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머티리얼즈, SK넥실리스와 공장부지 놓고 '갈등'
일진머티리얼즈, SK넥실리스와 공장부지 놓고 '갈등'
  • 김지형 기자
  • 승인 2020.09.24 10:26
  • 수정 2020.09.24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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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바로 옆에 공장 설립 상도덕아냐" vs. SK넥실리스 "아직 검토 단계"
SKC 자회사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에 8000억원 투자 유력
업계 "LG화학 vs. SK이노베이션 소송전 데자뷰"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시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공장(빨강줄) 옆 SK넥실리스 공장 부지.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시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공장(빨강줄) 옆 SK넥실리스 공장 부지.

중견기업 일진머티리얼즈가 리튬이온배터리 등 2차전지 핵심소재인 동박(구리를 얇은 종이처럼 만든 것) 사업을 두고 대기업 SKC 자회사인 SK넥실리스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경쟁사인 일진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공장 바로 옆에 새로운 공장을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양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는 SK넥실리스, 대만의 장춘(CCP)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시장에서 '빅3'로 통한다. 장춘은 12.9%로 1위이고, 일진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는 각각 9.7%와 7.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박빙의 싸움을 하고 있는 SK넥실리스가 자사의 인력과 기술을 빼가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일진의 현지 말레이시아 인력들 사이에서도 SK넥실리스 투자단 방문 소식이 돌아 동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SK넥실리스 투자 관련 임원단이 일진머티리얼즈 공장이 있는 사라왁주 쿠칭시에 최종 투자 결정을 위해 방문 중에 있다. 말레이시아 투자청도 SK넥실리스가 투자할 것이라고 확인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일진은 4년간 현지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하지만 대기업 경쟁사가 담을 사이에 두고 공장을 짓는다면 핵심 엔지니어와 숙련된 현지 인력 유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넥실리스 측은 "동박 공장 진출을 위한 최적의 입지를 찾고있는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 일진 "말레이공장 바로 옆 공장 설립은 상도덕 아냐"

일진 경영진은 "SK넥실리스의 해외 투자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진머티리얼즈 공장 부지 바로 옆에 SK넥실리스 공장이 들어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근로자 대부분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현지 특성상 일진머티리얼즈 직원들의 잇따른 이직사태로 이어질것이라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진 측은 1996년 SK넥실리스의 전신인 LG금속이 전북 정읍에 동박공장을 짓고 30분 거리에 있는 자사 익산 공장의 엔지니어와 숙련공 15명을 데려갔다면서 당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업계전문가들은 만약 SK넥실리스가 말레이 사라왁주 쿠칭시에 있는 일진머티리얼즈 공장 바로 옆에 공장을 짓게 된다면 인력 및 기술유출로 인한 양사의 갈등과 소송이 예고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경쟁사 바로 옆에 새로 공장을 짓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SK넥실리스가 만약 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 현지 공장 옆에 바로 붙어서 공장을 짓는다면 상도덕이 아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송전의 데자뷰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시장 성장에 '최우선주'"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 2017년 현지 공장 말레이시아 설립했고, 투자를 결정한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불량률을 낮췄으며 2019년 1월 공장을 착공한 후 현재 연간 2만톤까지 동박 생산을 늘렸다. 장기적으로 말레이 공장 생산능력을 10만톤까지 늘리기 위해 연 1만톤씩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지난 7월에는 추가로 3000억원을 투입해 증설과 관련, 공격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 및 재계 평가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일진머티리얼즈의 말레이 일렉포일(동박) 공장 증설은 기존 전략의 일환이지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면서 "동박 수요가 최초 계획을 세울 때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동박시장에서 일진머티리얼즈는 아직까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기료와 인건비가 국내보다 30% 가량 저렴한 장점이 있다. SK넥실리스가 말레이 투자를 검토하고, 일진머티리얼즈가 국내 1만 6000톤 규모의 동박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말레이 공장의 증설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진머티리얼즈에 대해 "전지박(동박) 출하량 증가로 2분기 실적이 양호할 전망"이라면서 "3분기 이후부터는 전지박 출하 성장 가속화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하반기 영업이익 성장률이 상반기 대비 91%로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업체와 전기차 시장 노출도가 높고 해외 공장 거점을 확대하고 있어 2차전지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가 가능하다"며 "하반기를 기점으로 말레이시아 전지박 생산 공장 증설 효과가 본격화하고 유럽 전지박 절단 공장 가동으로 유럽 시장 개척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셀 메이커들의 배터리 출하 증가와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2차전지 섹터에 대한 지속적인 '비중 확대'와 함께 최우선주로 '삼성SDI·에코프로비엠·일진머티리얼즈'를 제시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19년 매출액 5502억원과 영업이익 468억원을 기록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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