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래연 차명계좌 의혹' 회계직원 자수서 제출에 검사 "적극 응하나요?"... 이틀 뒤 고발인조사 통보
[단독] '미래연 차명계좌 의혹' 회계직원 자수서 제출에 검사 "적극 응하나요?"... 이틀 뒤 고발인조사 통보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09.18 17:29
  • 수정 2020.09.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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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김하니씨, 16일 남부지검에 자수서 제출
김씨, 미래연서 회계직원 근무 때 차명계좌 관리
자수서 제출 이틀 만에 검찰, 고발인에 출석요구
지난달 8월 26일 서울 모처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김하니씨. [사진=윤여진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모처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김하니씨. 김씨는 기자에게 검찰에 제출할 참고자료를 꺼내 설명하며, 본인을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차명계좌를 조성하고 관리한 공범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윤여진 기자]

"궁금한 부분이 있는데, 지금 일종의 제보 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셨는데 앞으로 출석이라든지 여러 가지 적극적으로 응해주시는 건가요?"(검사)

"저는 공범이나 마찬가지인데요"(제보자)

지난 16일 오후 6시쯤 서울 영등포구 서울남부지검 청사를 찾은 제보자 김하니(33)씨가 휴대전화 너머로 권나원 부부장검사와 나눈 대화다. 친문(親文) 본산 한국미래발전연구원(미래연)에서 과거 회계직원으로 일한 김씨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건영 의원이 지난 2011년 5월 17일 차명계좌 개설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17쪽 분량 자수서엔 윤 의원 지시에 김씨가 본인 명의로 개설한 KB국민은행 계좌 내역이 갈무리돼 있다. 윤 의원은 야인 시절인 지난 2011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미래연에서 기획실장으로 재직했고 곧바로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현재 미래연은 노무현재단 부설로 있다. 
  
자수서 제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김씨는 기자와 대화에서 "수사의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가 이례적으로 앞으로 수사가 본격 진행되면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할 의사가 있는지 물은 까닭이다. 이틀만인 18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남부지검 조사과는 오는 25일 고발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에 출석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지난 6월 3일 고발장을 제출했지만 세 달 가량이 지난 지금까지 검찰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었다. 지난 3일 자로 남부지검에서 근무를 시작한 형사5부 권 부부장은 직접 수사를 맡지는 않았고 조사과를 지휘 중이다. 조사과에선 검찰수사관이 일반 사법경찰관처럼 검사에게 수사보고를 올리는 식으로 사건 수사를 진행한다.  

검찰은 먼저 김씨가 제출한 자수서를 바탕으로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자수서에 따르면 김씨는 2011년 5월 17일 당시 기획실장이던 윤 의원으로부터 '하니씨 명의로 무자료 통장을 하나 개설해서 이 돈을 입금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윤 의원보다 앞선 2009년 8월부터 미래연에서 일한 김씨는 '막내'였다. 김씨는 곧바로 서울 마포구 국민은행 광흥창역점을 찾아 계좌를 개설했다. 이어 김용익 당시 원장이 '무크지 용역'으로 받아낸 1100만원을 입금했다. 이른바 '무통장'으로 불린 미래연 차명계좌에서 처음 돈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김 원장은 2012년 5월 미래연을 떠나 제19대 국회 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낸 뒤 현 정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윤 의원은 김씨에게 '무자료거래통장정리' 엑셀 파일 '직보'를 지시했다. 김씨는 2011년 4월 법인회계를 담당한 직원이 그만두면서 이 역할을 대신 맡게 됐고 강권찬 당시 미래연 국장에게 1차 보고, 윤 의원에게 2차 보고했다. 반면 법인통장 내역이 아닌 '무통장'은 윤 의원에게만 따로 보고했다. 김씨는 해당 파일에서 차명계좌를 '무자료통장' '무' '무자'로 기재했다.

