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뭉칫돈 빼간 놈" 길원옥 할머니 양자 비방글 올린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사죄'
[단독] "뭉칫돈 빼간 놈" 길원옥 할머니 양자 비방글 올린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사죄'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0-09-16 09:07:45
  • 최종수정 2020.09.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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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피해자가족단체, 지성용 신부 고소고발
길원옥 할머니 養子 황선희 목사 비방글 올려
"황 목사 부부, 정대협 쉼터소장에 뒤집어씌워"
경찰에서 연락가자 황 목사 두 번 찾아가 사죄
지성용 신부. [사진=천주교인천교구 인터넷 홈페이지 갈무리]
지성용 신부. [사진=천주교인천교구 인터넷 홈페이지 갈무리]

위안부 피해자 양자로 입적한 종교인이 뭉칫돈을 빼갔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정의구현사제단 신부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자 당사자를 찾아 연거푸 사죄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앞서 지난 7월 8일 '위안부피해자가족대책협의회'(위가협)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지성용(사진) 신부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사이버 명예훼손)로 수사해달라는 고소·고발장을 인천지검에 제출했다. 위안부 피해자 가족 일부로 구성된 이 단체는 지 신부가 지난 6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한 '길원옥 할머니 양아들 황 목사의 위선'이란 제목의 글을 문제 삼았다. 해당 글은 현재 내려간 상태다. 정의구현사제단은 1974년 군사독재에 항거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창립된 천주교 개혁모임으로 '길위의 신부'를 표방한다. 

지성용 신부가 지난 6월 20일 본인의 페이ㅜㄱ 계
지성용 신부가 지난 6월 20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내린 '길원옥 할머니 양아들 황 목사의 위선' 제목의 글. 

지 신부는 이 글에서 "황 목사는 길 할머니 호주머니 돈을 매달 와서 빼가다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마포쉼터) 손 소장님 사망 이후 떠난 자는 말이 없으니 자신들의 행위를 거기다 뒤집어씌워 버린다"며 "정의연(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사건이 만들어지자 길 할머니 양아들로 입적해 뭉칫돈 3000만원을 빼간 놈은 바로 황 목사 부부"라고 주장했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수양아들로 고(故)손영미씨 횡령 의혹을 제기한 황선희 목사가 오히려 돈을 가로챘다는 취지다. 갓난아기 시절부터 길 할머니 손에서 자란 황 목사는 지난 5월 정의연·정대협 횡령 의혹이 불거지자 손씨가 모친 계좌를 임의로 관리했다고 의심해왔다. 지난 6월 손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황 목사를 쉼터로 불러 "어머니 뜻이니 양자로 빨리 입적하고 돈을 받아가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 계좌에 보관하던 길 할머니 돈을 황 목사 계좌로 보냈다. 지 신부가 가리킨 '뭉칫돈'이다. 황 목사는 손씨가 숨진 후 길 할머니 주거지를 쉼터에서 본인 자택으로 옮겼다. (본지 2020년 6월 17일 자 보도 '[단독] 마포쉼터 소장, 생전 길원옥 할머니 양아들 불러 '입적 권유'' 기사 참조)

지 신부는 같은 글에서 "곽예남 할머니의 돈을 착취한 봉침목사, 종교인들은 왜 자신의 노동과 노력으로 돈을 벌지 않고 예수팔아 저리 살아갈까"라고도 적었다. 또다른 위안부 피해자 故곽예남 할머니 수양딸로 지난해 횡령 의혹이 불거진 이민주 목사를 겨냥한 대목이다. 

정의연과 정대협을 두둔하려는 목적에서 지 신부가 '횡령범'으로 지목한 것으로 보이는 황 목사와 이 목사는 검경 수사 결론에 따르면 오히려 피해자에 가깝다. 지난 14일 서울서부지검이 밝힌 정의연·정대협 고발 사건 수사결과에 따르면 지씨가 무고 피해자로 가리킨 손씨는 정의연과 정대협에서 각각 이사장과 상임대표를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윤 의원이 손씨와 공모해 2017년 11월 무렵부터 지난 1월까지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길 할머니 심신장애를 이용해 총 9회에 걸쳐 정의연 등에 7920만원을 기부·증여하게 했다며 형법 죄목 준사기(準詐欺) 혐의를 적용했다. 윤 의원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마포쉼터 운영비를 보관하던 손씨 명의 계좌에서 임의로 2182만원을 소비한 혐의(업무상횡령)도 받는다. 지 목사 주장과는 달리 길 할머니 돈을 빼간 주체는 황 목사가 아닌 정의연·정대협 관계자인 것이다. 다만 윤 의원과 이들 단체는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반대로 검찰이 고인을 모독했다는 입장이다.

이 목사도 위안부 피해자 돈을 가로챘다는 의혹을 벗은 지 오래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지난해 6월 14일 이 목사에게 "곽예남에 대한 '허위 입양 혐의와 손편지 이용 후원금 모집 및 횡령 혐의'에 대하여 내사 진행하였으나, 범죄혐의 발견하지 못하여 내사종결하였습니다'라는 사건처리결과통지를 보냈다. 다만 지 신부는 게시글에서 이 목사 실명을 적는 대신 '곽예남 할머니의 돈을 착취한 봉침목사'라는 표현을 썼다. 이 목사는 몸 일부에 봉침(벌침)을 놓는 불법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도 받았는데 전주지검 수사 결과 입증 증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제공=이민주 목사]
전남지방경찰청이 지난해 6월 14일 이민주 목사에게 보낸 사건처리결과통지서 중 일부. [제공=이민주 목사]

때문에 이 목사와 황 목사가 주축인 위가협은 허위사실이 유포돼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지 신부가 적당한 방법으로 사과하지 않는 한 법적 대응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내려받은 인천 중부경찰서 수사과 사이버범죄수사팀은 이미 이 목사와 황 목사를 상대로 고소·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죄가 되는지 따져보는 중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 신부는 경찰서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자 같은 인천시에 거주하는 황 목사 자택을 두 번이나 찾았다. 이곳에서 "글을 잘못 썼다. 목사님이 그런 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사죄성 발언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 신부는 황 목사 부부에게 '처벌불원(不願)' 의사를 표해달라고 요청했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상대방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사기관에 전달하면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

황 목사는 즉답하는 대신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쓰면 생각해보겠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 목사도 지 신부가 속한 천주교인천교구에 보낸 항의서한에서 '사과문 페이스북 게재'를 요구했다. 이 목사는 "지 신부가 페이스북에 잘못을 모두 인정하는 사과문을 올리면 고소고발 취하를 검토해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러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 신부는 황 목사 자택을 방문해 사죄성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말은 삼갔다. 그는 "법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라 어떤 언급을 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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