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오늘 옷 너무 야해"... 직장 성희롱 피해자들 “인사보복 두려워 참고 산다”
[프리즘] "오늘 옷 너무 야해"... 직장 성희롱 피해자들 “인사보복 두려워 참고 산다”
  • 박성준 기자
  • 기사승인 2020-07-25 08:23:58
  • 최종수정 2020.07.25 0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 제대로 판정하라' [출처=연합뉴스]
'직장 내 성희롱 제대로 판정하라' [출처=연합뉴스]

직장인 김지혜 씨(28)는 지난 5월 사무실에서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그는 김 씨에게 귓속말로 “오늘 입은 옷이 너무 야하다” “퇴근하고 좋은 데 가자”는 등 말을 했다.

지난달에는 상사가 김 씨를 회식 자리에서 따로 불러낸 뒤 “술을 마시니까 더 예뻐 보인다”며 포옹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성적 불쾌감을 느낀 김 씨는 회사에 바로 신고하려고 했지만 좋지 않은 시선과 인사상 불이익 등이 걱정돼 신고하지 못했다.

성적 요구에 불응하자 고용상의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보온기 제조회사에서 4년째 근무하던 박모 씨(32)는 사장의 “연애하자”는 요구에 불응했다가 정직처분을 받았다.

사장이 근무태만 등의 이유로 징계를 내린 것이다. 이 같은 성희롱 사례들은 권력형 성폭력에 해당한다. 직장 내 권력자들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성폭력을 일삼는 것이다.

박 씨는 관련 기관 등에 신고하려다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다른 곳으로 이직할 계획이다.

그는 “신고해봤자 시간 낭비 감정 낭비”라며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다른 곳으로 가 버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폭력 피해자가 사건을 신고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전체 성희롱 피해자의 81.6%가 ‘참고 넘어간다’고 답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참고 넘어간 이유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가 49.7%(복수응답)였고,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1.8%)’,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서(30.2%)’,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12.7%)’, ‘업무 및 인사고과 등의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돼서(9.3%)’ 등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신고에 소극적이라면 피해자를 색출, 처벌하기는 어렵다.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도 높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예방,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박 전 시장 의혹 사건을 보면 젠더 특보 등 성폭력 감시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위원회 등 제3의 조직이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지침 운영에 대한 감시 기능이 촘촘해야 성폭력을 쉽게 덮고 넘어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psj@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