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7대 국회 법사위 "검찰청법 8조, 검찰 독립성 담보에 중점"
[단독] 17대 국회 법사위 "검찰청법 8조, 검찰 독립성 담보에 중점"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7.07 18:11
  • 수정 2020.07.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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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법사위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 결론
장관 지휘감독권 보장보다 검찰권독립 우선
근거는 '8조 목적' 논의 직전 해 인사 청문회
당시 천정배 '불구속 지휘' 前 총장 사임 여파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입건된 사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손을 떼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근거로 제시한 검찰청법 제8조는 장관의 지휘권을 제한하는 것이란 국회 보고서가 7일 확인됐다.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이유로 검찰권에 부당한 간섭을 행사하면 총장이 방파제 역할을 하라고 만든 규정인데 오히려 반대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추 장관 수사지휘는 검찰총장 직무를 정지하는 것으로 위법하다는 검사장 총의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임인규
2020년 7월 현재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있는 임인규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사진=김앤장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2006년 9월 임인규(사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안상수 의원 대표발의) 검토보고'에선 법무부 장관에게 부여된 '구체적 지휘권'을 삭제하는 취지의 검찰청법 개정안이 타당한지 검토가 이뤄졌다. 구체적 사건에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는 이 조항은 검찰청법이 제정된 1949년부터 존재했지만 2005년 천정배 당시 장관이 발동하기 전까진 그 전례가 없었다. 그 탓에 해당 조항이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검찰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지가 당시로선 의견이 분분했다. 2011년 국회 사무차장직을 끝으로 국회 공무원 생활을 마친 임 당시 위원은 현재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있다.

해당 보고서는 사실상 직전 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 하라는 천 장관의 수사지휘가 적절했는지 따진다. 보고서는 결론 부분에서 "구체적 사건에 관한 검찰권의 행사는 형사사법작용의 일부라는 점을 고려하여 독립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데에 중점을 두고 조직법적 측면에서 전제되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부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근거로 2005년 있었던 정상명 당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제시한 까닭이다. 

2005년 11월 17일 법사위에서 열린 이 청문회에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은 어떤 일이 있어도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김종빈 전임 총장의 퇴임사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김 총장 사임 이유가 된 검찰청법 제8조가 어떤 목적으로 제정됐는지 질문이 오갔다. 한 달 전 김 전 총장은 강 전 교수 신병을 결정하는 천 장관 지휘가 있자 즉각 사의를 표하고 닷새 뒤 퇴임사에서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의 구속 여부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후임인 정 총장은 "왜 법무부 장관이 일반 검사에게는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지휘·감독할 수 없게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까"라는 김명주 당시 한나라당 의원 질의에 '방파제' 비유를 사용했다. 당시 정 후보자는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그 방파제 역할을 만들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갖고 있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여당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장관의 수사 관여가 '외풍'이라면 총장은 방파제가 돼 검찰권 독립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다. 

당시 정 총장 답변을 포함 검찰청법 제8조 입법 이유를 둘러싼 논의를 두고 임 수석위원은 보고서 각주에서 "인사청문회에서는 지휘·감독권이 가진 양 측면 중에서 검찰권의 독립성 보장에 더 중점이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었음"이라고 요약했다. 나아가 그는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법무부 장관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에 대한 방파제의 역할을 기대하고, 또한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에 의하여 그러한 저지를 받을 수 있는 지휘를 스스로 자제하라는 취지에서 나온 제도"라고 결론 냈다. 해당 조항을 명문화한 목적은 수사지휘권 발동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그 발동을 자제하는 데에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결론은 7개월 앞선 2006년 2월 김종두 당시 법사위 수석위원이 작성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양승조의원 대표발의) 검토보고' 결론을 넘어선다. 먼저 보고서에선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방식을 서면(書面)으로만 제한하는 개정안을 검토했다. 이때 보고서는 다소 중간 입장에서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에 의한 검찰권 행사의 견제 및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보장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함께 내포"한다고만 했었다. 탄핵소추 대상인 장관이 책임을 지려면 검찰사무 최고 감독자로서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는 장치를 가지는데 그게 수사지휘권이란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이 보고서 역시 '구체적 지휘권'은 "행정부의 부당한 간섭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명직임에도 불구하고 2년의 임기가 보장되는 검찰총장 완충대로 하여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된 것"이라고 했다. 부당한 장관의 간섭엔 총장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라는 6일 공개된 '검사장 간담회 발언 취합'과 일맥상통한다. 

