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발목 잡힌 이재용 부회장…"우려가 현실로"
재판에 발목 잡힌 이재용 부회장…"우려가 현실로"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11.10 18:20
  • 수정 2020.11.1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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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재판부 따라야 하는 피고인 신세
특검 요청으로 23일 공판 기일 추가해
재판부 계획에 특검 딴죽걸까 우려 나와
"재판중 정상 경영 가능하단 기대 않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5차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5차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 지난 2017년 2월부터 약 4년간 피고인으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피고인 신분 상태에서는 주소 등 인적 사항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법원에 바로 알려야 함은 물론 재판 출석 요청이 있을 때마다 응해야 한다. 

한 마디로 법원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는 신세인 셈이다. 재계에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세계 각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삼성의 총수인 이 부회장은 잦은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급박하게 출국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진다. 

사전에 출장이 잡혀있었다고 하더라도 추가로 공판 기일이 잡히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양해를 구할 수도 있으나 피고인 입장에선 중대한 사안이 아니고서야 굳이 재판 참석 대신 출장길에 올라 재판부의 심기를 거스를 이유가 없다. 

이 부회장은 지난 9일 약 10개월 만에 재개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출석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공판 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이달 9일과 30일에 공판기일을 열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날 재판 직후 이달 예정된 재판은 기존 2건에서 3건으로 갑자기 늘어났다. 특검 측이 공판절차 갱신에 따른 증거조사 기일을 별도로 지정해달라 요청했기 때문이다. 

앞서 재판부는 공판 준비기일에서 9일 해당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날 공판 중에도 빨리 처리해야 하는 중요 절차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변호인이 소송 지연 목적이라고 항의하자 재판부 역시 “오늘 (처리) 하시는 게 맞다”고 수긍하며 "재판장으로서 답답하다”고 토로하기까지 했다. 

재판부는 결국 특검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23일 오후 2시 5분 6차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공판기일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어 이 부회장은 예정에 없던 공판에 추가로 출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문제는 특검의 이 같은 요청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달 두 차례 공판을 거쳐 12월 14일을 최종 변론 기일로 잡겠다는 계획을 앞선 공판 준비기일에서 밝혔으나, 특검의 반발이 계속되면 재판부의 계획이 일정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이 타계하기 직전까지 유럽과 베트남 등으로 출국하며 활발한 글로벌 현장경영을 펼쳤다. 특히 지난 5월 중국 방문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단됐던 현장경영이 재개되던 차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사법부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는 피고인 신분인데 재판 일정이 갑자기 정해졌다고 해서 원래 출장 계획이 잡혀있었으니 재판을 미뤄달라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나”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총수로서 국내외 현장 경영은 올 스톱 상태가 된다는 말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언제 이런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찌감치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접어든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이 남아있다. 관련 재판은 내년 1월 14일로 예정된 2차 공판 준비기일 이후 본격적인 공판기일이 시작돼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더불어 미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 미중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사법 리스크로 인해 총력 대응이 어려워져 자칫 경쟁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지난 4년간은 총수 공백을 경험하는 등 사법 리스크 속에서도 최고의 실적을 내는 등 리스크 방어를 해왔지만 향후 4년은 과거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라며 “글로벌 사업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경쟁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삼성은 경쟁사에 대한 대비는 고사하고 재판 준비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yelin0326@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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