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랑 고무줄 묶음 처리한 1100만원이 다발 채"... 내부고발자가 기억하는 미래연 차명계좌 의혹의 시작
[단독] "노랑 고무줄 묶음 처리한 1100만원이 다발 채"... 내부고발자가 기억하는 미래연 차명계좌 의혹의 시작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0-10-14 09:01:28
  • 최종수정 2020.10.1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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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미래연 회계직원 김하니씨 檢 출석
김씨, 차명계좌 주장하며 '그날의 기억' 진술
윤건영 '김용익 마련 1100만원' 김씨에 건네
무크지 발행 목적이라는데 정작 집행은 없어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회계직원으로 근무했던 김하니씨가 차명계좌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이른바 '무자료통장' 내역. 빨강 선은 김씨가 지난 2011년 5월 17일 윤건영 당시 미래연 기획실장 지시를 받고 이날 KB국민은행 광흥창역지점에서 본인 명의로 개설한 계좌 첫 거내내역인 김용익 당시 원장이 마련한 1100만원을 입금한 부분.
한국미래발전연구원 회계직원으로 근무했던 김하니씨가 차명계좌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이른바 '무자료통장' 내역. 빨강 선은 김씨가 지난 2011년 5월 17일 윤건영 당시 미래연 기획실장 지시를 받고 이날 KB국민은행 광흥창역지점에서 본인 명의로 개설한 계좌 첫 거내내역인 김용익 당시 원장이 마련한 1100만원을 입금한 부분.

"김용익 원장님이 무크지(단행본과 잡지 성격을 모두 갖춘 출판물) 비용으로 받아온 돈이니까 하니씨 명의 계좌 하나 개설해서 입금하세요"

2011년 5월 17일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은 회계직원 김하니씨를 사무실 본인 자리로 불러 이렇게 말했다. 김씨가 기억하는 기획실장은 "자신 책상 밑에 둔 쇼핑백을 꺼내 건넸다. 겉면이 비닐 소재로 코팅된 종이가방 안에는 만원권이 다발 채 들어 있었다. 노랑 고무줄로 묶음 처리한 1100만원이었다" 김씨는 쇼핑백을 들지 못해 가슴에 품고서 곧장 서울 마포구 미래연 건물에서 가장 가까운 KB국민은행 지점인 광흥창역점을 찾았다. 기획실장이 미래연에 몸담은 11개월 동안 '무자료통장'으로 부른 수상한 통장은 이렇게 김씨 명의로 만들어졌다. 

9년 하고도 약 5개월이 지난 2020년 10월 8일, 김씨는 내부고발자 성격의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했다. 그날의 기억을 김씨는 차분하게 수사관에 털어놨다. 수사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1100만원이 만원권이었나요, 오만원권이었나요" "누가 어디서 어떻게 (돈을) 전달했나요" 김씨는 "입금할 때 창구에 가져가면서 되게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며 긴박했지만 또렷한 과거를 떠올렸다. 김씨 입에서 나온 기획실장은 이번 정부에서 청와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윤 의원은 지난 2011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미래연에서 기획실장으로 재직했고 곧바로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미래연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2008년 퇴임 이후 설립한 싱크탱크(전문연구조직)로 노 대통령 사후엔 '노무현 정신' 계승을 목표로 사업 방향을 추진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재단 부설로 편입됐다. 

미래연 차명계좌 운용 의혹을 수사 중인 남부지검이 확보한 금융거래내역에 따르면 김씨는 2011년 5월 17일 오후 4시 8분 591502-04-062*** 국민은행 계좌에 '신규'로 1100만원을 입금했다. 검찰 수사팀은 무크지 비용 등이 거래내역으로 잡힌 이 계좌 자금 흐름이 정상적인지 살피고 있다. 

검찰은 법인통장과 무거래통장의 각 내역을 대조했는데 무크지 관련 비용은 법인통장에서만 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팀은 2011년도 미래연 법인통장 수입과 지출 내역을 정리한 '2011년 월간수지 보고' 엑셀 파일을 추가로 확보했는데 무크지 지출이 처음 등장하는 시점은 2011년 6월 10일이다. 이날 '무크지 다과 구입'에 8520원이 쓰였다. 무크지 발행을 두고 외부인사들이 처음 모인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다. 김씨가 정리한 '무자료거래통장정리' 엑셀 파일이 매달 윤 의원에게 직보된 것과 달리 이 파일은 국장을 거쳤다고 한다. 
 
무크지 두 번째 지출은 3개월 정도가 지난 2011년 9월 23일이다. 이때는 2차 회의가 열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동 면면은 미래연 초대 원장 출신 인사와 모두 대학교수직에 있는 외부인사 6명으로 서울 마포구 한 중국음식점에서 뒤풀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 법인카드로 식사 비용 30만 9100만원이 계산된 시각은 이날 오후 9시 6분이다. 이렇게 두 번에 걸친 회의를 미래연은 내부적으로 '무크지 담론회의'라 불렀다. 

