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찬석 "증권범죄합수단 폐지로 코스닥 시장은 난장판"
[단독] 문찬석 "증권범죄합수단 폐지로 코스닥 시장은 난장판"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8-10 15:18:12
  • 최종수정 2020.08.10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찬석 검사장, 법무연수원 좌천되고 10일 마지막 퇴근
'남부지검 합수단 폐지' 앞둔 지난해 10월 인터뷰 공개
'문찬석 작품' 합수단은 비직제기구라는 이유로 폐지돼
지난해 7월 31일 광주지방검찰청 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한 문찬석 당시 광주지검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7월 31일 광주지방검찰청 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한 문찬석 당시 광주지검장. [사진=연합뉴스]

"저 이제 기차 타려고... 송정역 앞에서 곰탕 한 그릇 먹고 커피 한잔하고 있어요"

10일 낮 광주송정역에서 서울 자택으로 올라가는 KTX 열차를 기다리던 문찬석(사진) 광주지검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광주지검 차장검사와 선임 부장검사가 마지막 검찰에서의 퇴근길을 배웅하러 나왔다고 했다. 

지난 7일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전보 인사가 난 문 지검장은 10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저는 오늘 출근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납니다"라는 사직 인사를 띄웠다. 그가 이날 검찰 청사를 완전히 떠난 건 오는 11일부터 검사장들이 새 보직 임기를 시작하는 까닭이다. 문 지검장은 이 글에서 "고검장 1, 2년 더 근무하고, 안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라며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라고 검사장들에 주문했다. 

사법연수원을 24기로 수료한 문 지검장은 이번 인사에서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했을 뿐 아니라 일종의 유배지인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다. 그는 2018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있으면서 검경수사권조정 업무 실무를 맡았다. 이때 1차 수사에서 사법경찰관을 상대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수사종결권을 경찰에게 넘기는 걸 사법통제 관점에서 반대했다. 사법통제란 검찰이 경찰을 통제하고, 법원이 검찰을 통제하는 일종의 여과장치를 뜻한다. 이때 기관 사이에 우열이 있다고 전제하지 않는다. 법원으로 '검찰 파쇼(국가사회주의를 뜻하는 파시즘을 일컫는 이탈리아 말)'를 막고 검찰로 '경찰 파쇼'를 막는 시스템일 뿐이다. 검찰 개혁을 단순 권한 떼어내기로 이해하는 이번 정부에게 문 지검장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문 지검장은 기조부장 시절 대검 산하에 설치된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범죄를 재조사한 검사를 두고 "저희 대검에서 원래 추천한 명단에는 없었다"고 지난해 4월 폭로하기도 했다. 해당 검사는 당시 대전지검 소속인 이규원 검사로 이광철 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둘은 지난 2008년부터 법무법인 정평의 구로분사무소에서 같이 일한 절친한 관계다. 당시 이 검사는 진상조사단에 파견 나와 수사권이 아닌 조사권밖에 없던 신분이지만 피내사자인 김 전 차관을 긴급출국금지 처분했다. 진상조사단이 서울동부지검에 사무실을 차렸으니 동부지검 검사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 검사가 뇌물공여자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받아냈다는 면담 진술은 이후 검찰 재수사 단계에서 '오염된 진술'이란 평가를 받고 전혀 사용되지 못했다. 오히려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기구에서 검사의 자의적 권한을 방조한다는 비난만 따라왔다.

이날 문 지검장이 이프로스에 올린 글은 이번 인사 이후 공개적으로 쓴 두 번째 글이다. 지난 8일 문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는 발언을 한 것도 검찰의 지휘체계가 무너져갈 것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라고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전국 검사장 및 선거전담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한 문 지검장은 "언론 보도를 보면 이 지검장이 총장 지시를 거부했다고 하는 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작심 발언했다. 당시 중앙지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인턴증명서를 발급해 대학원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던 최강욱 현 열린우리당 대표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윤석열 총장은 세 번에 걸쳐 '기소 지휘'를 했지만 이 지검장이 따르지 않은 걸 문제 삼은 것이다.  

지난 8일 글에서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총장 지휘가 작동하지 않은 현실을 개탄한 문 지검장은 이번 정부에서 서울남부지검에 있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된 것도 짚었다. 문 지검장은 이 글에서 "제 개인적으로는 검사로서 받을 수 있는 영예는 다 받았습니다"라며 "초대 증권범죄합수단장으로서, 초대 남부지검 2차장 검사로서 현재의 금융범죄수사체계를 갖추고 금융범죄수사 최고전문가라는 영예도 얻었고..."라며 사의 배경에 합수단 폐지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합수단은 이번 정부에서 축소를 원하는 직접수사를 하는 데다 비직제기구라는 이유로 지난 1월 없어졌다. 명분은 조국 전 장관이 지난해 9월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만든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만들었다. 문 지검장은 지난 7일 인사 발표 직후 주변 사람들에게 "검찰에서 더 할 역할이 없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기자는 지난해 10월 합수단 폐지를 앞두고 문 지검장과 짤막한 통화를 한 적 있다. 당시 현직 검사 신분이던 문 지검장은 자신의 목소리가 언론에 나가도 좋지만 익명을 요구했었다. 당시 기자는 그를 '익명을 요구한 검찰 내부에서 증권금융범죄 수사로 정평이 난 한 검사'로 적었다. 문 지검장에게 당시 대화를 공개해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하시죠"라며 짧게 답했다. 다음은 지난해 10월 23일 문 지검장과 나눈 대화다. (2019년 10월 23일 본지 '[단독] 일부 기관 "검사파견 필요" 법무부에 의견제출' 기사 참조)

▲조국 (당시) 장관이 만든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1차 권고안(2019년 10월 1일 발표)을 발표했다.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을 중앙지검 특별수사부(현 반부패수사부)와 콕 집어 '직접수사부서'로 규정했다. 합수단은 사건을 이첩받는데, 위원회 말이 맞나. 

