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시 의견조회하겠다" 법무부 검찰과장 사과글, 행정절차법 위반
[단독] "다시 의견조회하겠다" 법무부 검찰과장 사과글, 행정절차법 위반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8.13 18:12
  • 수정 2020.08.13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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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 반발 '시스템변화' 직제개편서 빠진다
김태훈 과장, 뒤늦게 '사과글' 올려 진화 나서
행정절차법상 의견조회 범위는 '개정 법령안'
개편안에 없는데 의견조회 왜... 궁색한 변명

법무부 검찰국이 형사·공판부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검찰 직제 개편을 추진하며 대검찰청에 의견을 받는 과정에 행정절차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국은 지난 11일 검찰 직제개편안 관련 일선 검찰청 의견을 듣겠다며 '2020년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 제목의 의견조회 공문을 업무연락 방식으로 대검에 전달했다. 대검은 즉시 해당 공문을 일선 검찰청에 하달했다. 법무부가 대검에 요청한 의견조회 기간은 14일까지다. 법무부는 이번 의견수렴 절차를 마치는 대로 개편안 내용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빠르면 오는 18일 국무회의 심의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입법예고 절차도 법제처와 협의를 건너뛴다는 방침이다. 

이번 직제개편에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산 부분은 공판부가 형사부 인력을 가져오면서 형사 업무까지 이관받는다고 한 점이다. 이번 개편안을 두고 '공판부 인력을 늘리면 공판부 검사 한 명당 업무 강도는 낮아지니 기존 형사부 업무 일부까지 맡으라는 것이냐'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해석이 맞는다면 업무량을 줄여 공판중심주의를 살리겠다는 기존 취지는 사라진다. 

지난 11일 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직제개편안의 가벼움(공판기능의 강화 및 확대)'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차한성 전 대법관 아들인 평검사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다. 그는 이 글에서 "공판검사실 업무 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떠한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라고 따져 물었다. 법무부가 '1재판부 1검사 1수사관제' 도입을 위해 공판부 기능을 강화한다면서도, 공판부 검사가 형사부 검사보다 일을 덜 하니 해당 업무를 가져가겠다고 한 개편안 내용의 모순을 짚은 것이다. 차 검사는 "형사부 인력을 이관하면 형사부보다 일이 적은 공판검사의 일이 더 적어질 테니 단순한 사건 수사로 보완하라는 발상은 끝없이 가벼운 생각의 한 단편"이라고 덧붙였다.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도 12일 낮 '질문'이란 제목의 글에서 "일선 형사·공판 업무 실질을 알고나 만든 것인가"라며 이번 개편안이 공판부 검사의 현실을 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정 부장은 중앙지검 공판3부장과 대검 공판송무과장을 거친 바 있다. 

김태훈 법무부 검찰국장.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

두 검사 글에 일선 검사들이 호응하자 김태훈(사진) 검찰과장은 13일 오전 해명에 나섰다. 김 과장은 이날 올린 글에서 "직제개편안 실무를 담당하는 주무과장으로서 검찰 구성원께 우려를 드린 점 송구하다"며 "일선 검사님들을 비롯한 검찰 구성원께서 주신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적었다.

다만 김 과장은 "논란의 중심이 됐던 직제개편안 설명자료의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 는 이번 개편안에 반영되지 않는 부분임을 알린다"고 했다. 의견조회 공문에 딸린 설명자료에 있는 내용 중 공판부 관련 주요 내용은 이번 규정 개정안에는 없다는 설명이다. 

김 과장이 인용한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를 설명한 장에는 ①공판준비형 검사실로 개편 ②전담별 전문사건(기소·이의제기 송치, 송부사건) 전담처리 ③1재판부 1검사제 지향 ④부장급 단독공판실, 평검사로 구성된 공판·기소부로 이원화라는 소제가 붙었다. 이중 형사부 조직을 개편하는 내용인 ①과 공판부 기능을 강화하는 ③은 정면충돌한다. 설명자료에는 ①을 설명하면서 '현재도 공판검사실 업무부담이 형사부에 미치지 못함'이라는 대목이 있다. 공판부가 형사부 업무를 일부 담당해야 하는 당위를 적은 것으로, 공판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③과 지향점이 다르다. 

◇ 갑작스러운 검찰과장 사과 왜
이번 직제개편 내용이 아닌데도 의견조회를 거쳤다는 김 과장의 해명은 궁색한 측면이 있다. 김 과장은 "8월 중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을 추진하고 있는 주된 내용은 대검 조직개편 등 부분"이라면서도 "행정안전부 협의와 대검 등 의견수렴 결과가 반영된 직제개편(안)이 정해지면 조문안을 포함해 다시 의견을 조회할 예정"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반발을 산 공판부 관련 내용은 추가 직제개편 때 재차 의견조회를 하겠다는 뜻이다. 

김 과장 말은 이번 직제개편에 해당사항이 없지만 한 번 의견을 들어본 것이란 설명인데, 실상은 검찰 내 여론을 보고 계획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법령 개정 시 의견조회는 개정되는 내용을 묻는 절차다. 계획을 바꿨다면 법무부가 실상을 모르는 개편을 추진한 모양새가 된다. 그게 아니라면 개정하지도 않는 내용을 의견조회한 셈으로 행정절차법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법령안 입법예고 절차 등을 규정한 행정절차법은 의견조회 절차를 대통령령 '법제업무 운영규정'에서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 제11조 제1항은 "법령안 주관기관의 장은 법령안의 입안 초기 단계부터 관계 기관의 장과 협의하여야 하며"라고 돼 있다. 검찰청 직제개편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이뤄지는데, 이때 법무장관이 검찰총장과 협의하는 절차는 이번과 같은 의견조회로 갈음한다. 

