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광철 민정비서관, 靑재직 중 국정원 감금 사건 변호
[단독] 이광철 민정비서관, 靑재직 중 국정원 감금 사건 변호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0-10-07 18:09:06
  • 최종수정 2020.10.07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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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변호와 민정사무 이해충돌 여지
민정서 '국정원 댓글 사건'도 보고 받아
이광철 "비서는 입이 없는 것으로 배워"
국가정보원 직원 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김현 전 의원이 과거 본인 트위터 계정에 공개한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병호
국가정보원 직원 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김현(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2016년 6월 9월 1심 결심공판이 끝난 뒤 본인 트위터 계정에 공개한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피고인 문병호 전 의원 이종걸 전 의원, 변호인 서누리 변호사 이진아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김남국 의원 이광철 민정비서관, 피고인 강기정 전 정무수석 김 상임위원 정모 민주당 당직자. [사진=김 위원 트위터 갈무리]

국가정보원 직원 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가 확정된 민주당 관계자를 변호했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공직 임용 이후에도 변호인 자격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정비서관실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찰을 비롯 사정기관 업무를 조정한다. 외관의 공정을 뜻하는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14년 6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부장검사)은 강기정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에게 벌금 500만원을 약식기소했다. 같은 당 문병호·이종걸·김현 의원과 당직자 정모씨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제18대 대통령선거를 목전에 둔 2012년 12월 11일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에서 불법 댓글을 달던 중인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를 35시간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는 혐의(공동감금)를 받았었다.

이들 모두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변호인을 물색했다. 이 사건 "주심 변호인"(이종걸)은 이 비서관이었다. 이 전 의원이 몸담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지낸 이 비서관은 "당에서 해주고 돈도 내준"(문병호) 변호인이었다. 이 비서관 말고도 각기 다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세 명이 더 붙었다. 그 가운데에는 지난해 10월부터 이 비서관 밑에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한 이진아 변호사와 지난 4월 21대 총선에서 당선한 김남국 의원도 있다. 

이 비서관은 당시 법무법인 동안 대표변호사로 여기에서 변호인 수임계약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 이곳 담당변호사는 이 비서관이 유일했다. 판결문에도 '법무법인 동안 담당변호사'는 이 비서관뿐이다. 수임계약은 별도 법인격을 갖춘 법인에서 했지만 변론은 단독으로 담당변호사로 지정된 이 비서관이 사실상 주도한 모양새인 셈이다. 

2심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법무법인 소속으로 이 사건 변호인에 이름을 올린 서누리 변호사는 '이 사건 변호를 법무법인 동안에서 주도했느냐'라는 물음에 "아니다. 변호인은 이광철 변호사, 김남국 변호사, 이진아 변호사, 그리고 저 이렇게"라고 답했다. 다만 2017년 6월 8일 열린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이자 결심공판에는 이 비서관이 출석하지 못했다. 한 달 전쯤 이 비서관이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내정됐고 2017년 5월 25일을 전후해 정식임용된 까닭이다. 때문에 같은 법무법인 소속 다른 변호사가 결심공판에 출석을 대신했다. 지난 8월 청와대 정무수석에서 물러난 강 전 수석이 "이광철 변호사는 저희들 마지막 못 챙기고 가버렸다. 그래서 저희들이 어려움이 있고 그랬다"고 기억하는 배경이다. 상고심에선 항소심 막판에 합류한 변호사 혼자 계속 변호인을 맡았다. 이때는 재판 처음부터 이 비서관이 변호인을 맡지 않았다. 대법원은 2018년 3월 이 사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제는 항소심 판결문에 이 비서관이 여전히 '법무법인 동안 담당변호사'으로 기재돼 있다는 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7년 7월 6일 이 사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때 이 비서관 신분은 법무법인 동안 변호사가 아닌 청와대 공무원이었다. 마지막 선고기일 전 사임한 변호인은 최종 판결문에 기록되지 않는 게 법원 실무다. 30년 가까이 법원에서 조서 업무를 한 대법원 관계자는 "통상 선고 당시에 사임한 변호사는 판결문에 이름이 안 올라간다. 사임을 안 했으니까 이름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를 책임졌던 이정회 전 검사장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다. 공판하는 검사들도 전혀 얘기가 없었다"면서도 "공무원이 변호사 활동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 사건 변호를 함께 했던 김 의원은 공직에 가더라도 꼭 사임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했다. 김 의원은 "판결 선고를 기다리는 사건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임계 제출은 기본적으로 로펌에서 하는 것"이라며 "변호사는 사임계를 제출해달라고 했는데 해주지 않을 경우도 있다. 의미가 있는 역사적 사건에선 해당 변호사가 로펌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이름을 남기고 싶어 일부러 '사임계를 제출하지 말라'며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은 법원실무 원칙에 맞지 않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서를 칠 때 (변호인) 이름을 잘못 넣으면 도장 찍기 전에 '이 분은 사임했으니까 이름을 넣으면 안 된다'고 반려된다"며 사임한 변호인은 판결문에 등재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했다. 

