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판단에 맡겨진 실명계좌 계약? 특금법 개정안에 가상자산 업계 '혼란'
시중은행 판단에 맡겨진 실명계좌 계약? 특금법 개정안에 가상자산 업계 '혼란'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11.04 15:16
  • 수정 2020.11.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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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 2018년 정부의 고강도 규제 이후 시름에 빠져 있던 가상자산 업계는 규제 리스크를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업계에서 특금법 개정안은 사업 진흥법이 아닌 또 하나의 규제법으로 보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하 실명계좌)이 없으면 특금법이 시행되는 내년 3월부터 사업을 영위할 수 없어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최근 입법예고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실명계좌 발급 기준이 담겼지만, 사실상 은행이 사업자를 평가하는 성격이 짙어 거래소의 존폐 위기가 은행에 달렸다는 우려 깊은 목소리도 나온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지난 3일부터 내달 14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가상자산사업자와 가상자산 대상 범위를 좁히고, 거래 송수신자에 대한 신원을 파악해야 하는 '트래블룰' 적용은 법 시행 1년 후인 2022년 3월 25일로 유예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업계에서 가장 핵심으로 보는 것은 실명계좌 발급 조항이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실명계좌를 발급 받을 수 있는 요건으로 ▷고객 예치금을 분리 보관할 것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할 것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것 ▷고객의 거래내역을 분리 보관할 것 ▷금융회사 등은 AML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할 것 등 5가지를 제시했다.

다만 이행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른 4가지 실명계좌 발급 요건과 달리 '금융회사의 AML 위험 평가'는 은행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 정부가 그동안 가상자산에을 두고 고강도 규제를 해온 만큼 은행이 이를 염려해 실명계좌 발급을 까다롭게 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 중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은 은행권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었다. 해당 거래소들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6개월 단위로 시중 은행 한 곳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면 원화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없어 각 거래소들은 사활을 걸고 있다.

4대 거래소 외에 다른 거래소들 중에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곳은 없다. 해당 거래소들은 '벌집계좌'라 불리는 법인계좌 아래 이용자들의 입출금을 관리하고 있다. 특금법 개정안에서는 실명계좌 보유 여부를 거래소의 신고요건으로 규정함에 따라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대다수 거래소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시중은행에 따로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는 은행이 지기 때문에 쉽게 실명계좌를 열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특금법 이슈가 있었을 때 실명계좌 발급 요건을 명확히 해달라고 공청회에서도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전적으로 금융권의 판단에만 맡겨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며 "지거래소의 생사여부가 걸린 실명계좌 계약을 지금까지 시중은행이 지침도 없이 단 4개의 거래소만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행태도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 신고 대상을 '주요 가상자산 사업자'로 한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요 가상자산 사업자의 예시로는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가 있다. 개인 간(P2P) 방식 거래플랫폼이나 지갑서비스 플랫폼 제공 업체 등은 제외됐다. 

이중 법정화폐 교환 기능이 없는 거래소 외의 가상자산 사업자는 실명계좌 발급 요건이 면제되지만, 신고 의무는 동일하다. 자금세탁방지의무, ISMS 획득 등의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가상자산 사업자가 암호화폐 거래 추적이 어려운 다크코인(프라이버시 코인)은 취급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다크코인 모네로가 성착취 및 인권유린 영상이 유포된 텔레그램 'n번방'의 입장료로 쓰였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3월 모네로를 상장폐지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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