김 과장 말대로라면 이번에 의견조회 공문에 첨부된 설명자료에는 의견조회 대상인 '법령안의 입안'과 관련없는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가 포함돼 있다. 개정 법령안과 관련 없는 설명자료를 법무부 검찰국이 대검을 통해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면 근거 없는 공무를 집행한 것이 된다. 

한편으론 입법예고 절차를 생략하면서까지 직제 개정안을 곧장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려던 법무부가 당초 구상을 완성하기 위해 김 과장 '사과글'을 통해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의견조회 과정에서 관계기관이 '불수용'을 밝히면 입법예고 생략 뒤 이어지는 절차인 법제처 심사 및 차관회의·국무회의 통과는 어렵다. 법제업무규정 제12조의2는 '법령안 주관기관의 장과 관계기관의 장 사이에 법리적 쟁점으로 견해 차이'가 발생하면 '정부입법정책협의회'를 거치라고 한 까닭이다. 협의회 의장은 법제처 차장이라는 점에서 법무부 안은 그대로 통과될 수는 있지만 시간이 늦어진다. 중간간부급 인사 전에 직제개편을 완성하려던 법무부엔 낭패다. 

실제 법무부가 일사천리로 직제개편을 추진한 흔적들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관련 규정은 '법령안에 대한 의견회신기간은 10일 이상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법무부가 대검에 제시한 기간은 4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을 줄이려면 법제처와 미리 협의해야 한다. 다음 절차인 입법예고 역시 법무부는 생략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는데 요건을 충족한다는 마땅한 근거는 없다. 역시 법제처와 협의가 필요한 입법예고 생략은 상위 법령을 단순히 집행하거나 단순 자구를 고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반대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와 관련된 내용이면 생략이 불가능하다. 이번 직제는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사권에 관한 내용인 만큼 입법예고는 필수적이다. 

법무부가 쾌속으로 직제개편을 추진하는 배경엔 검찰 기강 다잡기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개편은 중간간부 인사 직전에 이뤄져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로 각각 승진을 앞둔 검사들은 법무부에 이견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직제개편이 늦어지면 이 구상은 실현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직제개편에 없는 내용을 배포해 혼란을 줬다는 김 과장 '사과글'은 이 모든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묘수인 셈이다. 다만 이 경우 행정절차법 위반 부담을 떠안는다. 김 과장은 이 부분을 묻는 기자 질문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 특수·공안 자리에 형사·공판
법무부가 추진하는 검찰 직제개편 핵심은 직접수사 기능을 줄이는 반작용으로 형사부와 공판부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번 직제개편으로 8개만 남은 직접수사부서인 반부패부(서울2, 광주1, 대구1)와 공공수사부(서울2, 수원1, 부산1)를 지휘하는 대검 참모부 조직도 후속 개편하겠다는 취지다. 

개편안에 따르면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공공수사부 산하에 있는 과는 각각 5개에서 3개로, 3개에서 2개로 준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 등 지휘를 책임지는 옛 대검 중수1과인 수사지휘과는 수사지원과와 통합돼 '수사지휘지원과'가 된다. 공안수사를 총괄한 공안수사지원과는 선거사범 수사지휘를 담당한 선거수사지원과와 합쳐져 '공안·선거 수사지원과'가 된다. 

때문에 차장검사급인 반부패부와 공공수사부에 있던 선임연구관과 공공수사정책관이 폐지된다. 문무일 전임 총장 시절 강화됐던 과학수사부 산하 과학수사기획관도 함께 없어진다. 문재인 대통령 주문으로 만들어진 인권부는 없어지고 대신 차장검사 밑에 인권정책관을 새로 만든다. 인권부에 있던 인권감독 기능은 감찰부로 편입된다. 과거 범죄정보기획관(범정)으로 '검찰총장 눈'으로 불린 수사정보정책관도 없어지고 부장검사급인 수사정보1·2담당관이 수사정보담당관으로 흡수된다. 다만 각각 2개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부와 반부패부 수는 유지된다. 위치만 각각 3차장 산하와 4차장 산하로 자리를 옮긴다.  

반면 2개 과뿐이던 대검 형사부에는 형사3·4·5과 신설된다. 조직이 두 배가량 커진 만큼 이들 5개 과를 총괄하는 차장검사급 형사정책관 신설된다. 공판송무부는 기존 1개 과가 2개로 확대된다. 기존 일부 형사부 인력을 충원받는 방식으로 공판부 규모는 커진다. 공판부 구성은 고검검사급(부장·차장검사) '단독공판검사실'과 경력이 높은 검사와 평검사 중 호봉이 낮은 검사가 함께 일하는 '공판·기소부'로 나뉜다. 중앙지검에서도 공판부 규모는 커지게 됐다. 공판1~2부는 1차장 산하, 공판3~5부는 2차장 산하, 특별공판부를 담당하는 범죄수익환수부는 4차장 산하에 각각 자리 잡는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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