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이탈리아에 퍼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음모론
[WIKI 인사이드] 이탈리아에 퍼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음모론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20-11-27 06:58:04
  • 최종수정 2020.11.27 0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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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에서 테러리스트로'...두려움과 혼란의 와중에 등장한 의사들을 향한 음모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재확산하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10일(현지시간) 응급 병동으로 환자가 밀려들자 의료진이 중증도에 따라 환자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히 재확산하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10일(현지시간) 응급 병동으로 환자가 밀려들자 의료진이 중증도에 따라 환자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6일(현지 시각) 유럽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음모론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일부 음모론자들은 한때 영웅이었던 의료진들을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맹위를 떨쳤을 때 위험을 무릅쓴 헌신적인 노력으로 칭송의 대상이었던 이탈리아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위험을 조장하고 있다는 음모론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한 소셜미디어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최대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밀라노의 사코병원 응급병동에서 대화를 나누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 여성들은 바이러스 급증 사실을 전하는 언론의 보도와는 다르게 응급실이 텅 비어있음을 보여주려고 애를 쓴다.

그들은 병동 안으로 들어가 시청자들에게 정적이 감도는 텅 빈 내부를 보여준다. 그런 다음 그들은 밖으로 나와 대기 중인 앰블런스가 한 대도 없는 장면도 보여준다.

“의료진들과 언론인들, 그리고 정치인들은 거짓말쟁이 테러리스트들이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수천 회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이 동영상은 가짜 뉴스이다. 그들이 보여준 응급실은 이 병원의 응급병동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방이다. 이 병원 진짜 응급실은 환자들로 꽉 찬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이 동영상은 중환자들을 실어 나르기 바쁜 병원 밖의 실제 앰블러스 상황은 알리지도 않는다.

이 동영상과 비슷한 음모론들이 페이스북, 텔레그램, 왓츠앱 등의 무수한 미디어들을 타고 확산하고 있다. 음모론을 포스팅하는 사람들은 공포심을 조장하기 위해 앰블런스들이 환자도 태우지 않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돌아다닌다고 주장한다.

또, 버려진 병원 이미지들을 공유하면서 의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응급상황을 날조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부류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는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 인플루엔자보다 위중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아보카도를 섭취하면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1차 대유행 때 우리 의료진들은 영웅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일부 사람들로부터 다른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밀라노 종합병원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혈액 전문의 안드레아 아르토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피곤하고 지쳤습니다. 우리는 가진 에너지 모두를 코로나 환자들을 위해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는 1차 대유행이 지난 지 불과 6개월 만에 2차 팬데믹 상황을 맞이하는 일이 절대로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바이러스 존재를 부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직접 병원에 와서 병동 한 곳이라도 둘러보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직접 와서 멀쩡한 사람들이 숨을 못 쉬고 죽어가는 실상을 눈을 보라는 말입니다.”

아르코니 박사 같은 의료진들의 호소는, 전 세계적 팬데믹과 관련된 가짜 뉴스로 무장한, 위험을 감수하려는 음로론자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로 들린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의료 응급상황은 언론의 창작품이며, 장막 뒤에서 세계를 움직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는 권력자들과 정치인들이 날조한 허황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음모론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생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과학 저술가이자 대학 교수인 마시모 폴리도로는 이렇게 말했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통제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보다는 가공의 적을 꾸며내는 것이 더 안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사람들의 81%가 1차 때보다 2차 대봉쇄를 더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걱정이 더 많아졌으며, 팬데믹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을 더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밀라노에서 술집을 운영 중인 루카(43)는, 빌게이츠가 코로나19 백신 배포에 적극적인 것은 그가 수십억 명에게 마이크로칩 백신을 심어 리모컨처럼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정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런 소리를 어디서 들었으며, 이 말이 사실이라고 믿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내막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미국에서 공부한 친구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 이야기를 자녀들의 수영클럽에서 나누었다고 했다.

루카는 비록 봉쇄 조치를 잘 따르고, 마스크를 쓰고는 있지만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 부실에 화가 나고 실망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11월 들어 정부의 규정에 따라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음모론들이 인터넷을 빠져나와 실생활로 퍼지는 데는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는다. 밀란에서는 이번 달 초 한 여성이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기다리는 앰블런스를 발로 걷어차면서 욕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녀는 의료진들을 향해 ‘사람들을 겁주기 위해 사이렌을 울리고 다니는 테러리스트들’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봉쇄 조치를 비웃는 사람들의 존재와는 별도로 일부 음모론 때문에 국가가 코로나19에서 올바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방해를 받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아슬아슬한 역사적 상황에서는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이 국가와 의료 시스템, 그리고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진들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보건부 차관인 피에르파올로 실레리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퍼지고 있는 이런 음모론들은 백신이 공급되는 상황에서는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백신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의사이기도 한 실레리는 이렇게 말했다.

새롭게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 6명 중 1 명꼴로 내년에 접종될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했으며, 42%는 효능을 더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접종을 미루겠다고 답했다. 응답자들 중 약 1/3만이 ‘가능한 빨리 접종하겠다’고 답했을 뿐이다.

피에몬테 주 베르첼리의 한 의료기관에서는 많은 수의 코로나19 환자들이 자신들이 코로나에 걸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베르가모 출신의 한 간호사는 코로나19를 부인하는 사람들에 대해 화가 점점 더 치민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얼마나 무서운 지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위중한 현실을 경험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의료계의 노력을 보면서도 계속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우리들에 대한 범죄이며, 사망한 사람들과 친지들에 대한 모독입니다.”

피아첸차 병원 혈액·종양학과 과장이자 코로나19 환자를 돕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 치료 활동을 벌였던 루이지 카바나 박사는 음모론이 횡행하는 데는 의료기관들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팬데믹 발발 초기 몇 달 동안, 급속히 번지는 바이러스를 설명하기 위해 TV에 출연했던 의사들과 바이러스 학자들 사이에 의견충돌이 벌어지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카바나 박사는 당시의 헷갈리는 설명이 음모론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고 말한다.

카바나 박사는 현실을 부정하는 음모론자들과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있다고 덧붙였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종양학자이며, 이상한 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현재의 상황에 우리 과학자들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dtpchoi@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