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옵티머스 연루' 前 민정 행정관, 서울시 법률고문 추천한 사람도 청와대 갔다
[단독] '옵티머스 연루' 前 민정 행정관, 서울시 법률고문 추천한 사람도 청와대 갔다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10.16 18:40
  • 수정 2020.10.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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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명도소송 전문가로 서울시 법률고문 위촉
도시기반시설본부 → 법률지원담당관 '추천 의뢰'
법률담당관은 서성범 靑법무비서실 선임행정관
이 변호사 '민정 입성'에는 관여하지 않았단 입장
이진아 변호사.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이진아(36) 변호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서류 위조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호 변호사 아내 이진아(36·사진) 변호사는 올해 6월까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재직했다. 이 기간 이 변호사는 옵티머스 지분 9.8%를 김재현 대표 측으로 차명 전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변호사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모집한 투자금을 펀드를 통해 '무(無)자본 인수'한 것으로 의심받는 대상인 해덕파워웨이에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청와대 입성 전까지 서울시 법률고문을 지냈다. 그를 법률고문직에 추천한 인사는 서상범 현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확인됐다. 

16일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2017년 7월 3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작성 '서울시 법률고문 위촉 변호사 추천(의뢰)' 제목의 내부 공문에 따르면 당시 법무법인 해송 소속이던 이 변호사는 명도소송 전문 법률고문으로 추천됐다. 공문엔 이 변호사 직접 작성했다는 경력 서류가 첨부돼 있다. 이 변호사가 스스로 밝혔다는 명도소송 관련 경력은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전국철거민연합) ▲서울시 서북병원장례식장 ▲동대문교회 ▲동대문운동장 ▲서울역사박물관 ▲한강매점 ▲북촌한옥마을 ▲용마터널 ▲신봉터널 ▲상도동 지하철도 ▲고덕지구 도로 등 모두 서울시가 철거를 진행한 사업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2017년 7월 시 법률지원담당관에게 법률고문으로 이진아변호사를 추천하는 공문.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2017년 7월 시 법률지원담당관에게 법률고문으로 이진아변호사를 추천하는 공문.

수신자가 서울시 법률지원담당관인 공문을 직접 작성한 본부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공문에 따로 기재한 이 변호사 경력은 본인이 보내준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 전했다. 이 변호사가 밝힌 경력을 하나하나를 따로 살펴보지는 않았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이 변호사가 내준 서류를 보면 이름, 생년월일, 소속, 사건 목록, 추천 분야(명도소송)밖에 없다"며 법률지원담당관이 최초 보낸 공문을 보면 "전체 부서에 (추천서를) '올려달라'고 돼 있다. (서류상 경력 확인은) 법률고문 변호사를 선임하는 법률지원담당관실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본부가 법률지원담당관실에 보낸 서류에 이력서나 외부추천서는 없다고 했다. 2018년 공직에서 은퇴한 당시 공문 결재 부서장은 "이 변호사를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 본부에서 철거 사업 보상 관련 자문회의를 했었는데 관련 기록을 찾아보니 이 변호사는 이름이 없다"고 했다. 법률고문 선임 과정에서 각 부서 추천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법률지원담당관은 2017년 6월 외부공모제로 임기를 시작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서 선임행정관이다. 서 선임행정관은 서울시 법률고문직은 검증 대상이 아니라 했다. 대신 시에서 관리하는 '풀'(pool·인재 대기자 명단)이 있는데 통상 여기에서 법률고문직 선정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증은 공직에 임용할 때 하는 것"이라며 위촉직인 법률고문직 선정은 "경력이라든지 전문 분야라는 걸 봐서, 나름대로 '풀'을 만들고 거기에 대해서 내부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사혁신처를 비롯 곳곳에서 추천을 받아 '풀'을 형성한다. (특정 법률고문이) 퇴임하는 경우가 있으면 '풀'에서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선정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시 '풀'에 이 변호사가 들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2017년 당시 5년 차 변호사에 불과한 이 변호사가 법률고문직에 선정된 배경과 관련해선 "장기간 (법률)고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고(故) 박원순 시장 지침에 따라 '마을변호사'로 활동한 젊은 변호사 중에서 성실한 분들을 발탁해 고문으로 임명하기도 했다"고 했다. 

서 선임행정관은 이 변호사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들어오게 된 것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 선임행정관은 "(청와대로) 옮긴 다음에 이 변호사가 옆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와 거기서 인사했다"며 옵티머스 사태에 이 변호사가 연루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희(민정수석실)도 놀라고 개인적으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 선임행정관은 서울시 법률지원담당관 재직 중인 2018년 7월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전격 발탁됐다. 현재 2년 3개월 넘게 장기간 근무 중인 그는 지난 1월 선임행정관으로 내부승진했다. 

◇ 청와대 들어간 배경은 
이 변호사는 서울시 법률고문을 바탕으로 이후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 국가정보원 법률고문 등을 지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이 권력형 비리로 비화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그가 변호사로 활동한 짧은 기간 어떻게 공직에 발이 닿았는지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공직의 시작이라 볼 수 있는 서울시 법률고문이 된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이 변호사가 명도소송 전문가인 것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가 개업한 2012년 첫 근무지인 법무법인 대영에서 대표변호사를 지낸 권정 변호사는 "부동산 관련해서 내가 (명도소송을) 많이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 변호사도) 하게 된 것"이라 말했다. 이 변호사 면접을 직접 봤다는 권 변호사는 이계안 전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그는 '보좌관 출신 이력이 이 변호사가 공공 쪽에 적을 두는 데 영향을 줬나'라는 물음에 "그런 영향도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가 '국정원 직원 감금 사건' 변호인으로 청와대 연이 닿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2014년 검찰이 재판에 넘길 당시 1심부터 공동변호인을 맡은 4명 중엔 이광철 민정비서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다. 당시 피고인 중엔 이번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 전 의원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당시 사건기록을 보면 수임계약은 이 변호사가 아닌 법무법인 대영에서 했다. 이와 관련 권 변호사는 "어떻게 수임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권 변호사는 '이진아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사건을 가져왔나'라고 묻자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사건 수임 이듬해 민주당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당무 감사위원으로 뽑혔다. 당시 새정치연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당무감사원장은 김조원 민정수석이다. 

이 변호사가 이번 정부 들어 공직에 임용된 민변 출신 변호사들과 가까워져 청와대에 들어가는 계기가 마련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이 변호사는 법무법인 대영에서 일한 초기부터 먼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에서 활동한 권 변호사를 따라 언론인권 쪽에 관심을 뒀다. 이 둘은 2012년 발생한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SBS> 보도가 2차 피해를 줬다며 피해자를 대리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승소했다. 이후 이 변호사는 센터 산하 한국언론피해상담소장과 언론피해구조본부장을 지냈다. 2013년 <조선일보>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을 보도하자 센터와 민변이 함께 연 세미나에 참석해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이후 2017년 민변 회장을 역임한 김선수 대법관과 함께 센터 이사가 됐다. 윤여진 센터 상임이사는 "이 변호사는 자원봉사를 한 것"이라며 "최근 이 변호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본지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일하게 된 배경을 묻기 위해 현재 소속이 없는 이 변호사 개인 연락처로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문자로도 질문을 남겼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여야는 오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 증인으로 이 변호사를 채택했으나 출석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구속된 남편 윤 변호사 전화는 착신이 중지된 상태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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