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코로나 백신 첫 개발' 발표에 국제사회 '회의론'... "3상 건너뛴 백신 안전성 못믿겠다"
러시아 '코로나 백신 첫 개발' 발표에 국제사회 '회의론'... "3상 건너뛴 백신 안전성 못믿겠다"
  • 이가영 기자
  • 승인 2020.08.12 06:11
  • 수정 2020.08.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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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세계 첫 코로나 백신 등록" 공식 선언 백신 이름 '스푸트니크V'…美 염두에 둔듯
3차임상 거치지 않아 논란…"부작용 클 것" 美 "백신 개발서 중요한 건 최초 아닌 안전"
미 보건장관, 대만 방문 중 인터뷰서 "안전·효과적 백신 확보가 중요"
러시아 코로나19 첫 접종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 코로나19 첫 접종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밝혔다. 백신 이름은 냉전 당시 구(舊) 소련이 개발한 세계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V’다. 코로나19 백신 경쟁을 두고 미국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국제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국제 지침인 3차 임상시험을 건너뛴 채 러시아 자체적으로 내린 ‘반쪽 승인’인 만큼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회의론이다. “중요한 것은 최초가 아니라 안전”(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며 “필요한 모든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백신은 상당히 효과적이며 지속적으로 면역을 형성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자신의 두 딸 중 한 명이 임상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딸의 몸 상태가) 지금 좋다”며 “등록한 백신의 양산을 곧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신 개발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에서 이뤄졌다. 가말라야 센터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왔다. 이번 백신의 1차 임상시험은 지난달 끝났으며 그 이후 2차 임상시험 절차는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통상 신약이 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해 필요한, 수천~수만명을 상대로 몇 달간 진행하는 3차 임상시험은 거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딸의 접종 사실까지 알린 것은 이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미하일 무라슈코 러시아 보건부 장관은 “임상시험 자원자들에게서 높은 수준의 코로나19 항체가 생성됐다”며 “(백신을 접종한데 따른) 후유증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신 양산을 지원할 RDIF의 키릴 드미트리 최고경영자(CEO)는 “해외 20개국에서 10억회 이상 투약할 수 있는 백신에 대한 예비신청을 받았다”며 “이미 연간 5억회 이상의 백신을 생산할 준비가 돼 있고 생산 능력을 더 높일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3차 임상시험은 이번 등록 이후 곧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보건 담당 국제기구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백신은 3상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아 안정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독일 보건부는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러시아 백신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부 대변인은 현지 매체 RND에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릭 야사레비치 WHO 대변인은 "러시아 당국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으며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WHO는 백신과 의약품에 대한 사전 자격 심사 절차를 마련한 상태"라면서 "어떤 백신이든 사전 적격성 심사에는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모든 필수 자료의 엄격한 검토와 평가가 포함된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전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목소리 높였다.

WHO는 지난 4일에도 백신에 대한 효과·안전성 지침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어떤 백신이든 다양한 임상 시험과 검사를 거쳐야 한다"며 "무엇을 위한 백신인지,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부정적인 부작용이 있는지를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지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공식 등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딴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면서 본인의 두 딸 중 한 명도 이 백신의 임상 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고 말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등록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안전이 중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만을 방문 중인 에이자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오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발표에 대한 입장을 묻자 "백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최초(여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 [출처=연합뉴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 [출처=연합뉴스]

에이자 장관은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3상 임상시험으로부터 확보된 투명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BC방송은 러시아가 3상 임상시험을 마치기 전에 백신을 승인했으며 초기 실험 데이터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에이자 장관은 미국의 백신 개발 수준과 관련해서는 12월까지 미 식품의약국(FDA) 기준에 맞는 수천만회분의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으며 2021년에는 수억회분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12월까지는 FDA가 인정했거나 승인을 받은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 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오늘 백신 관련 업데이트를 받을 것이며 공개 행사와 아마도 오후에 있을 회견에서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 일정이 없고 오후 5시 30분에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미국에 확진자가 가장 많아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 전에 백신이 개발되면 열세인 판세를 뒤집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이 공식 등록됐다면서 자신의 딸도 임상시험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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