◇ 헌재, 검찰청법 제8조는 "검찰 정치적 중립 목적"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지휘권'이 검찰권의 독립성을 넘어 검찰권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도 나온다. 중립성은 독립성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독립성이 검찰권을 외부로부터 지키겠다는 협소한 의미라면 중립성은 이런 독립성 개념을 포함하면서도 검찰 스스로가 정치적 사건 수사에서 공정해야 한다는 뜻도 가진다.

헌재는 검찰총장 퇴임 직후 2년간 공직에 임용될 수 없다는 법률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는지 판단한 사건에서 검찰청법 제8조를 언급했다. 1997년 7월 헌재는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김기수 당시 검찰총장이 문제 삼은 같은 법 제12조 제4항을 '위헌 결정' 했다. 이 조항 입법 목적인 정치적 중립성은 이미 다른 장치로 보장된다는 이유였다. 그 장치가 바로 '구체적 지휘권'을 규정한 8조다. 

다수의견은 "검찰권 행사의 정치적 중립을 위하여 검찰청법은 앞서 본 규정 외에도 법무부 장관으로 하여금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라며 이때 중립성은 "검찰총장을 비롯한 모든 검사가 이에 대한 확고한 소신 아래 구체적 사건의 처리에 있어 공정성을 잃지 않음"이라고 해석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윤 총장의 수사지휘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소명돼야만 추 장관 지휘가 적법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실제 이날 오전 법무부는 장관 지휘가 적법하지 않다는 검사장 총의에 맞대응 성격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윤 총장이) 대검 부장회의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자문위원을 위촉하는 등 부적절하게 사건에 관여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었음"이라고 지적했다. 대검 부장(검사장급)회의는 지난달 4일 윤 총장이 이 사건 압수수색 영장 등에 적시된 강요미수 혐의 적용이 가능한 지 판단하라고 맡긴 지휘협의체다. 이 협의체에서 '혐의 적용 가능'에 찬성한 부장 수가 의결정족수인 3명에 이르지 못했다는 구본선 대검 차장 보고를 받은 윤 총장은 곧바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자문단은 수사 결론을 두고 수사팀 대검의 의견이 갈릴 때 열린다.

다만 이같은 법무부 지적이 타당하려면 자문단 소집 권한을 총장에게 부여한 대검 비공개 예규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이 상위법인 검찰청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 검찰청법 제12조 제2항은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자문단 소집 권한을 총장에게 부여한 예규는 이 법률 조항에 근거를 둔다. 자문단 단원 위촉 역시 총장이 한다. 그런데 추 장관 지휘로 3일 개회가 예정됐다 취소된 자문단 참석 명단은 수사팀 소관 부서인 대검 형사부에서 추렸다. 이때 '검언유착' 의혹을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인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이 인선 논의에서 제외되면서 일각에선 이 역할을 대신한 박영진 형사1과장이 윤 총장 의중을 따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대검은 지난달 29일 대변인실 명의로 "검찰총장은 자문단 선정에 관여하지 아니하였고, 선정 결과를 보고받지도 않았습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지난 6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태운 관용 차량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태운 관용 차량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검언유착' 의혹이란

얼마 전까지 종합편성채널 <채널A> 소속이던 이동재 기자가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의 주가조작 의혹을 취재하면서 이 회사 대주주를 지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측을 만나 총장 최측근 검사장을 뒷배로 연루된 범여권 인사 명단을 내놓으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이다. 이 기자가 요구한 명단엔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작가가 포함돼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해당 검사장을 윤 총장 임기 초반 특별수사를 총괄한 한동훈 검사장으로 특정하고 그를 강요미수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범죄 구성'에 수사팀과 대검이 의견대립이 있다고 보고 자문단 회부를 결정했다. 추 장관 수사지휘 골자는 윤 총장이 이 결정을 번복하고 해당 사건을 더는 지휘하지 말라는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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