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3년 만인 지난 7월, 철수 결정
인니 9·10호기 사업과 '데자뷰' 우려
한국전력이 3년 전 일부 전문가들의 수익성 우려 목소리를 무시하고 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소 인수를 강행했다가 결국 적자 끝에 최근 철수를 결정했다. 당시 한전은 "25년간 2500억 원의 매출을 낼 수 있다"면서 밀어붙였으나, 이같은 예상이 완전 빗나간 것으로 드러나 비난이 일고있다. 김종갑 한전 사장 역시 최근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화력발전소 사업을 두고 '수익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업 강행을 결정했다. 미 태양광 발전소 실패와 '데자뷰' 현상이 우려된다.
한전은 지난 2016년 7월 이사회를 통해 미국 콜로라도 태양광 발전소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은 한전이 50.1%인 201억 원, 국민연금 COPA 펀드가 49.9%로 200억 원을 출자해 구성됐다. 설비 유지보수는 한전이 직접 하기로 했다. 한전은 당시 콜로라도 전력과 25년 장기판매계약을 통해 전력을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전은 이 기간동안 2억3000만 달러(한화 약 25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전의 사업타당성 분석 실패는 실제 발전소 운영에 돌입한 지 3년만에 드러나게 됐다. 한전 이사회는 지난 7월 이 발전소를 청산하기로 의결했다. 인수 이후 발전량이 계획대비 80~88% 수준에 불과해 매출이 기대한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은 연평균 7.25%의 수익률을 예상했으나, 실제 수익률은 2017년 4.7%, 2018년 0.7%에 불과했다. 지난해엔 -13%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11억4200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한전은 이번 사업 청산으로 투자금 약 190억 원을 날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200억 원을 투자한 사업이 3년만에 철수 결정내려진 것은 사업 타당성 검증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적절한 손익 분석 없이 진출한 해외 신재생사업으로 손해만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업 타당성 검증 당시에도 한전 내부에서도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는 신중론이 있었지만, 한전은 이를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로라도 철수 논란으로 최근 한전이 밀어붙이고 있는 인도네시아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투자사업도 불똥이 튈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업의 사례가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전의 인도네시아 발전소 투자 사업 역시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1차 조사에서 사업성 부족에 해당되는 '회색 영역' 평가를 받았다. KDI는 당시 해당 사업을 강행할 경우 약 106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전은 인도네시아 발전소에서 86%의 발전가능상태 유지 비율을 기록할 수 있다면서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KDI는 "주장되로 실현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면서 78.8% 수준으로 송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수익성을 분석했다. 이에 한전은 "KDI의 1차 예타는 사실관계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은 결과였다"면서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KDI는 2차 예타에서도 이 사업이 4358만 달러(약 530억)의 손실을 일으킬 것이라고 추산했다. 다만 해당 사업은 총점 평균 0.549로 사업타당성 기준치인 0.5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김 사장은 이같은 상황에서도 사업타당성이 넘었다는 이유로 이사회를 열고 지난 6월 인도네시아 발전소 사업 강행을 추진했다.
한전 사업 투자를 지켜보는 여론은 이미 싸늘한 분위기다. kuri*** "나라 망하게 하려고 작정한 듯", hosu*** "결정권자 구속해야 한다. 국민 전기요금이 쌈짓돈이냐", nice*** "답답하다, 정말 한전은 답이 없다", lms0*** "태양광 비리 수사는 꼭 이뤄져야 한다", 1000*** "한전의 적자는 오롯이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전기세가 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신뢰를 잃은 한전과 사업 실패를 체감한 김 사장이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지 관심이 모아진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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