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바이든 앞에 펼쳐진 가시밭길 "국가의 영혼을 개조하겠다" 공언했으나...
[WIKI 프리즘] 바이든 앞에 펼쳐진 가시밭길 "국가의 영혼을 개조하겠다" 공언했으나...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20-12-05 06:53:10
  • 최종수정 2020.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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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인수위원회 본부가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연설 도중 마스크를 들고 코로나19 상황과 대응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인수위원회 본부가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연설 도중 마스크를 들고 코로나19 상황과 대응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유세 기간 동안 ‘국가의 영혼’을 개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그의 앞에는 그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 도전이 놓여 있다.

그가 약속을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분열은 지난 수십 년간 깊어져만 왔으며,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있던 4년간 그 분열을 더욱 심화됐다. 분열의 파괴력은 떠나는 대통령이 최근 몇 주간 증거를 무시한 채 2020년 대선이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면서 날개를 달고 있다.

바이든은 정치 역정 동안 자신은 상대편의 의견에 손을 들어줄 수 있는 품성의 정치인이라고 내세워왔다. 그는 종종 상원의원 시절의 정치 격언을 거론한다. 즉, ‘정적(政敵)의 의도(동기)에 대해서만은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협치의 근간이 되는 발언을 말한다.

바이든이 금년 초 민주당 대선 후보를 따낸 데에는 그가 좌파의 기수였던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보다 상대적으로 중도적이며 협치를 중시한다는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

바이든의 이러한 정치적 자산이 미국 사회를 이토록 오랫동안 갈기갈기 찢어놓는 양극단 세력에 잘 맞설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기본적 전제는 '분열된 미국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느냐'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바이든의 총무부장 역을 맡았던 모에 벨라는 이렇게 분석했다.

“그렇다면 바이든은 요술지팡이를 지니고 있거나 트럼프를 찍은 7400만 명과 바이든을 찍은 8000만 명이 하룻밤 새 서로 손을 잡고 화합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요? 아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벨라는, 바이든은 적어도 열기를 식힐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이든은 정치적 수사(修辭)와 부드러운 태도로 반대자들의 심기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또, 일부 정책에서는 공화당과 공통분모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먼저 시급하게 거론할 수 있는 현안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손을 내밀고, ‘우리 국가를 위하고 후손들을 위해 팬데믹을 이겨내기 위한 경기부양에 반대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할 것입니다.”

벨라는 이렇게 예측했다.

이러한 예측은 바이든의 평소 행보와 궤를 같이 한다. 지난 수요일 추수감사절을 앞둔 연설에서 그는 “우리 국가가 당면한 가장 어려운 국면에 처해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팬데믹과 더 포괄적으로는 미국 사회가 처한 상황에 대해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것이 우리를 갈라놓았고, 우리를 화나게 했으며, 서로를 미워하게 했습니다. …… 그러나 우리는 바이러스와 전쟁을 하는 것이지 우리 서로 간에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님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우리 무두 같은 배를 탔음을 명심합시다.”

하지만 문제는 한때는 미국인들을 결속했던 공통분모가 심각하게 헝클어지는 징표가 나타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사진=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가 가장 최근 실시한 11월 21-24일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에 투표한 4명 중 거의 1명이 코로나바이러스는 ‘틀림없이’ 사기극이거나 사기극일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1400만여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그 중 27만여명이 사망했는데도 말이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을 찍은 사람들 80%는 바이든이 정당하게 승리한 것이 아니라고 답했으며, 73%는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무당층에서도 55%만이 바이든이 합법적으로 승리했다고 답했으며, 45%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바이든 진영 내에서도 미국의 분열과 관련해서 장밋빛 전망을 찾아보기 힘들다. 즉각적인 치유는 약속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자의 측근들은 그가 확신과 안정감을 선사할 수는 있을 것으로 여긴다.

바이든의 나이와 인종적 배경, 그리고 중도적인 정치 이미지가 적어도 온건한 유권자들을 자기편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유세 기간 동안, 바이든이 사회주의자들에게 인질로 잡혀있다고 몰아붙이던 트럼프의 색깔론은 무산됐다.

인종문제는 미국 역사를 관통하는 아픈 손가락이며, 바이든이라고 해서 아무도 성취하지 못한 이 문제의 획기적 해결책을 지니고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바이든은 78세의 백인으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오바마보다는 보수적 백인들의 반작용을 덜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근 발간된 회고록을 통해, 집권 초 경찰들이 하버드 대학의 흑인 교수 헨리 루이스 게이츠를 체포한 행위를 두고 그가 ‘어리석은(stupidly)’ 행위라고 비난하자 백인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던 사실을 거론했다.

적어도 바이든이 트럼프 식의 수사(修辭)를 남발할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들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의 인종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한창 벌어지는 중에 유색인종 여성 국회의원 4명을 향해 출신지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약탈이 시작되면 사살도 시작된다’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물론 바이든에게는 최초의 흑인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있다. 그녀는 또 그 자리를 맡은 최초의 여성이기도 하다.

바이든의 대통령 임무 중 하나가 양극단의 해소에 있다면 그 길은 순탄해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트럼프와 그가 남긴 유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영역에서 극단주의자들에게는 정치적 보답이 따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강경 노선을 택함으로써 난관을 돌파하는 일은 흔한 현상이며, 케이블 뉴스나 소셜미디어 추종자들, 그리고 정치자금 모금에도 강경한 목소리가 약효가 있다.

“바이든 앞의 역경은 트럼프보다 험난할 것이며, 본질적으로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통합보다는 분열을 노리는 세력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시러큐스 대학 맥스웰 스쿨의 정치학과 그랜트 리허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리허 교수는, 바이든 측근들의 견해와 같이, 이러한 사실이 반드시 미국이 트럼프 집권기의 심각한 분열을 계속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트럼프 집권 동안 일상의 온화함을 상실한 몇 년의 경험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전망했다.

“그러나 일상의 온화함을 몇 달 경험하다 보면 과거는 잊어버릴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영혼을 되살릴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도움을 될 겁니다.”

 

dtpchoi@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