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불량 레미콘’ 납품, 경기권 아파트에만 집중된건 우연일까
[WIKI 인사이드] ‘불량 레미콘’ 납품, 경기권 아파트에만 집중된건 우연일까
  • 박순원 기자
  • 승인 2020.11.13 18:53
  • 수정 2020.11.1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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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물 탄 레미콘이 사용됐다고 의심 받았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지난 5월 물 탄 레미콘이 사용됐다고 의심 받았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최근 ‘신성콘크리트’라는 레미콘 업체가 불량 레미콘을 공급하다가 적발됐다. 해당 업체가 납품한 불량 레미콘은 시가 900억원 어치로 수도권 일대 건설현장 400곳 이상에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불량 레미콘이 사용된 건설현장을 살펴보면 대부분 서울이 아닌 경기권 아파트 단지들이다. 이에 기자는 유독 불량 레미콘 사용처가 서울 중심부가 아닌 경기도 건설현장이었던 이유를 살펴봤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최근 불거진 불량 레미콘 이슈에 대해 ‘우리도 피해자’라는 공통 반응을 보였다. 적법한 비용을 내고 업체로부터 레미콘을 구입했는데, 일부 불량 레미콘이 현장에 납품돼 시공사가 해당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로부터 질타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모든 아파트 건설현장에는 레미콘이 쓰이게 되는데, 이 자재는 생산 후 일정 시간 내로 출하가 이뤄져야 하는 예민한 자재라 회사로서 더 꼼꼼한 방식으로 품질관리를 한다”며 “그럼에도 불량 레미콘을 검수해내지 못해 건설사로서도 억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불량 레미콘이 유입된 지역을 살펴 본 결과 해당 자재가 쓰인 현장은 대부분 서울 중심부가 아닌 서울 외곽의 경기권 아파트 단지들인 경우가 많았다.

경기도 파주 운정에 H사가 시공한 3000세대 신축 아파트 단지와 G사가 파주시 인근에 시공한 대규모 공장, 용인 고림지구에 Y사가 시공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 D사가 시공한 아파트 단지 등이 대표적 사용처였다. 이외에는 구리-포천간 고속도로 건설 등에도 불량 레미콘이 사용됐다.

불량 레미콘이 아파트 건설현장에 유입돼 논란이 불거졌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A 레미콘 업체가 아파트 건설현장에 물 탄 레미콘을 공급해 문제가 됐다. 당시 해당 레미콘이 유입됐던 건설현장 역시 서울이 아닌 인천 검단의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었다. 이 때 대형건설사 H사는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도 테스트 등을 별도로 시연하기도 했다.

H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로서는 건설현장에 레미콘을 출하하기 전에 철저한 검수를 거친다”면서도 “다만 레미콘 업체들이 작정하고 불량 레미콘을 납품할 경우 이를 시공사와 시행사 측이 먼저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레미콘 출하 대기 중인 믹서 트럭들 [사진=연합뉴스]
레미콘 출하 대기 중인 믹서 트럭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불량 레미콘 유입이 서울 중심부가 아닌 경기도 등 서울 외곽 건설현장에만 유독 집중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우연의 일치’라는 대답을 내놨다.

A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 고급 아파트를 시공할 때는 외관과 마감재에 일부 특화를 적용한다”면서도 “다만 레미콘 같은 기초 자재의 경우 지역별 차별을 두지 않기 때문에 유독 경기권 아파트 단지에만 불량 레미콘이 쓰였던 점은 우연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저희는 일반 아파트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모두 사용해 프리미엄 아파트 건설에만 사용되는 고급 자재들이 따로 있기는 하다”면서도 “다만 강남권에 프리미엄 아파트를 시공한다고 해서 해당 단지에만 품질이 더 뛰어난 레미콘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의 경우 생산과 운송량에 한계가 있어 통상 회사는 아파트 건설현장 당 6~7개의 레미콘 업체와 계약을 하게 된다”며 “다만 레미콘의 경우 회사별 가격에 차등이 없고 품질 또한 같기 때문에 유독 경기권 아파트에만 불량 레미콘이 유입된 것은 우연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다른 목소리를 낸 건설 관계자들도 있었다. 국내 고급 아파트로 일컬어지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퍼스티지, GS건설의 반포 자이, 대림산업의 아크로리버파크 등 강남권 고급 아파트의 경우 불량 레미콘이 유입됐다는 이유로 이슈 됐던 적이 그간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D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의 경우 최초 생산 당시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실제 현장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이 결정하는 레미콘의 품질을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서울 강남권의 경우 교통 상황 등의 변수로 출하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고, 출하 시간이 지연될 경우 건설현장에서 이를 모두 폐기하게 돼 이런 부분이 해당 현상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E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레미콘 업체와 서울에 있는 레미콘 업체 운영자 간 양심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또 지방 현장에 아파트를 짓게 될 경우 회사의 주 거래처가 아닌 해당 지자체로부터 추천 받은 콘크리트 업체에게 자재를 납품받게 되는데, 이런 점도 일부 영향을 줬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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