겸직 또한 문제가 된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는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 변호사법 제38조는 "변호사는 보수를 받는 공무원을 겸할 수 없다"고 각각 정한다. 변호사법 권위자인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7년) 5월부터 7월까지는 (법무법인) 담당변호사인 상태로 돼 있기 때문에 겸직 논란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비서관이 주변에 사임계를 제출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거나 법무법인에서 관련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서 변호사는 "본인이 가면서 다 정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알기로는 청(와대) 들어가고 사건 다 정리한다고 해서 사임계 낸다고 하는 걸 술자리에서 같이 들었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이같은 말을 처음에는 법무법인 동안에서 들었다고 했지만 이내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법무법인 동안 사무직원은 '법무법인에서 담당변호사 지정철회를 하지 않은 것인가' 질문에 "이광철 변호사는 더이상 저희 소속이 아니어서 확인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재판 당시 사무장이던 이정렬 변호사에게도 관련 내용을 물었으나 아무런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정 교수는 변호사법에 '법무법인 담당변호사가 공직 진출을 이유로 담당변호사직을 지정철회하는 경우'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당시 피고인들은 이 비서관이 사임하지 않았는지 몰랐다고 말한다. 지난 8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김 전 의원은 "몰랐다. 피고인이 담당 변호사 사임계를 체크하나"라고 반문했다. 김 전 의원은 이 비서관이 재판 중 공직 임용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이와 달리 이 전 의원은 "행정관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어서 이제 우리 재판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법인 수임인데 소속 변호사가 빠졌으니까 자연히 사임계를 내지 않아도 수임관계가 해소되는 것으로 알았던 것 같다"고 했다. 문 전 의원은 "그때 막판에 가서 사임계를 내지 않은 모양"이라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민정 간다는 얘기가 얼핏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문 전 의원은 "내정 상태라면 상관없겠지만 발령이 정식으로 났는데도 변호인으로 있었으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문제인 건 이 변호사가 '국정원 감금 사건'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 업무에 관여했다는 점이다. 

이 비서관은 항소심 재판이 끝난 직후인 2017년 7월 20일 법무부를 제외한 16개 부처와 국가보훈처 등 19개 정부기관을 수신인으로 '국정과제 추진 부처별 TFT 구성 현황 및 운용 계획 제출'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당시 선임행정관이던 이 비서관은 "적폐청산을 위한 부처별 TFT 구성 현황 및 향후 운용 계획을 7.24 까지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T) 운용계획을 보고하라는 대상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포함돼 있다. 개혁위 산하 적폐청산TF는 공문 발송 13일 전 진상조사 목록을 발표하는데 그중엔 '국정원 댓글 사건'이 들어있다. 국정원은 이 진상조사를 근거로 2017년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국정원 댓글 사건에 관여한 '민간인 외곽팀장' 등 48명을 수사의뢰한다. 이들은 2009년 4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심리전단 사이버팀과 연계된 민간인 외곽팀에서 불법댓글 등을 달았다.

당시 여전히 재판 중이던 국정원 댓글 사건은 국정원 감금 사건과 맞물릴 수밖에 없었다. 불법행위를 감독한 행위가 감금으로 인정되기는 어렵다. 실제 이 비서관은 "피해자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활동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 자신의 업무용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들을 삭제하려고 스스로 오피스텔 안에 남았다"(항소심 판결문)고 변론했다. 피해자는 '자발적 감금' 상태로 불법행위 증거를 인멸하고 있었다는 취지다. 

결국 이 비서관이 입을 열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비서관은 "비서는 입이 없다고 배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에 있는 동안 다른 사건에서도 변호인과 대리인 자격을 유지했다. 본지가 확인한 것만 대법원 2018년 8월 국가보안법 사건, 헌법재판소 2017년 10월 기소유예처분취소 사건과 2018년 4월 통신비밀보호법 사건 등 3건이다. 이중 국보법 사건은 무죄 취지로 결론이 바뀌는 파기환송 사건이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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