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범 잡는다더니...억울한 피해자 만든 금융당국·보험업계
보험사기범 잡는다더니...억울한 피해자 만든 금융당국·보험업계
  • 황양택 기자
  • 승인 2020.10.12 18:06
  • 수정 2020.10.12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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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수 의원, 정무위 국감서 KB손해보험 '특전사 보험사기' 사건 실체 다뤄
특전사 출신 참고인 신 씨, 훈련 중 부상...보험금 받았지만 사기범으로 지목돼
KB손해보험 보험사기 조사실장, 참고인에게 공갈·협박...이후 실형 선고 받아
전 의원 "보험 계약자, 잠재적 보험 사기범으로 보는 것 아닌지 생각해봐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전재수 의원실 제공]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전재수 의원실 제공]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보험사기범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어설픈 관리와 부당한 수법으로 오히려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오후 국회에서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고인 신 씨를 부르고 KB손해보험과 연관된 ‘특전사 보험사기’ 사건의 실체에 대해 다뤘다.

전 의원에 따르면 특전사에 지원했던 신 씨는 훈련 중 어깨와 발목을 다쳐 보험금을 청구하고 받았는데, 보험사의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으로부터 허위진단을 받은 보험사기범으로 지목됐다. 이후 신 씨는 보험사기죄로 1년 8개월을 만기 복역했다.

전 의원은 해당 사건에서 “유죄의 결정적인 근거는 보험가입 개수와 보험료 납입액이 많다는 이유였다”며 그 배경을 묻자 신 씨는 “특수부대에서 근무하다보면 사망사고나 장애를 입는 동료들을 보게 되고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안고 생활하게 된다”고 답했다.

특히 신 씨는 “부대로 보험 상품을 설명하러 오기도 한다”며 “특전사 출신 선배들이 보험설계사로 활동하면서 많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보험설계사가 같은 특전사 출신이다 보니 고충을 잘 알고 있었고, 여러 조언을 듣다 보니 보험 상품 여러 개에 가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이어 신 씨 사고 당시 공무상병인증서와 수술내역 자료들을 공개했다. 그는 “야간산악침투 임무 수행 중에 실족해서 국군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며 “외래진료가 필요하다는 군의관 소견에 따라 서울 소재 병원에서 어깨 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허위로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하려면 군 병원에서 발급한 자료들부터 다 허위여야 하는데, 후유장해진단서를 보면 의사는 여러 검사를 진행하고 이 같은 판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해 진단을 내렸던 의사 외에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도 장애가 남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신 씨와 함께 공모했다고 지목된 의사, 브로커(손해사정사)들은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왔냐는 질문에 신 씨는 “손해사정사와 의사 모두 재판에 나오지 않았으며 전부 무혐의로 결론 났다”고 밝혔다. 이에 전 의원은 “공소 사실을 보면 공모했다고 하는데, 공모한 사람은 전부 무죄고 참고인만 유일하게 유죄를 선고 받았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신 씨가 복역 이후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통지문을 한 장 더 받았다며 불기소이유고지서를 공개했다. 그는 “공소 사실은 유죄 선고를 받은 판결문과 같은 내용인데, 이미 1년8개월을 복역하고 난 뒤 같은 사건으로 불기소 통지 사유서를 받은 것”이라며 “검사만 바뀌었을 뿐인데 하나는 유죄, 하나는 기소조차 되지 않은 무혐의 처분”이라고 꼬집었다.

전 의원이 공개한 불기소처분사유서에 따르면 △피의자들이 허위 장해진단서를 이용해 보험금을 편취했다거나 △당시 피보험자들에게 그러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증할만한 충분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혐의가 없다고 돼있다.

전 의원은 “참고인을 처음 협박했던 경찰 출신 KB손해보험의 SIU팀 조사실장은 이후에 보험 사기와 관련 공갈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면서 “사실은 이 사람이 전체적인 판을 만들고 허위자백을 강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험사기범을 잡는다고 하면서 억울한 사람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금융당국에서 적발한 보험사기범은 9만 3000여 명인데 이 가운데 실제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862명에 불과했다. 즉 100명을 압박해 실제 기소된 인원은 1명뿐이었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보험사기범을 잡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나쁜 한 명을 잡기 위해 보험 계약자 모두를 잠재적 보험 사기범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씨는 "저는 그저 소방관이 꿈이었던 특전사 부대원이었다. 경찰과 언론이 사기범으로 몰았지만 맹세코 보험 사기범이 아니다“라면서 ”아무리 말을 해도 수사기관과 법원에서는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재판에서 결정적인 진술을 했던 손해사정사들이 경찰과 KB손해보험 보험사기 조사실장이 시키는 대로 법정에서 증언을 했고, 그에 대해 위증을 했다고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보험사기 예방은 선량한 계약자 보호가 기본적인 것”이라며 “조사하는 과정에서 협박이나 조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기 조사업무 모범규준을 만들고 있는데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황양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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