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反기업 법에 골병드는 삼성…삼성생명법 '외국계 자본 지배구조 좌지우지' 우려
[포커스] 反기업 법에 골병드는 삼성…삼성생명법 '외국계 자본 지배구조 좌지우지' 우려
  • 정예린 기자
  • 기사승인 2020-09-21 18:03:30
  • 최종수정 2020.09.21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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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룰' 깨는 개정안…삼성 지배구조 변하나
전자 지분 시장에 팔면 외국계 자본 유입 가능성
물산이 전자 지분 사면 지주사 전환…진퇴양난
"재산권 침해·기업에 배임 강요…경영권 뺏기"
삼성전자가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사진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내달 7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놓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재계에서도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이 삼성이라는 타깃을 정해놓고 ‘삼성 흔들기’를 자행하기 위해 목표도 없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화재, 22조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해야

지난 6월 박용진,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보험법은 보험사가 보유하는 계열사의 주식 한도를 총자산의 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를 현행 ‘취득 원가’ 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바꾸는 내용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3%를 넘느냐 마느냐 평가하는 기준을 처음 지분을 매입했던 당시 금액이 아닌 현재 주식 가치로 계산해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됐을 경우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계열사 지분은 5년 이내에 해소해야 한다. 이때 실제로 지분을 처리해야 하는 금융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뿐이다. 개정안에 ‘삼성생명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지난 2분기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5억815만7148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시가로 계산하면 21일 종가(5만9200원)를 기준으로 지분 가치는 약 30조원에 달한다.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1.49%(8880만2052주)를 가지고 있으며, 가치는 5조가 넘는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총자산은 각각 318조원과 87조원이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개정 법에 따라 계산한 뒤 적용하면 총자산의 9.4%, 5.7%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즉, 삼성생명은 20조, 삼성화재는 2조원 가량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사진=삼성생명]
[사진=삼성생명]

◇삼성물산, 삼바 주식 팔아도…지주사 전환 장벽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띄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7.48%를 비롯해 총수 일가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총 31.9%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은 각각 5.01%, 8.51%이고,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총수 일가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활용해 지배력을 높이는 식이다. 

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구조에서 ‘삼성물산→삼성전자’로 바꿔야 한다. 현재 방식으로는 총수 일가가 삼성전자 경영권 지배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안정적인 지배 구조 유지를 위해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매각하는 22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삼성물산이 매수해야 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해당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이 나오는 또 다른 이유다. 

자금 조달을 위한 재원으로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지분 43.44%가 거론된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물산이 가진 삼바 지분 가치는 약 21조원이다. 

그러나 이 경우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법이 발목을 잡는다. 

삼성물산이 삼바 주식을 팔아 삼성전자 지분을 매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취득할 수 있는 지분은 약 6%다. 규모가 큰 만큼 양도소득세(법인세)만 약 4~5조원에 달하는데,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삼성물산이 추가 보유 가능한 삼성전자 지분은 약 4.6%다. 현재 5.01%와 합하면 약 10%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게 되고 해당 주식의 가치는 35조원 수준이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주식 가치가 총자산의 50%를 웃돌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되는데 삼성물산이 여기에 해당한다. 올해 반기말 기준 삼성물산 총자산은 약 44조8500억원이다. 

보험법 개정안과 더불어 추진되고 있는 ‘공정경제 3법’ 중 하나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해도 약 10%, 통과되면 약 20%에 달하는 지분을 늘려야 한다. 현실적으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업에게 배임 강요…경영권 뺏기 위한 초법적 행태"

전문가들은 해당 개정안 발의가 기업은 물론 소액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삼성그룹에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데 몰두하고 있는 사이 정작 피해는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기업에게는 배임 행위를 강요하는 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삼성생명 기업 자체 뿐 아니라 보험 가입자와 삼성생명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일”이라며 "보험회사는 실적이 낮은 만큼 이익을 내기 위해 자산운용을 잘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삼성전자 주식만큼 배당해 주는 주식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삼성물산이 삼바 주식을 팔아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시나리오가 실행된다면, 이것 또한 일반 기업에 배임을 강요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이 성장 산업으로서 주가 상승률이 높은 삼바 주식을 팔고 삼성전자 주식 사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주주들이 회사에 배임이다, 내 이익을 침해했다고 하면 국회나 정부가 이를 책임질 것도 아닌데 왜 이를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자본의 유입으로 삼성전자가 ‘주인 없는 집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교수는 “순환출자고리를 끊어버리면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이 약화되고, 현재 계열사를 제외하면 국민연금의 지분이 약 11%로 제일 높은데 정부와 외국계 벤처캐피털 헤지펀드가 결합하면 삼성전자 지배권을 얼마든지 흔들 수 있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현대자동차그룹도 지주사 전환 계획을 세웠다가 엘리엇이 주식을 사면서 지배 구조 개선 작업이 1년 이상 지연된 적이 있다”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파는 순간 외국계 회사가 얼른 사버리고, 그 순간 순환출자고리가 끊어지게 돼 지배 권한을 통째로 뺏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그저 삼성이 순환출자고리를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선례가 없는 아주 강폭한 제도”라며 “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반기업 정서에 반해 실질적 효과도 없는데 삼성으로부터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한 초법적인 행위라는 것 이외에는 설명이 안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속에서 어느 때보다 미래 먹거리 발굴, 장기 투자 등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삼성은 기업 성장이 아닌 사법리스크 및 경영 지배권 방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재벌 개혁을 선언한 정부에 대응하는 사이 삼성은 변화가 빠른 업계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줘도 모자란 시국에 정부가 오히려 나아가지 못하도록 잡아끄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yelin0326@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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