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9대 국회 때 민주당 '법안소위 패싱' 반대했었다
[단독] 19대 국회 때 민주당 '법안소위 패싱' 반대했었다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8-12 17:32:45
  • 최종수정 2020.08.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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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부담금 면제기한 일몰 일주일 앞두고
MB정부 중소기업청, 국회에 법안통과 요청
총선 이후 법안소위 구성 못한 지식경제위
"이번만 전체회의 표결" 여야 조건부 합의
당시 민주 의원 "관례 남기는 것 좋지 않아"
헌재, 법안심사 절차 생략은 "심의권 침해"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위원장이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구성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표결 사전절차인 찬성토론을 예고하자 김도읍 간사 등 미래통합당 위원들이 일제히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위원장이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구성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표결 사전절차인 찬성토론을 예고하자 김도읍 간사 등 미래통합당 위원들이 일제히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법안 표결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이같은 전례를 남기면 좋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3일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법안심사소위가 구성되지 않았다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법안인 이른바 '故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전체회의 표결에 부쳤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표결을 하려면 소위 심사보고가 있어야 한다"(김도읍 의원)며 표결에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했다. 국회법은 상임위 법안심사권을 전체회의가 아닌 소위에 부여한다. 민주당은 법사위가 상임위와 달리 단순 법안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위원회라는 '예외론'을 앞세운다. 하지만 법사위는 17개 상임위 중 하나라고 못 박은 건 국회법이다. 

◇ 8년 전엔 여야가 합의
제19대 국회인 지난 2012년 7월 24일 '제309회국회(임시회) 지식경제위원회회의록'에 따르면 당시에도 법안심사소위를 건너뛰고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표결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당시 지경위에는 제조업을 창업하는 중소기업에 해당 부담금을 면제해주는 기한을 늘리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었다. 송종호 당시 중소기업청장은 부담금 면제 일몰기한이 일주일 가량만 남았다며 법안 통과를 지경위에 요청했다.  

문제는 지경위가 미처 법안심사소위를 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애초 이 법안은 당시로부터 약 1년 전쯤인 제18대 국회인 2011년 7월 지경위 법안소위에 회부돼 첫 심사를 받았다. 이때 다른 법안에 순위가 밀린 이 법안을 두고 여야는 그해 11월 심사를 마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해를 바꾼 2012년 2월로 여야는 다시 심사 시한을 재차 연기했다. 그런데 그때는 또 국회의원선거를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이라 소속 위원들이 선거운동 차 지방으로 흩어지는 바람에 심사에 필요한 정족수가 모자랐다. 결국 제18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법안은 제19대 지경위에 재회부됐다. 이번엔 소위가 채 구성되기 전 법에서 정한 일몰기한이 임박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제19대 국회 지경위 여야 간사는 전체회의를 열기 전 법안 통과가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여야 간사가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한 민주당 전신 민주통합당 소속 강창일 지경위 위원장은 소위 심사 없이 법안 표결이 가능하겠는지 소속 위원들에게 의견을 구한다. 

"소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서 법률안을 소위원회로 회부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 수정안을 의결하고자 하는 데 이의 없으십니까?"(강창일)

통합당 전신 새누리당 소속 이진복 위원은 원칙론을 들어 반대했다.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전체회의에 다시 상정하는 것이 옳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이진복)

위원장이라고 해서 국회법에 근거를 둔 문제제기를 틀렸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강 위원장은 "지당하신 말씀"이라며 다른 위원들의 의견도 물었다. 그러자 같은 당 소속 김동철 위원도 원칙대로 가자고 했다. 

"법안 내용이 복잡하지는 않습니다만 소위를 거치지 않고서 하는 그런 관례를 남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김동철)  

여야 가릴 것 없이 소위 심사 없이 표결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강 위원장은 굳이 반박하지 않으며 현실론을 얘기했다.

"오늘 내로 법안소위원회가 구성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어렵다는 것을 아셔 가지고 (중고기업)청장님께 설명 듣고 토론하기로 하면 어떻겠습니까"(강창일)

그러자 이 위원은 법안 통과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며 여야가 합의한 만큼 이번만 전체회의에서 표결하는 데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전체 위원님들이 우리 청장님의 보고를 듣고 양해가 되어서 이번만큼은 그렇게 하겠다 그러면 저는 반대는 하지는 않겠습니다"(이진복)

제조업 창업에 절실히 필요한 법안이라는 중소기업청장의 호소가 이어지자 이의를 제기하는 위원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환경 의제에 민감한 통합진보당 소속 김제남 위원 역시 법안 내용만 질의할 뿐 표결 절차에 관해선 발언하지 않았다. 

◇ 법사위는 상임위가 아니다?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이번 '최숙현법' 표결을 빼고는 국회가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한 최근 32년 동안 소위에서 법안심사를 빼먹고 전체회의서 표결 절차를 밟은 전례는 제19대 국회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 유일하다. 

