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안전공단 조사 결과 탑승객 부주의…보상 의무 없어"
현대엘리베이터, 급한 마음에 손넣은 母 책임 물으며 '뒷짐'
최근 안산 그랑시티 자이아파트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어린 아이들이 폐쇄공포증 및 급성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승객의 과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서 "보상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세계 초일류·탑승객 중심을 외친 송승봉 사장의 외침이 말 뿐이었다는 비난이 예상된다.
아파트 CCTV 영상 따르면 해당 사건은 지난 6월7일 주말 저녁인 오후 20시40분경 발생했다. 당시 여성과 아이 둘은 외출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이들은 평상시와 같이 킥보드 및 자전거를 타고 엘리베이터에 먼저 올라탔고, 짐을 끌고 오던 여성은 탑승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아이들만 탑승해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돌연 닫혔다. 당황한 여성은 다급히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눌러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공포에 질린 아이들이 비명을 외치자 여성은 닫혀가는 문 사이에 발을 재빨리 넣어 완전히 닫히지 않도록 했다. 이어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틈 사이로 손을 뻗어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연락을 받은 남편이 급하게 달려와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보려고 했으나 역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 직원도 엘리베이터 관련 지식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굴렀다. 사건은 결국 119 대원들이 도착한 시점인 40분 뒤에서야 마무리됐다. 여성은 이 사고로 팔에 부상을 입고 엘리베이터에 갖혔던 아이들은 급성 스트래스 장애 판정을 받아 폐쇄공포증과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측 직원들은 구조 작업이 완료된 뒤로부터 한참 후에서야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장에서 단차가 맞지 않음을 확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오히려 '엘리베이터에 손과 발을 넣은 여성이 잘못했다'며 책임을 돌리거나 보상 등을 회피하려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이같은 사건이 일어난 점은 진심으로 유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라도 자녀들이 엘리베이터에 갖혔으면 순간적으로 발을 넣고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승강기안전공단 조사 결과 엘리베이터는 정상 작동중이었고, 여성이 무리하게 손·발을 넣으면서 안과 밖의 문이 각기 다르게 잠금장치가 발동해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여성이 발을 뺐으면 다시 정상 작동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회사는 해당 사건에 아이들 및 여성에게 보상 의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과연 현대엘리베이터의 이같은 태도가 송 사장이 말한 탑승객 입장을 헤아린 것이냐'는 질문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송승봉 사장은 취임 당시 세계 초일류 기업, 완성도 높은 양질의 서비스 등을 강조하며 "고객의 요구와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고객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과연 송 사장이 이끄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진정 탑승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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