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숙현 폭행, 잇따르는 동료 증언…"한달에 3, 4번은 때렸다"
故최숙현 폭행, 잇따르는 동료 증언…"한달에 3, 4번은 때렸다"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07.09 10:27
  • 수정 2020.07.0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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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고 최 선수의 선배 장모씨가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고 최 선수의 선배 장모씨가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선수에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진 이들이 폭행 사실을 부인해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동료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9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고인을 폭행한 의혹을 받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도환 선수가 자신의 폭행 혐의를 인정하고, 김 감독과 장 선수의 폭행 사실도 폭로했다. 김 선수는 고인이 가해자로 지목한 4명 중 1명이다.

김 선수는 "후배 선수들이 국회까지 가서 증언하는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껴 용기를 냈다. 최숙현 선수에게 미안하다”며 "도저히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용기가 나질 않았다. 선배의 잘못을 들추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선수(장윤정)가 훈련장 등에서 최숙현 선수를 폭행하는 것도 적어도 한 달에 3, 4번은 봤다”며 "앞으로 모든 조사에서 관련 사실을 성실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그에게 자격 정지 10년 징계를 내렸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 용기를 낸 추가 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대부분이 장 선수를 ‘처벌해야 할 1순위’로 지목했다.

장 선수와 함께 뛴 적이 있는 전 경주시청 A선수는 "장 선배 눈 밖에 나면, 경주시청에서 정상적으로 선수 생활하기 어렵다. 장 선수 기분을 건드리면 정말 난리가 난다. 일주일 넘게 시달리는 선수도 봤다"며 "나는 남자여서 숙소에서는 다른 층을 썼지만, 여자 선수들은 같은 층을 쓰니까. 더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A선수는 "장 선배는 폭언을 정말 많이 한다. 그런데 그렇게 몰아붙이다가도, 순간 엄청나게 잘해준다. 사막에서 물 한 모금 주듯이"라며 "마음에 안 드는 선수가 나오면 감독에게 가서 '알아서 하시라'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A선수는 장 선수의 실력만큼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 실력조차 가혹행위의 무기로 썼다.

"솔직히 장 선배가 운동은 잘하긴 잘한다. 10년 동안 경주시청에 메달을 그렇게 많이 안겨줬으니, 영향력이 커진 것도 있다"고 운을 뗀 그는 "그래도 '내가 네 연봉 여기까지 만들어줬잖아. 내 덕에 단체 금메달 땄잖아'라고 말할 때는 정말 할 말이 없어졌다. 다른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서 단체전 경기를 뛰는데, 모든 게 자신의 덕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A선수는 "트라이애슬론 종목에서 경주시청을 '장 선배의 팀'이라고 한다"고 했다.

B선수도 "경주시청은 '장 선배의 팀'이라고 불렸다"고 같은 증언을 했다.

이어 고 최숙현 선수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B선수는 "최숙현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경주시청과 합동 훈련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최숙현 선수도 '장 선배 최고, 김 감독님도 최고'라고 했다. 그런데 장 선배가 최숙현 선수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최숙현 선수는 (괴롭힘을 당하는 시점에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고 했다"고 말했다.

C선수는 "장 선배는 어떤 계기도 없이, 갑자기 특정 선수를 미워하고 괴롭힌다. 경주시청은 장 선배와 감독이 모든 걸 주도하는 폐쇄적인 집단이어서, 그런 일이 가능했다"고 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추가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선수 두 명은 "주장 선수는 훈련할 때 실수하면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옥상으로 끌고 가 뛰어내리라고 협박했다", "몰래 방에 들어와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모바일 메신저를 읽었다"고 장 선수의 폭행, 폭언을 증언했다.

같은 날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에서 장 선수는 "나는 경찰 조사에도 성실하게 임했다.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소명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고 최숙현 선수가 남긴 진술서, 다른 선수들의 진술 영상을 종합하면 경주시청 내에서 장 선수가 폭행을 지속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협회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인 영구제명 처분을 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의 한 숙소에서 최 선수는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 경산시 경북체육고등학교를 졸업한 최 선수는 2017년과 2019년 경주시청 직장운동부에서 활동하다 올해 초 부산시청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인은 생전 지속적인 집단 괴롭힘과 폭력을 당해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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