지난 2009년 12월 3일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복수노조 등을 허용하는 '노조관계법' 강행 표결을 시도하려하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09년 12월 3일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가운데) 위원장이 복수노조 등을 허용하는 '노조관계법' 강행 표결을 시도하려하자 이정희(앞줄) 민주노동당 의원이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사무처와 민주당은 이전인 제18대 국회에서도 추미애 당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소위 심사 없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표결했다고 주장하지만 절반의 사실이다. 복수노조 등을 허용하는 이 법안 개정안 4건은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돼 네 번에 걸쳐 심사가 이뤄졌다. 다만 여야가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자 당시 민주당 소속인 추 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 중재안인 '추미애법'을 별도 심사 없이 전체회의 표결에 부쳤다. 이때 야당 위원들은 안에서 잠근 회의장 문을 열지 못하면서 당시 한나라당 의원 8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당시 추 위원장은 대부분 쟁점이 소위에서 잠정 타결된 만큼 위원장 본인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이번에 민주당이 소위가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표결한 건 제18·19대 국회 때와 결이 다르다. 제18대 국회 '노조법'은 소위에서 법안심사가 상당히 이뤄진 상태서 위원장이 수정안을 새롭게 전체회의에 상정한 경우다. 위원장이 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여야 합의가 완전히 없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제19대 국회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은 이번 국회 소위에서 여야가 통과시키기로 잠정 합의한 법안이다. 이때는 심지어 여야가 이번만 소위 심사 없이 표결에 부치는 것이라고 '신사협정'을 했다. 이와 달리 이번 제21대 '최숙현법' 통과에선 여야 합의도, 지난 국회 소위 심사도 없었다. 

때문에 민주당은 법사위가 상임위가 아니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국회법이 법안소위 심사를 하라고 규정한 건 상임위인데, 법사위는 상임위가 아니니까 해당 사항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3일 법사위 야당 위원들은 윤 위원장이 소위 심사 절차를 건너뛰고 표결 직전 절차인 찬반토론을 진행하는 것으로 의사결정하자 전부 퇴장했다. 윤 위원장은 본인 결정이 정당하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선지 해명성 발언을 이어갔다. 

"(국회법)58조 2항, 그러니까 '소위에 회부하여 심사한다'라고 되어 있는 이 항목은 다른 항목과 다르게 (주어가) 상임위원회입니다. 이것은 각 소관 상임위원회가 심사할 때는 소위에 회부해서 심사를 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윤 위원장 말은 법사위는 상임위가 아니니까 소위에서 법안심사를 꼭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윤 위원장 말대로 '상임위원회는'으로 시작하는 국회법 제58조 제2항은 "안건을 심사할 때 소위원회에 회부하여 이를 심사·보고하도록 한다"라고 끝이 난다. 법사위가 상임위가 아닌 단순 위원회라면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상임위 소관 범위를 나눈 같은 법 제37조는 법사위는 '법무부·법제처·감사원·헌법재판소 사무와 법원·군사법원 사법행정 사항을 담당하는 상임위'로 나온다. 심지어 이번 국회에서 민주당이 주도해 통과된 '국회상임위원회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에서도 마찬가지다. 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간사 송기헌 의원은 법안심사소위를 당장이라도 구성하자는 야당 의원들에게 "오늘 타(상임)위법, 저희들이 체계․자구 심사 과정이 있다"라고 받아쳤다. '최숙현법'은 법사위 소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해당 안건에서만큼은 법사위가 상임위가 아니라는 해석을 펴는 것으로 읽힌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재단법인으로 신설되는 '스포츠윤리센터'가 피조사자에게 진술서를 요구하는 대목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수사 절차와 혼동될 우려가 있어 법무부와 법원행정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른 법률과의 조화 여부를 따지는 게 상임위로서의 법사위 역할이 있다는 반론이다. 법사위에 출석하는 법무부와 법원 관계자는 실제 다른 법률과의 충돌 여부 의견을 줄곧 밝혀왔다. 법사위는 상임위로 보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는 한 소위 심사 절차를 생략한 법안 표결은 위법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이 법사위를 법조 관계 기관만 담당하는 상임위인 '사법위원회'로 축소개편하는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헌재, 심사절차 생략은 '위헌'
실제 2011년 8월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법률안 심의·표결권에 해당하는 일부 절차가 생략됐다면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제18대 국회는 지난 2009년 3월 3일 본회의를 열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등을 표결했는데 이때 진보당 소속 이정희 의원은 당시 사회를 본 이윤성 부의장에게 반대토론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 부의장은 반대토론을 허가하지 않았고 이 의원은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권한쟁의심판이란 헌법기관 사이에 권한 다툼이 있을 때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송이다. 

헌재 재판관 9명은 전원일치로 국회법 제93조 반대토론 절차 생략을 위해선 본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고 정했는데 이 과정을 따르지 않았으니 이 의원의 법안심의권이 침해됐다고 봤다. 법안소위 심사 또한 대체토론처럼 법안심사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통합당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면 승산이 있다. 다만 민주당이 강행 표결한 법안은 여론의 관심이 큰 부동산 법안과 '최숙현법'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길은 아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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