"중앙지검 특수부와 증권범죄합수단은 기능이 다르다. 증권범죄합수단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게 아니고,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와 같이 긴밀하게 협업을 한다. 거기는 협업기관이다. 지금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다. 패스트트랙 제도를 만들면서 트랙의 저쪽 편에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랑 금감원이 있고, 트랙의 이쪽 편에는 증권합수단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트랙에 올리는 과정부터 긴밀하게 협업을 해서 자본시장조사단에서 할 건 하고, 검찰에서 할 건 하고 이렇게 결정을 한 거다" 

▲합수단 내부에서도 협력체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

"합수단 자체에 금감원 직원들, 예금보험공사 직원들 이런 분들이 나와있다. 한국거래소 직원까지. 이게 협업기관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이걸 단순히 중앙지검 특수부와 같은 것으로 보면 안 된다"

▲합수단이 없어지면 주가조작범죄 대응은.

"한 가지 분명한 건, 증권합수단을 만들고 패스트트랙 제도를 만든 거 자체가 주가조작사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걸 허물면 아마 주가조작사범 수사 못 할 거다. 그거 못한다"

▲남부지검에서도 법무부 통해서 위원회에 '우리는 인지부서가 아니다' 이렇게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

"합수단은 제 작품이다. 제가 만든 거다. 제가 만든 건데 이해도를 높게 하려면, 합수단이 왜 만들어졌는지 알아야 한다. 그전까지 주가조작사범에 그동안 대응을 못했다. 그걸 없애면 주가조작 사범이 제일 좋아할 거다. 주식시장 특히 코스닥 시장은 난장판이 될 건데..." 

문 지검장은 2013년 4월 초대 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맡았다. 이후 2015년 2월 합수단이 남부지검으로 이관되면서 이곳 제2차장검사를 맡아 금융범죄수사를 총괄지휘했다. 문 지검장에게 '여의도 저승사자'란 별칭이 붙은 이유다. 그의 말대로 '합수단은 문찬석 작품'이다. 합수단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면 금융위가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공공기관 중 직접조사 기능을 담당해 검찰과 협업하는 대표적인 기관은 금융위다. 금융위 산하에는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자본시장조사단이 각각 부정한 자금 흐름 파악하고 주가조작범죄를 조사한다. 이중 자조단은 남부지검 합수단과 거의 한 몸으로 자본시장을 감시해왔다. 물론 지난해 1월 추 장관이 없애기전까지 말이다. 
 
자조단은 한국거래소가 넘긴 주가조작과 시세조종, 내부정보 이용거래, 허위공시와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등 '증권금융적폐' 사건의 중요도를 1차로 판단한다. 투자자 보호가 즉각 필요한 사건은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통해 검찰에 이첩하는 식이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는 이렇게 온 사건 대부분을 합수단이 설치돼 있는 남부지검으로 보냈었다. 위원장을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되는 증선위는 나머지 사건들을 심의한다. 이때 위원 3명 이상이 찬성할 때만 고발이나 수사의뢰 형태로 대검에 넘긴다. 

합수단엔 거래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파견된 전문인력들이 근무 중이다. 검찰이 사법경찰을 수사지휘하듯, 합수단도 일부 사건을 재차 민간기구인 금감원 산하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에 보내 수사를 진행하게 했었다. 

문 지검장은 이번 인사 직후 윤 총장과 통화에서 합수단이 없어진 것을 두고 "안타깝다.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달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범죄의 온상이 된 사모펀드, 원인과 대책은?' 세미나에 참석한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관계 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전국 주택 구매에 따른 자금출처 조사가 수만 건 거래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국이 할 수 있는 노력의 10분의 1, 혹은 100분의 1이라도 자본시장에 투여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합수단이 없어지면서 금융당국 업무에 해태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는 문 지검장이 동부지검 차장검사로 '다스횡령의혹 고발사건 전담수사팀' 팀장으로 재직할 때 시민사회단체 참여연대 소속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발했던 인물이다. 문 지검장이 이끈 수사팀은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에서 '다스 비자금 장부'가 저장된 외장하드를 발견했다. 이 압수물은 당시 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있던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급)이 지휘한 수사팀에 보내졌다.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 실소유주임을 밝힌 인물을 공치사한다면 '김경율' '문찬석' '한동훈'이 세 손가락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통화에서 "문찬석 검사, 한동훈 검사가 배제되면 앞으로 권력형 범죄는 누가 수사하느냐"고 전했다. 한 검사장 역시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입건되자 법무연수원으로 즉각 좌천됐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상태다. 문 지검장은 지난 8일 글에서 이 사건을 '사법참사'로 규정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aftershock@wikileaks-kr.or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