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년 전 '전교조 단결권 침해' 소수의견 김이수 '법외노조 무효' 대법에 "만시지탄"
[단독] 5년 전 '전교조 단결권 침해' 소수의견 김이수 '법외노조 무효' 대법에 "만시지탄"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9.03 19:58
  • 수정 2020.09.0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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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법전원합의체 "법외노조통보 무효"
김이수, 2015년 헌재서 '교원노조법 위헌' 
"법외노조통보, 내부적으로는 취소로 봐"
'합헌' 다수의견도 의견일치했다는 비화
직권취소 말고 대법 기다린 文엔 쓴소리
난 2018년 9월 19일 김이수 당시 헌법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헌법재판관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8년 9월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발표했던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처분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는 무효라는 대법원 결론이 나온 3일,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은 "제대로 바로 잡힌 것 같아 만시지탄(때늦은 한탄)이지만 다행"이라고 밝혔다. 5년 전 김 전 재판관은 이같은 '법외(法外)노조' 통보 근거였던 교원노조법 조항이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보장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유일한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2012년부터 6년 임기 헌법재판관을 지내던 중 2017년 헌법재판소장(재판관 겸임)으로 지명됐지만 낙마해 이듬해 퇴임한 그는 현재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겸 조선대 이사장에 재직 중이다.

김 전 재판관은 이날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사실은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전교조 불법화) 시도를 한 것"이라며 "과거에도 그런 해고된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서 활동했었다"고 했다. 실제 부당해고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전교조 규약에 처음 시정을 요구한 건 박근혜 정부가 아닌 이명박 정부다. 2009년 6월 전교조는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 기조에 반발해 전국 다발적으로 이뤄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이때 시국선언을 주도한 교원 9명은 각 지방교육청으로부터 해임처분을 받았다. 정부는 이들을 조합원으로 계속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문제 삼았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 3월 전교조에 해당 규약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9월 재차 같은 취지로 시정요구했고 전교조가 따르지 않자 그해 10월 24일 법외노조통보를 처분했다. 

전교조는 이같은 시정요구는 위헌이라며 근거 법률인 교원노조법과 시행령을 헌재로 가져갔다. 공권력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따지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동시에 법원에 법외노조통보를 취소하고 그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냈다. 교원노조법이 준용하는 노동조합법은 그 시행령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에 정부는 법외노조통보를 해야 한다고 정한다. 헌재는 이중 심판요건을 갖춘 교원노조법만을 대상으로 2015년 5월 28일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그러자 엿새 뒤 대법원은 법외노조통보 효력정지를 인용한 가처분 소송 항고심을 파기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10대2 의견으로 무효 취지 판단이 내려진 건 본안 소송이다. 

김 전 재판관은 대법원이 법외노조처분을 무효로 보면서 그 이유로 제시한 법률유보원칙를 두고 "(법외노조통보 조항을) 시행령 아니고 법률에 정해야 한다는 건데...."라며 말을 흐렸다. 해직 교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법률 조항은 합헌이라고 본 헌재 다수의견과 사실상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가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법외노조통보 근거를 둬도 문제가 없다. 김 전 재판관은 다만 "법률유보원칙도 헌법원칙이니까 그런 의견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률유보원칙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은 법률의 위임 없이는 시행령 같은 행정입법으로 정할 수 없다는 헌법원칙이다. 

김 전 재판관은 헌재 결정 당시 비화도 공개했다. 헌재가 교원노조법을 합헌 결정해도 법원이 충분히 법외노조통보를 취소(무효)할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그는 "헌재에서는 그 당시 합헌 결정을 하면서 (조합원 전체에 해직교원이) 대다수가 아닌 9명인데, 그걸 가지고 오랜 역사가 있는 노조를 (법적으로) 취소하는 건 지나치다고 우리(헌재)가 생각은 했었다"며 "내부적으로는 (법외노조통보를) 법원에서 충분히 취소가 될 수 있는 처분이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그런 걸 하는 건 아니고, 법의 위헌 여부를 다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외노조통보 취소 여부는 헌재가 아닌 법원 관할이었다는 설명이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다수의견은 법외노조통보 적법성 문제는 "자격 없는 조합원의 수, 그러한 조합원들이 교원노조 활동에 미치는 영향, 자격 없는 조합원의 노조활동을 금지 또는 제한하기 위한 행정당국의 적절한 조치 여부, 해당 노동조합이 이를 시정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적법한 재량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인지 법원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적었다. 김 전 재판관에 따르면 다수의견은 단순히 법외노조통보 취소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면 된다고 말한 게 아니다. 헌재가 만약 법원이라면 충분히 취소하고도 남았다는 뜻이다. 김 전 재판관은 "다수의견에는 명백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봤었다"고 했다. 

김 전 재판관은 헌재 합헌 결정에 법원이 '쉬운 결정' 계기가 됐다는 시각에 "헌재가 합헌을 해버리니까 그런 지적이 있었다. 사실은 대법원이 (본안소송에서도) 충분히 취소할 수 있는 것인데 (고용노동부 재항고 인용은) 그런 점에서 아쉬웠던 것"이라며 수긍했다. 당시 본안소송과 함께 진행 중이던 가처분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와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민중기)는 모두 전교조 편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환)는 원심 결정을 깨는데 헌재 결정을 인용했다. 

김 전 재판관은 대법원 판결 이전에 문재인 정부가 나서지 않은 점도 언급했다. 그는 "사실은 정부가 직권으로 취소하는 방법이 있었다. 정부는 그런 방법은 택하지 않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린 것"이라며 "벌써 몇 년이 흘렀나"라고 반문했다. 지난 6월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 심사를 기다리는 단계다. 이렇게 정부 개선 입법이 늦어진 배경엔 "국제노동기구(ILO) 비준에 맞춰, 혹시 대법원이 반대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기다린 것"이라 했다. 문재인 정부는 해직자의 노조 활동을 허용하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준비 중이다.

이번 대법원 다수의견 결론만 보면 5년 전 김 전 재판관이 나홀로 쓴 소수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전 재판관은 "제대로 바로 잡힌 것 같아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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