 차원에서는 앱을 근거로 하는 추적 시스템의 정보 유출을 걱정하는 반면 많은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자구책을 준비하고 있다.

다국적 회계컨설팅 기업인 PwC가 ‘체크인(Check-in)’이라는 앱을 개발해서 현재 상하이 사무소에서 테스트 중이다. 이 앱은, 직원들이 동료 곁에 가까이 가게 되면 그 직원들의 휴대폰이 자동적으로 통제소에 등록되게 만들어졌다. 그 결과 누군가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오게 되면 최근에 접촉한 사람들이 통보가 되고, 즉시 격리 조치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PwC는 이 앱을 다른 기업에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록시스나 마이크로쉐어, 그리고 유럽의 롬빗, 에스티모트, 키넥슨 같은 스타트업들은 스마트폰 대신 손목밴드나 목에 매는 밴드를 추적 시스템으로 내놓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체크 수단으로 비디오 감시를 선호하는 기업들은 글림스 애널리틱이나 스마트비드 아이오 같은 회사들의 제품을 채택할 수도 있다. 이 두 회사는 기존의 인공지능 기술을 근로자들이 물리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는 데 적용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 시스템은 근로자들의 마스크 착용여부까지 감시할 수 있다.

또,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비록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일부 해외 원유 굴착 기업이나 해외 광산 기업들처럼 제한된 장소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직접 검사가 가장 안전한 접근법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아마존은 자체적으로 바이러스를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 같은 기업에 의한 감시 체제의 다각화와 관련해서 국제 로펌 오스본 클라크의 애나 앨리엇은 고객들에게 직원들의 사생활 보호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감시 체제를 도입할 경우 노동조합과 상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와 근로자 상호간에 신뢰가 쌓여있다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걱정해야 될 상황은 직원들에게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뽑아내겠다는 ‘정보 탈취’와 같은 상태입니다.”

감시라는 측면에서는 아직도 규정되어야할 영역들이 많이 남아있다. 예컨대, 기업주는 감염 위험이 있는 접촉자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직원들이 누구와 함께 살고 있으며, 회사 밖에서는 무슨 일들을 하는지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너무 멀리 나간 욕심이라고, 애나 앨리엇은 말했다.

한편, 근로자들은 사생활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해야 할 의무가 없고, 온도 체크 등의 검사를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권력의 비대칭성을 감안하면 ‘못 하겠다’는 쉽게 나올 수 있는 반응은 아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직업 안정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시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애나 앨리엇은 말했다. 회사는 직원들이 출퇴근 시 건강상태를 얼마든지 점검할 수 있는 권한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미시간 주 플리머스 포드자동차 공장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손목밴드를 테스트 중에 있다. 이 밴드는 직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가까워지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만들어져있으며, 근로자들이 뭉쳐있으면 감독관에게 통보되도록 구성되어있다.

손목밴드라는 개념에서 많은 사람들은 조지 오웰의 전체주의를 연상한다. 근로자들의 행동거지를 끊임없이 감시하는 체제를 염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포드는 그런 시스템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에 근로자들에게 보안이 더 잘 된 장비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롬빗(Rombit)은 애초에는 부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센서를 개발한 회사이다. 이 회사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시하기 위해 이 기기의 업데이트 버전을 테스트 중이다.

프랑스 북부에서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은 지난 한 달 동안 미국의 마이크로쉐어(Microshare) 사가 생산한 손목밴드를 채택해서 사용해보았다. 그 결과 바이러스 확진자 세 건을 발견해서, 위험이 감지된 경우 즉시 귀가 조치할 수 있었다. 또, UK의 병원과 군 시설, 그리고 교도소도 같은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다.

마이크로쉐어 사의 손목밴드와 관련해서 이 회사의 마이크 모런 이사는 이 기기는 스마트폰 앱보다 개인 정보 누출에 덜 취약하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블루투스 신호기가 부착된 배지나 손목밴드를 착용합니다. 이 기기들은 그냥 현재의 위치만 알려주며, 일정한 거리 내의 다른 신호기를 감지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기기는 추적 능력만 지녔을 뿐 착용자의 개인정보와는 무관합니다.”

롬빗의 제품처럼 마이크로쉐어 사의 제품도 누군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는 한 익명을 전제로 하는 시스템이다.

“우리 제품의 설계는 착용자의 개인 습관이나 페이스북 활동 등을 감시하는 창구가 되지 않도록 되어있습니다.”

마이크 모런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목걸이 형 밴드나 손목밴드를 착용하는 순간 그 근로자는 근무가 끝나 밴드를 반납할 때까지는 자신에 대한 추적을 암묵적으로 승인하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근무가 끝나면 자신들에 대한 추적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알고 퇴근하게 된다.

그렇지만 마이크로쉐어 사 같은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노력을 한다고 해도 일정한 수준의 감시는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서 마이크 모런 이사는 9/11 테러 공격 이후 우리가 우리의 안전을 위해 향상된 보안 조치를 수용한 경우를 예로 들고 있다.

많은 근로자들에게 있어 당장의 관심사는 불평불만을 늘어놓기보다는 회사가 자신들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다. 그러나 보안 전문가들은, 근로자들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초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는 사생활 보호 절대론자는 아닙니다.”

미국 코넬 대학의 노동법 전문 교수인 이페오마 아준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팬데믹을 핑계 삼아서는 안 됩니다.”

그녀는,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근무 기간 동안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멀리서 감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들은 키보트의 키스트로크를 추적할 수 있으며, 웹캠을 활성화시키고, 화면 캡쳐를 훔쳐갈 수도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도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준와 교수는 봉쇄조치 동안 순풍을 단 듯 확장하면서 회사가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들여다보는 상황을 염려해야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은 스트레스 거리가 늘고 잠재적으로는 사생활 침해까지 걱정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온라인 동영상 링크는 근로자의 가정생활과 성적 취향, 종교, 가족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될 수도 있다. 근로자에게 자녀가 있는지, 경제적 처지는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모든 조건들이 결국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아준와 교수는 말했다.

공중보건의 위기 상황에서는 분명히 양보해야할 일들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정책들을 채택할 때는 충분한 토의가 필요하다고 아준와 교수는 믿고 있다.

“기업들이 필요불가결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걱정은 수집되는 데이터에 대한 실질적인 원칙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건강 보험회사에 그 데이터들을 팔아넘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니면 데이터 거래 업자들에게 넘긴다면? 그밖에 은행들이나 자동차 보험회사에 팔아넘겨서 근로자가 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하거나 보험료를 올리도록 조장한다면 어떨까요? 이런 식의 데이터 쟁탈전에서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아준와 교수는 근로자들의 열을 체크하는 것은 일부 회사가 시도하는 광범위한 바이러스 검사에 비하면 걱정거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DNA 샘플을 획득한 회사는 그 직원들의 유전자 검사까지 시행할 수 있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그 결과 어떤 근로자가 코로나19나 다른 질병에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 정보는 그 근로자가 결코 회사와 공유하고 싶지 않았던 정보일 것이다.

“저는 기업이 팬데믹을 막는 데 앞장서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조치들에는 근로자들에게 해가 되는 방안들이 깃들어 있는데, 그에 대한 안전조치들이 준비되어있지 않음을 걱정하는 겁니다.”

dtpchoi@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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