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 문제로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일시 중단된 가운데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백신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되면 즉시 접종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품질 검사에만 약 2주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질병관리청은 상온에 노출된 백신 사용 여부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질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면 즉시 물량 공급을 통해 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질병청은 “품질 검사는 약 2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안전성에 문제없음이 확인되면 13~18세 접종 사업을 재개하고, 안전한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10월 어르신 접종을 포함해 순차적으로 접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 업체가 제품을 의료기관으로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 온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신고를 받고 전날 밤 전격적으로 접종 중단 조처를 했다.
백신은 배송 과정에서 2~8도의 냉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온도에서 배송·보관되면 품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사용이 보류된 물량은 500만 도즈(1회 접종분)로, 이날 시작이 예정됐던 13~18세 학령기 접종에 쓰일 제품이었다.
청소년과 임산부 대상 접종이 연기되면서 일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큰 혼란이 빚어졌다. 전국 병·의원과 보건소에도 관련 내용을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정부의 향후 접종 재개 일정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 발표가 늦어지자 1인당 4만원 가량을 내고 백신을 접종하는 학생들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구에 사는 학부모 이모(44)씨는 "오늘 아침 일찍 학교에서 안내문자를 받았는데 언제쯤 접종을 재개한다는 내용이 없어서 불안하다"며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정부가 가장 기본적인 백신 물량 확보도 못 했다는 점에서 믿음이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료 접종 대상이 아닌 시민들 가운데서도 백신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접종을 서두르는 사례가 속출했다.
식약처는 이들을 수거해 상온 노출로 인해 효능에 변화가 생겼는지,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을지 다각도로 검토해 사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으로 전량 폐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상태다.
질병청도 "폐기에 대해서는 해당 제품이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는지를 식약처 품질 검사 결과에 따라 확인하고 조치 방안 등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 등 19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7%에 해당한다.
이중 독감 백신을 2회 접종해야 하는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아동은 이달 8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이들이 접종한 백신은 제조사가 직접 의료기관에 배송한 제품이어서 상온 노출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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