차명계좌로 들어오는 자금 출처는 대부분 친노(親盧) 출신이 단체장을 맡은 지방자치단체 용역대금이었다. 수원시에서 7번, 성북구청에서 1번 들어온 금액은 합계 2130여만원이다. 현재 3연임 중인 연태영 수원시장은 2005년 청와대 국정과제담당비서관을 지냈다. 당시 성북구청장이던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같은 기간 정무·민정·정책조정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있었다. 2011월 5월 24일 당시 강 국장은 성북구청으로부터 478만원을 받아 무통장에 입금했다. 그는 김 의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직속 후배로 성북구청장 정책보좌관을 지낸 다음 윤 의원 밑에서 이번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영전했다. 윤 의원은 올해 1월까지 국정상황실장으로 있었다. 윤 의원이 미래연 실장으로 올 때 도움을 준 인사가 바로 강 국장이란 말이 있다. 김씨는 자수서에서 "윤 실장은 직원들이 지자체 용역을 수행한 뒤 법인통장이 아닌 차명계좌로 용역비를 입금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지시하는 방법은 문자, 전화, 말 등 다양했다고 한다. 

김씨는 때로는 미래연 직원이 아닌 제삼자에게 무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준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2011년 10월 미래연은 10·4 남북공동선언 공식기념식에 참여했는데 이때를 전후해 행사 준비를 대행하는 일종의 아르바이트를 한 사람들로부터 돈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김씨는 미래연 직원들이 아닌 이 사람들로부터 '10.4 용역비'를 받았고 다시 이들에게 '알바비'를 이체했다. 해당 금액은 모두 590만원 정도다. 
 
이렇게 무통장으로 들어온 금액 대부분은 윤 의원 개인통장으로 빠져나갔다. 2011년 6월 20일 800만원, 10월 18일 30만원, 10월 21일 230만원, 10월 28일 80만원, 12월 15일 1000만원과 149만 23원이다. 6번에 걸쳐 총 2288만원 정도가 무통장에서 윤 의원 계좌로 이체됐다. 김씨는 "윤 의원이 차명계좌로 입금한 뒤 본인 통장으로 차입금 상환 명목으로 지급하라고 지시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윤 의원이 무통장으로부터 돈을 받기 전 해당 금액을 미래연 차입금으로 잡아놓았는데 차명계좌를 통해 되돌려받았다는 뜻이다. 

미래연에 차입금이 발생한 이유엔 당시 윤 의원 신분이 미래연 정식 직원이 아닌 데 있다고 김씨를 말한다. 미래연에서 일한 다른 상근직원과 달리 윤 의원은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급여도 매달 받아가지 않았다. 김씨는 매달 급여날을 앞두고 윤 의원에게 "실장님 인건비도 이체할까요?"라고 물었으나 "이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자수서에 적었다. 윤 의원이 당시 미래연이 공식적인 적을 두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김씨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해당 의원실에서 '허위급여'를 받았다고 자백한다. 김씨가 미래연에서 실제 근무를 마친 시점은 2011년 12월이지만 국회사무처 기록상에는 같은 해 8월부터 12월까지 '백원우 민주당 의원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돼 있다. 김씨는 2011년 7월 초 윤 의원이 "국회사무처 인턴 T.O(공석)가 났으니 미래연 직원 한 명을 등록해서 인건비를 절약하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제안을 했다고 기억했다. 윤 의원은 그해 7월 7일 김씨에게 '인턴약정건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낸다. 당시 백 의원실 형모 비서가 보낸 메일을 그대로 전해준 것이다. 해당 비서는 이재정 민주당 의원실을 거쳐 청와대에서 일하는 등 여권에 계속 몸담고 있다. 이렇게 김씨는 미래연에서 받을 돈을 국회사무처로 부터 대신 받았는데 그 금액은 대략 545만원 정도다. 김씨는 자수서에 "이런 허위 취업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썼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래연 기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 재직 당시인 2011년 7월 7일 김하니씨에게 전달한 '인턴약정건입니다' 제목의 이메일. 이메일 원발신자는 백원우 당시 민주당 의원실 소속 비서다. [자료=김하니씨] 

김씨가 차명계좌 조성과 허위급여 수령 공범임을 자처하는 이유는 뭘까. 김씨는 "2011년 12월 15일, 도망치듯 퇴사하고 잊고 살고자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제보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합당한 처벌을 받겠다고 결심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윤 의원 계좌로 흘러간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모른다. 이 부분은 수사기관에서 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자수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미래연에 빌려줬던 자금이나 받지 못했던 임금을 해당 통장을 통해 돌려받은 것으로, 개인적으로 쓴 돈은 없다'는 입장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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