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다 한통속이라 신고해도 소용없어요”…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눈물
[프리즘] “다 한통속이라 신고해도 소용없어요”…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눈물
  • 박성준 기자
  • 승인 2020.07.28 12:34
  • 수정 2020.08.02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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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성평등 조직문화 논의 간담회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연합뉴스]
여가부, 성평등 조직문화 논의 간담회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연합뉴스]

"남자친구랑 헤어졌으면, 이제 나랑 좀 만나지..."

미투 운동이 본격화한 2018년, 정부는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를 마련한 데 이어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서울시 역시 촘촘한 사건 매뉴얼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8년 6월 '공공기관 기관장·임원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을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매뉴얼을 통해 공공부문의 성희롱·성폭행만큼은 뿌리 뽑겠다는 취지에서다. 매뉴얼은 70쪽 넘는 분량으로 예방조치부터 사건 발생 대응 절차까지 모두 기록돼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마음 놓고 피해를 호소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수많은 대책과 빼곡한 매뉴얼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 내 성폭력이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 위치한 장난감 디자인 설계 회사의 직원 A 씨는 휴대폰을 사용할 때마다 직장 상사로부터 “남자친구랑 연락해? 무슨 이야기 해?”라는 말을 들었다. 또 직장 상사는 휴식시간에는 “휴대폰으로 야동 보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일삼았다.

상사의 성적 발언은 퇴근 후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상사는 A 씨에게 퇴근 후 늦은 시간에 메신져를 통해 남자친구랑 있는지 물어보더니 남자친구랑 같이 있지 않으면 외로워서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하루는 A 씨가 힘이 없는 모습을 보이자 상사는 “남자친구랑 헤어졌냐”며 “나와 사귀어보는 건 어떻겠냐”고 웃으며 말했다.

A 씨는 이 같은 상사의 발언에 성적 굴욕감을 느끼고 회사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실질적인 성폭력을 막는 실질적인 방안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 이직을 택했다.

그는 “어차피 높은 사람들이 다 한통속이라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며 “이곳을 떠나버리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달 법무부가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The 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mmittee, UNHRC)에 제출할 국가보고서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구제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담을 것을 주문했다.

인권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 제5차 국가보고서를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자유권규약은 세계적으로 효력이 인정되는 인권 규칙이다. 이 규약을 채택한 나라는 이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UNHRC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은 오는 8월 제5차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5차 보고서를 검토한 인권위는 보완 의견을 냈다. 쟁점 내용에 관한 개선책이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직장 내 성희롱 근절 방안이 미흡하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성희롱 4건 중 1건은 사업주가 저지른다.

또한 사업주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중 절반은 법인 대표다. 하지만 법인 대표는 직장 내 성희롱을 저질렀어도 현행법상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권위는 이 같은 성희롱 피해자 구제와 관련한 사각지대를 보고서에 기술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구체적인 보완 조치를 담으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5차 국가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과 제도, 사업 등을 열거하는 방식"이라며 "정부가 취한 조치와 정책 제도 등의 이행 과정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어려움과 도전과제를 비롯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sj@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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