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5대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악화 우려가 세어나오고 있다. 지난달 가계가 은행권에서 끌어다 쓴 대출도 사상 최대 수준인 12조원 가까이 늘며 폭발적인 증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48조2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1조7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신용대출이 견인했다.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의 경우 5조7000억원 늘며 역시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는 신용대출이 생활비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빚투'(빚내서 투자하다)의 자금 확보처가 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투자와 공모주 청약 증거금 납입 등 주식투자에 자금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증가규모가 6조1000억원으로 7월(4조원)보다 확대됐다. 주담대는 전세자금대출과 이주비·중도금대출 등 주택담보로 취급되지 않은 주택관련대출을 포함한다.
한은 관계자는 "기타대출의 경우 주택자금 수요에 주식투자, 생활자금 수요 등이 가세하면서 증가폭이 확대됐다"며 "주담대는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수요 등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말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124조274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에만 10조2935억원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은행권의 신용대출 폭증에 금융당국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리스크 점검반 회의'를 열고 "신용대출이 경제 리스크 요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 추세가 일시적 현상인지, 추세적 흐름인지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의 주택대출규제 우회 수단으로 신용대출 등이 악용되는 사례가 없는지 등 가계대출 전반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며 "최근 금융권의 가계대출 흐름에 대해 종합적인 점검결과를 토대로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실태와 실수요 요건 대출 약정 이행여부 등 규제 전반의 이행상황을 점검 중"이라며 "향후 규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장은 금리인상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신용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며 "다만, 향후 추이에 따라 신용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충당금을 더 쌓고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이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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