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동참해달라" 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 비올때 우산 펼칠까
"한국판 뉴딜 동참해달라" 한국씨티은행·SC제일은행, 비올때 우산 펼칠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09.29 16:57
  • 수정 2020.09.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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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들, 경기침체 때마다 중소기업대출비율 낮춰
높은 순이자마진(NIM)으로 본사에 고배당 정책으로 논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한국판 뉴딜 동참해달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날씨가 맑을 땐 우산을 억지로 줬는데 비가 오자 우산을 뺏으려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은행들의 대출 행태에 대해 이같이 자주 비유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은행이 나서서 중소기업에게 대출을 독려하더니 경기가 나빠지자 오는 대출 신청마저 막는다는 것이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의 경기순응적인 행태를 이렇게 비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조금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대출 규모는 결코 줄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충격이 이어진 올해 1분기 은행 기업대출 증가액은 51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요청에 은행들이 저금리 대출과 원금 상환 유예 등의 정책을 내놓은 탓이다. 코로나19 위기가 더욱 장기화되면 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이 높지만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코로나19 위기 속 금융지원이 속속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외국계 시중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뭇매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실적이 좋지 못하고, 금융당국의 협조 요청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과 대구은행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차 금융지원 대출을 받았다. 5월 25일부터 심사가 시작돼 29일까지 실제 집행된 2차 대출 승인액은 모두 약 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외 지방은행도 6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대출 접수를 받았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대출 시행에 참여하지 않았다.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목적으로 외국계 은행에 방문하는 경우가 드물고 국내 은행과 경영 방침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들은 1차 소상공인 초저금리 이차보전 대출(이하 이차보전 대출) 당시에도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금융당국이 대출한도를 대폭 줄였다. 이차보전 대출은 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연 1.5% 초저금리로 최대 3천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문제는 그만큼 줄어든 대출한도가 국내 시중은행에 고스란히 배정됐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씨티은행에 할당한 이차보전 지원액을 기존 25억원에서 3억원으로, SC제일은행은 33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췄다. 줄어든 50억원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에 10억원씩 재배정했다. 금융당국의 기조를 충실히 이행하는 은행은 되려 부담이 커지고, 따르지 않는 은행은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전통적으로 외국계 은행은 국내 은행에 비해 중소기업대출비율이 낮고, 총자산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낮은 편이다. 외국계 은행의 수익원은 대출보다 순이자마진(NIM)인데 이들은 경기침체 등으로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 중소기업대출비율을 낮췄다. 경제학 연구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기가 침체돼 대출여건이 악화되면 외국계 은행들은 신속하게 중소기업 대출 회수에 주력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 대출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최근 5년 이내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BIS 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은행의 자본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국내은행과 은행지주 3월말 BIS 비율이 각각 14.72%, 13.40%로 2019년 12월말 대비 각각 0.54%포인트, 0.14%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국내은행 BIS비율은 지난해 말까지 15%대를 유지하다가 3월말 14.72%로 3년3개월만에 14%대로 하락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KB국민은행이 BIS총자본비율 15.01%(1·4분기말 기준)로 전분기대비 0.84% 포인트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높았다. 외국계은행도 씨티은행이 18.44%로 1.12%포인트, SC제일은행이 15.41%로 1.47%포인트 하락했다. 

BIS 비율 하락에는 미수금, 유가증권 등 위험가중자산 증가가 한목했다. 6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은 작년말 대비 석달 만에 44조 이상 늘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증가 규모(약 31조원)를 웃도는 수치다. KB국민은행이 한 분기 사이 14조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그 뒤를 신한(8조9000억원), 우리(8조4000억원), 하나(7조6000억원)가 이었다. 반면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3조5000억원, 2조4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의 BIS 비율은 18.4%로 업계 최고 수준인 반면, 우리은행은 14.8%로 낮은 편이다.

은행권에서는 외국계 은행이 코로나19 지원보다는 수익성 추구로 높은 배당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 바라보고 있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국내에서 번 수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으로 본사에 보낸다. 2018년~2019년까지 배당 규모는 씨티은행이 9994억원, SC제일은행은 7670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외국계 금융사들의 저조한 포용금융 활동 참여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5일 외국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금융감독·검사 방향 설명회를 개최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기조연설에서 “금융포용과 책임혁신의 관점에서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건강한 새 바람을 불어넣어달라”고 당부했다. 윤 원장은 이어 "금융포용을 충실히 이행해야 금융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라며 ‘포용금융’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외국계 은행의 특성상 국내 시중은행만큼 포용금융을 실천하기 힘들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계 은행들은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라며 “카드사들이 긴급재난지원금 마케팅 자제령 하나에도 불이익이 갈까 벌벌 떠는데 환경이 정말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윤 원장은 지난 28일에도 외국계 금융회사에 대해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원장은 이날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외국계 금융회사 임직원 200여명과 'FSS SPEAKS 2020'을 개최했다. 기조연설에서 "최근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으며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 기반 새 디지털 생태계의 출현과 기후위기에 대응한 녹색 전환 과정에서 금융산업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또 "신성장 디지털 산업으로 금융이 공급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외국계 금융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국제적 경험과 사례를 국내에 접목하는 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관련해서는 국내외 금융사에 대해 구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외국계 금융사가 솔선수범해달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금융소비자 권익 신장이 금융에 대한 신뢰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데 외국계와 내국계 구분이 없으며, 시행 초기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겠으나 외국계 금융사가 한국 금융시장에서 고객에게 다가가고 발전해나가는 데는 소비자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금융사에 친화적인 금융시장 환경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금융규제 부문의 애로 해소를 위해 금감원과 외국계 금융사가 함께 실무작업반(Working Group)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며 "조만간 국제기준이나 관행 등을 반영해 개선 내용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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