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조미연은 왜 "인사권 전횡"의 진짜 주어를 숨겼을까
[WIKI 프리즘] 조미연은 왜 "인사권 전횡"의 진짜 주어를 숨겼을까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0.12.02 16:12
  • 수정 2020.12.0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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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말고 尹 손 들어준 
10쪽 분량 결정문 들여다보니 
재판부가 못다 한 이야기

"피신청인(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그(직무집행정지 명령) 필요성이 더욱 엄격하게 숙고되어야 한다"

조미연 부장판사.
조미연 부장판사.

1일 서울행정법원 제4행정부(재판장 조미연)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한 핵심 이유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전횡(專橫)을 찾으면 "권세를 혼자 쥐고 제 마음대로 함"이라 나온다. 추 장관이 법무장관 직무권한을 남용했다는 뜻이다. 전횡의 주체는 법무부 장관인데, 인사권의 주체는 누구인지 따로 설명이 없다. 재판부는 대신 검사징계법상 법무부 장관의 권한은 무엇인지 검토한다. 

이번 집행정지 결정을 두고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감춰진 쟁점은 '법무부 장관은 징계혐의자인 검사에게 그 직무집행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검사징계법 제8조 2항을 어떻게 해석할지였다. 직무배제 명령 대상인 '징계혐의자인 검사'에 총장이 포함된다 보면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한 지난달 24일 추 장관의 조처는 합법이다. 총장에게 징계혐의가 있어도 '총장이 아닌 검사'처럼 똑같이 직무배제할 수 없다고 해석하면, 위법이다. 실제 같은 조 3항은 '검찰총장은 해임, 면직, 정직 사유가 있는 검사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총장은 직무집행정지 대상자가 아닌 요청권자라는 얘기다. 

재판부는 중간 결론을 택했다. 직무배제 대상에 총장도 들지만 그 절차는 보다 엄격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직무 집행 정지 권한 행사의 대상이 '검찰총장'인 경우 그(직무배제) 재량권 행사는 더욱 예외적으로, 또한 보다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때 '보다 엄격한 요건'이란 "징계사유에 관하여 신청인에게 방어권이 부여되는 등의 절차"를 말한다. 재판부는 이 절차를 '검찰 징계위원회'로 특정했다. 징계위에선 징계혐의자에게 "출석권, 진술권, 특별변호인 선임권,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 요구권"이 보장된다. 총장 역시 검사나, 적어도 징계위는 열리고 직무배제 대상에 올라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직무집행정지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총장 직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근한 오후 5시 이후 대검찰청 청사. [사진=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제4행정부(재판장 조미연)이 '직무집행정지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직후인 1일 오후 5시쯤 윤석열 총장은 업무에 복귀 대검찰청에 출근했다. 이날 밤 늦게까지 불을 밝힌 대검 청사.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재판부 해석은 추 장관과 윤 총장 중간을 택한 것이지만 위헌적 법해석이란 법리 문제가 따라온다. 직무배제 명령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과 총장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의 인사권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총장이 아닌 검사에게 직급과 보직은 다양하지만, 총장에게 직급과 보직은 같은 총장이다. 총장 직무를 배제하는 것과 총장을 면직하는 건 법률상 효과가 같다. 그런데 공무원 임면권은 헌법 제78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있다. 검사징계법 제23조 1항 역시 '해임·면직·정직·감봉의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돼 있다. 때문에 검사징계법 제8조에서 말하는 '징계혐의자인 검사'에 총장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이 이어진다. 

위헌법률심사권은 헌법상 헌법재판소에 있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별도 위헌제청을 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고심은 그대로 결정문에 드러난다. 추 장관이 재판부가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본인에게 주어진 인사권이 침해되고 결국 사법부가 행정부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부분에서다.

재판부는 우선 "재량권의 일탈·남용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다"고 전제했다. 검사징계법이 법무부 장관에게 보장한 직무배제 명령권은 재량권으로 인정하지만 그 남용까지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추 장관이 자신에게 존재한다 말한 인사권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따졌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그 임명 과정에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하여 검증이 이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위 규정이 피신청인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그 필요성을 더욱 엄격하게 숙고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추 장관 조처가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에서 인사권의 주체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총장을 임명하는 대통령 권한을 법무부 장관이 직무배제 명령권으로 침해한다는 것인지, 법무부 장관이 직무배제 명령권을 남용한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은 것이다. 이렇게 모호하게 재판부가 기술한 배경엔 검사징계법이 여전히 합헌인 까닭이 있다.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한 것이라면 애초 직무배제 명령 대상에 총장은 포함되지 않는다. 일단 그 범위에 총장이 있다고 본 재판부로선 선택할 수 없는 경우의 수다. 

결국 '법무부 장관 직무배제 명령 대상엔 총장도 포함되지만 사전에 징계위를 거쳐야 한다'는 재판부 결론은 실질적으로는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점과 형식적으로는 법률이 합헌이라는 점을 모두 고려한 결과다. 재판부가 지난달 30일 낮 12시 심문을 마치고도, 28시간 30분 뒤에 결정문을 내놓은 비밀이 여기에 숨겨져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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