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총수, 여름휴가 반납…위기 극복 구상에 '올인'
4대 그룹 총수, 여름휴가 반납…위기 극복 구상에 '올인'
  • 정예린 기자
  • 기사승인 2020-07-14 10:34:10
  • 최종수정 2020.07.14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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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여름 휴가 기간 하반기 경영 구상에 몰두할 전망이다. 

다만 임직원들에게는 적극적인 휴가 사용을 독려하되 정부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방침에 따라 휴가 기간을 분산해 다녀올 것을 권장하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여름 휴가를 반납한 채 현장 경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국내 경제를 덮치면서 어느 때보다 위기 극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총수들은 각종 경영 현안을 챙기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편치 않은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초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가 본격화되자 엿새간 일본 출장을 다녀오고, 연일 관련 현안 보고를 받으며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경영진들과 수시로 회의를 진행해 하반기 경영전략도 논의했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등 사법리스크도 계속됐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경영 현안을 챙기면서 검찰의 기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기소 또는 불기소 판단이 임박한 상태인 만큼 휴가는 커녕 경영 차질을 걱정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지난달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및 수사중단 권고가 내려졌지만 검찰이 자체 판단에 따라 기소할 경우 앞으로 이 부회장은 회사 경영에 전념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현재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 재판도 앞두고 있어 이번에 경영권 문제로 추가 기소될 경우 두 건의 재판 부담을 안게 돼 당분간 현장 경영이나 미래 먹거리 발굴 등 경영 행보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 총수들은 휴가를 가더라도 대부분 국내에 머물며 코로나 이후 경영 구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도 특별한 휴가 일정없이 자택에서 경영 현안들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코로나로 해외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은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당면과제가 있다. 상반기에는 개별소비세 인하나 고가 제품 소비 쏠림 효과 등으로 국내에선 선방했지만 언제까지 내수 한 바퀴로만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휴가 기간에 하반기 주요 지역 판매 회복방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 차 시장 선점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여름 휴가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근본적 혁신(딥체인지)을 집중 탐색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회사에 다닌 지 30년쯤 된다. 이렇게 불확실한 경영환경은 처음"이라며 위기 상황을 강조해왔다.

최 회장은 요즘 SK 임직원들이 산업·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토론에 참여하는 이천서브포럼 홍보를 위해 별도 제작한 홍보 영상에 직접 출연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40대 젊은 총수인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구체적 일정은 미정이나 며칠 짬을 내서 여름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은 평소 아무리 바빠도 CEO부터 솔선수범해 여름 휴가를 통해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작년에도 8월에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불투명한 총수들의 휴가와 달리 임직원들에게는 여름 휴가 사용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정부의 휴가 분산 조치 권고에 따라 제조업도 9월까지 휴가를 연장하는 분위기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은 최근 20여개 계열사 직원 20여만명에 대해 '하계휴가 운영 가이드'를 마련했다.

삼성은 작년까지 삼성전자, 삼성SDI 등 제조사업장을 운영하는 계열사의 경우 직원 휴가에 따른 생산 차질을 줄이기 위해 정해진 기간에 단체로 휴가를 가는 '집중 휴가제'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사무직뿐 아니라 제조직까지 전 직원이 여름 휴가를 7월~9월에 분산해서 가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 국내 소비 촉진을 통한 내수 경기 활성화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여름 휴가를 가급적 국내에서 보낼 것을 권고했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코로나로 인한 휴가 분산을 위해 연구소의 경우 여름 휴가 사용 가능 기간을 7월부터 10월까지로 1개월 연장했다. 다만 현대·기아차의 생산공장 휴가 기간은 8월 3일∼7일로 정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SK그룹은 2주 이상 휴가를 가도록 하는 '빅 브레이크(Big Break)'를 장려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상황임을 고려해 여러 곳을 다니지 않고 한곳에 머물며 쉬고, 다른 지역을 방문한 뒤에는 출근 전에 건강 상태를 확인할 시간을 넉넉히 두도록 권하고 있다.

LG그룹도 올해 코로나 감염 예방에 동참하기 위해 여름 휴가를 가을 또는 겨울까지 개인 희망대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시 휴가제'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현장 근무자들의 휴가기간은 8월 3~14일까지 2주다. 여름휴가가 9일이고 하루는 개인 연월차를 쓰도록 한다. 한여름 더위에는 야외작업을 할 수 없는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yelin0326@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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