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검찰의 이재용 불기소 판단 속 가중되는 삼성 사법리스크
늦어지는 검찰의 이재용 불기소 판단 속 가중되는 삼성 사법리스크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08.05 19:19
  • 수정 2020.08.0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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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심의위 권고에도 '또' 전문가 의견 청취…"부실 수사 방증"
"무리한 기소, 정부 경제 활성화 정책에 찬물 끼얹을 수도"
"총수 무게감 남달라…책임감 있는 오너 리더십 절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이 검찰의 침묵 아래 끝을 알 수 없는 사법 리스크 굴레에 갇혀 있다. 연일 현장경영으로 종횡무진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불기소 및 수사 중단 권고를 내린 지 40일이 지났지만 검찰의 ‘집안싸움’으로 인해 기소 여부 판단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소 강행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어 관련 업계 안팎에선 검찰이 심의위의 권고를 바탕으로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 딜레마 빠진 檢…강도 높은 수사·늦어지는 기소 판단까지 ‘이례적'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막바지 보완 조사를 진행하며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14일까지는 금융·경제 분야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오는 6일에는 한차례 미뤄진 바 있는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에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최종 기소 여부 결정은 검찰 고위급 인사와 참고인 조사가 모두 마무리되는 14일 전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통상 심의위 개최 1~2주 내 의결을 따랐던 전례를 비춰봤을 때 검찰이 한 달이 훨씬 넘도록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수사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불법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이라 강조해 왔다”며 “또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각계각층 외부 전문가의 고견을 들었음에도 또 다른 외부 경제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것은 검찰이 본인 입맛에 맞는 전문가를 찾아 원하는 답을 듣고 싶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관련 전문가들에게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묻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수사 과정 초기 단계에서 이뤄졌어야 할 아주 기본적인 사안이지만, 심의위의 불기소 및 수사 중단 권고가 내려진 상황에서 참고인 조사를 겸해 조언을 구하는 것은 검찰의 부실한 수사를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심의위의 불기소 의결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부회장 기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년 8개월에 걸친 수사, 50여 차례의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 삼성을 상대로 유독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온 검찰이 불기소 결론을 낼 경우 ‘무리한 수사’, ‘표적수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심의위 제도가 도입된 이래 검찰이 이들 권고를 거스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한 사례가 없고, 10대 3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불기소를 권고한 만큼 이를 무시할 경우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만든 자체 개혁안을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검찰이 우선 기소를 보류하고 추가 정황 등이 나오면 추후 기소하는 ‘시한부 기소중지’를 고려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중앙지검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검찰의 강경한 태도와 달리 수사심의위원회 결과에 검찰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까지 더해져 국민 여론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검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최근 정부가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협업해 경제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기소를 하는 것은 정부의 경제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부회장이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 라인을 살펴보기 앞서 설명을 듣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부회장이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 라인을 살펴보기 앞서 설명을 듣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 사법리스크 발목 잡힌 삼성…”할 수 있는 게 없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내부에서는 검찰의 최종 결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만일을 대비해 재판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불안감은 여전했다. 내부 인사들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마냥 검찰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어야만 한다. 이게 정상적인 업무 환경은 아니지 않느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내외 사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는 한편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검찰의 기소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큰 숲을 내다보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등 회사를 이끌어 갈 총수의 부재를 걱정한 것이다. 

특히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부품·인공지능(AI)·5G·바이오 등 4개 분야의 성장에는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오너의 리더십과 결단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와 전문경영인이 가진 책임감이 다른 만큼 내외부에 전해지는 이들의 무게감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사업을 챙기고 일선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임직원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한편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어 위기 대응 능력을 한층 높여 준다. 위기 속에서 총수의 리더십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생활가전, 전장 등 주요 사업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임직원과 의견을 나누는 한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전기차 협력을 논의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줄곧 나눔과 상생을 통한 동반 성장을 강조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할 방안을 직접 지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에는 ‘협력사-산학-친환경’ 삼각축 상생활동을 중심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이른바 ‘K칩 시대’ 전략을 발표했고, 연이어 올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미래 기술과 인재 양성에 산학협력 기금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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