사흘 뒤인 2011년 9월 26일 오후 5시 46분 무크지 담론회의에 참석한 외부인사 6명에게 돈이 입금됐다. 사람당 47만 8000만원씩 총 286만 8000원이 지출됐다. 무크지 관련 세 번째 지출이다. 이후로 관련 지출은 없다. 결국 무자료통장에 입금된 1100만원에서 세 번에 걸친 비용을 빼면 800만원이 약간 넘는 금액이 남는다. 일종의 불용(不用)액으로도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실제 미래연은 무크지를 발행하지 않았다. 두 차례 무크지 담론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2011년 9월은 기억이 없고 후반부 11월, 12월 이즘 해서 (2012년) 다음 대선을 고민하자 해서 여러가지 모여서 논의를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 인사는 윤 의원이 두 번째 무크지 담론회의를 앞두고 김씨에게 '전화를 드리라'고 한 상대방이다. 본지가 입수한 미래연 내부 이메일 일부 사본에 따르면 윤 의원은 김씨에게 "같은 시간대에 (참여정부) 정책포럼이 개최될 예정이니 담론팀 회의를 (오후) 5시에 시작하면 안 되겠는지 여쭈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해당 날짜엔 향후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외연 확장에 관여한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야권통합'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정확히 당시 일정을 떠올리지 못한 A씨와 달리 외부인사 B씨는 두 번째 회의 당일 뒤풀이를 한 식당 이름과 위치를 언급하자 무크지 담론회의가 있었음을 기억해냈다. 

2011년 9월 8일 윤건영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이 2차 '무크지 담론회의'를 앞두고 김하니씨에게 보낸 이메일.
2011년 9월 8일 윤건영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이 2차 '무크지 담론회의'를 앞두고 김하니씨에게 보낸 이메일.

무크지 비용을 마련해온 당시 미래연 원장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0차례가 넘는 전화 시도에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개인 연락처로 건 전화를 받지 않는 대신 공단 비서실을 통해 취재 취지를 확인한 김 이사장은 끝내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윤 의원으로부터 무크지 관련 질문을 전달받은 의원실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건넨 1100만원은 미래연 무크지 재원으로 마련한 돈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금액 출처는 "김용익 원장 개인 돈인지는 모르겠다"며 "(윤 의원이) 알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무자료통장으로 해당 금액을 받은 배경으로 "약간 종잣돈 같은 거니까 미래연 통장 공식 수입금으로 넣기 애매해 통장을 하나 따로 만들어서 관리해보면 어떻겠느냐 해서 만든 것"이라 말했다. 이같은 답변으로는 무크지 관련 비용이 법인통장에서 나간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 부분 지적엔 "최초의 돈은 실제 발간이 진행될 때 사용하려 했던 돈이기 때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부연했다. 미래연이 무크지를 발행하지 않은 것엔 "아이디어 회의를 한 분들에게 사례비도 드리고 했는데 진전이 안 된 것"이라 했다. 남은 돈 800만가량 용처는 "이렇게 저렇게"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 이유로 "(무자료통장 돈은) 애초 여러 사람 후원한 '섞여 있는 돈'이고, (김 이사장이 마련한) 최초의 돈 플러스 여러 돈이 들어온 통장 성격에 맞게 나중에 쓰인 것"이라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무크지 비용으로 쓰이지 않은 돈과 무거래통장에 들어온 다른 돈이 합쳐져 그 일부가 윤 의원 개인계좌로 빠졌다. 김씨는 6번에 걸쳐 총 2288만원을 윤 의원 계좌에 입금했다. 

이 관계자는 "(윤 의원 계좌로) 간 돈이 있다"면서도 "인건비 몫으로 받아 간 것이고 실제로 (윤 의원이) 법인통장으로 월급을 받지 못했다. 그때 미래연이 워낙 어려울 때라 (윤 의원이) 여러 번에 걸쳐 돈을 빌려줬는데 돌려받은 돈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끝으로 윤 의원이 김씨에게 1100만원을 전달한 상황은 "10년 전이라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미래연은 영세한 연구원이었고 기획실장 사무실이 따로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러명이 함께 쓰는 사무공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김씨가 말하는) '책상 밑' '쇼핑백' '만원권' 사무실'은 사실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고 왜곡 가능성이 있는 한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 재구성한 김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도 주장했다. 김씨는 "기억 안 나는 건 안 난다고 (검찰에) 다 이야기했다"는 입장이다. 남부지검 형사5부 지휘를 받아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이곳 조사부는 14일 오전 9시 30분 김씨를 상대로 2차 참고인조사를 진행한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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