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진단] ‘이례적’ 사과가 고마운 정부
[WIKI 진단] ‘이례적’ 사과가 고마운 정부
  • 황양택 기자
  • 승인 2020.09.28 09:50
  • 수정 2020.09.28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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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A(47)씨의 공무원증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실망감을 줬다”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북측에서는 남북 사이 신뢰와 존중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도록 긴장하고 각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은 북한이 과거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며 감탄했다. 정부는 남북정상이 주고받은 친서까지 공개하며 남북관계는 변함이 없다는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것에 대해 북한은 어떤 책임을 진다는 걸까.

그간 정부는 남측으로 넘어 온 북한 주민을 북으로 송환해 왔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무사히 송환되지 못했다. 이렇게 쉽게 피살됐을 거였다면 그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애써온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군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첫 발견 이후 사살되기 전까지 수 시간이 있었다. 이는 단순한 실수도 오해도 아닌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계획적으로 진행됐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에서 정부가 가장 당혹스러워 할 점은 문 대통령의 일정인 것으로 생각된다. 야당에서는 문 대통령의 행적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자칫 세월호 사건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는 정부와 여당이 감탄하며 고마워할만한 요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실제 북측의 통지문 사과가 있자 정부와 여당은 일제히 이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런 사례는 없었다”며 남북관계 냉엄한 현실에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 같다며 “과거 북측의 태도에 비하면 상당한 정도의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양국 정상의 친서 전문까지 곧바로 공개하며 남북은 평화를 위해 진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후 박지원 국정원장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개입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하며 마무리를 장식했다.

북한의 사과 통지문이 이례적이라는 부분은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 문 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라 북측에서 기존과 다른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북측의 사과에 대해 마냥 감탄하며 끝낼 일은 아니다.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북측의 만행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따져야 한다.

정부가 북측에 공동조사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나선 만큼 매듭을 확실하게 지어야 할 것이다. 특히 ‘자진월북’에 대해서는 북측과 말이 맞지 않기 때문에 사건 경위의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무사 송환하지 않고 피살한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규탄해야 한다. 남북관계 진전은 그 다음 문제다.

[위키리크스한국=황양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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