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창 기술 독립…LNG선 마켓 리더의 필수조건
화물창 기술 독립…LNG선 마켓 리더의 필수조건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0.12.04 19:33
  • 수정 2020.12.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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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실적 중국 압도…“수주 독식만이 능사 아니다”
화물창 佛 회사 원천기술 독점, 선가 5% 로열티 지불
산‧학‧연‧관 협력 절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20억원 반영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국내 대형 조선 3개사들이 거의 독점해 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시장에서 핵심 부품인 LNG 운반탱크(화물창)의 기술 자립화가 진정한 마켓 리더로 우뚝 서는데 필수조건이라는 갈급함이 묻어나고 있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을 대표하는 조선 ‘빅3’가 수주한 LNG운반선은 총 21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25척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전 세계에서 신조 발주된 LNG선이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25척이라고 집계‧발표했다. 다시 말해 올해 들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25척을 국내 조선 빅3가 모두 싹쓸이 수주했다는 것이다.

조선사별 LNG선 수주실적을 보면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이 8척을 수주했고, 삼성중공업이 11척, 대우조선해양이 6척의 신규 일감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LNG선은 척당 가격이 약 2억달러(약 2500억원)에 달해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 등 다른 선박보다 실적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흔히 말해 ‘고부가가치 선박의 대명사’로 인식돼 왔다.

조선 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10여 년 전부터 한국이 LNG선을 제외한 컨테이너선, 원유운반선,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상선 전 선종을 중국에 내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급기야 후동중화조선이란 중국 조선소는 자국 최초로 LNG선을 건조해 한국 조선업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중국이 건조한 LNG선은 기술적으로 한국과 차이가 많이 나며 인도 후 운항 과정에서 수차례 고장과 폐선사고를 냈다. 또한 선주사에게 약속한 기일 내에 선박 인도를 하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결국 전세계 선주사들은 ‘LNG선=한국’이라는 등식에 사로잡혔다. 실제 조선 빅3는 2004년에도 이후 4년 간 세계 1위 LNG 수출국인 카타르가 발주한 LNG선 53척을 싹쓸이하며 호황의 발판을 쌓았다.

지난 6월 1일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과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약 23조원 규모의 카타르 LNG선 발주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QP는 계약 규모가 100척 이상, 700억리얄(약23조6천억원)이라고 밝혔다. 건조 계약은 빠르면 올해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대규모 LNG선 발주는 카타르가 LNG 수출을 급격히 확대하는데 따른 것이다. 카타르는 LNG 생산량을 2027년까지 연간 7700만톤에서 1억2600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카타르뿐만 아니라 러시아 Arctic LNG 2 프로젝트의 잔여 분 10척과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에서 다수의 LNG선 발주가 연내 나올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형 계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내 조선 빅3가 거둘 이익은 거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조선 3사가 웃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LNG 화물창 설계 기술 때문이다. LNG 화물창 설계 라이센스는 프랑스의 GTT社가 갖고 있는데 이 때문에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로열티로 지급될 것이라는 것이다.

GTT(Gaztransport&Technigaz·프랑스 선급인증)는 1994년 가즈트랑스포르와 테크니가즈가 합병해 탄생한 회사로 LNG 저장운송 시스템 기술에 대한 특허 및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전 세계 LNG선 화물창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과점 업체로 주요 고객은 한국 조선사다. 한국 대형 조선 3사로부터 86%의 라이센스 기술료를 챙겨 갔다. 보통 로열티 비용으로 1척당 선가의 5%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LNG선 수주로 GTT가 챙길 이익은 1조가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GTT의 LNG선 화물창 기술인 MARK-III는 1차 방벽으로 멤브레인을 가지며, 2차 방벽은 RSB(Rigid Second Barrier)와 FSB(Flexible Second Barrier)가 사용된다. 2차 방벽은 유리섬유, 알루미늄 호일, 유리섬유로 이뤄진 트리플엑스(Triplex) 형태다. 선체에 직접 시공하는 방식으로 공간효율이 높고, 건조비용도 경감되고, 시야확보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LNG 화물창 설계 기술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와 한국가스공사가 2014년 출자해 설립한 케이씨엘엔지테크를 통해 순수국산 LNG화물창 기술인 KC-1이 탄생했다.

LNG선박 건조 [사진= 연합뉴스]
LNG선박 건조 [사진= 연합뉴스]

KC-1은 순수국산 멤브레인 타입 LNG 화물창 시스템으로 국내외 선급 인증, 특허를 획득했다. 삼성중공업에서 SK세레니티, SK스피카호에 시공한 실적이 있다. 하지만 운행도중 외벽에서 결빙이 발생했고, 한척의 경우 가스창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두 척 모두 운행을 중지하고 현재 수리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솔리더스’라는 독자 LNG 화물창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GTT보다 30% 정도 성능이 좋고 로이드 인증도 완료했지만 아직 시공 실적이 없고, 보수적인 조선업계 관행상 쉽게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이 화물창 설계 및 시공과 관련 각각 독자적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해 개발까지 성공했다”며 “하지만 시공 경험이 거의 없고, 흠결도 발생해 LNG선을 발주하는 선주사들은 여전히 GTT를 선호하고 있다”며 화물창 기술 자립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성 없이는 국내 LNG 화물창 설계 기술을 확보할 수가 없는 만큼 수많은 데이터 축적과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실적을 쌓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술의 확보 및 적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최근 일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전라남도는 지난 10월 국내 조선·해양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대학, 연구소, 기업들과 ‘친환경 선박용 극저온 단열시스템 기술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에는 전남도, 영암군, 목포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선급 연구본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본부,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중앙연구원, 삼성중공업 연구소, 대한조선, KC LNG TECH, TMC, 한국카본, 동북아 LNG HUB 터미널, 전남대불산학융합원 등이 참여했다.

협약에 따라 이들 참여 기관들은 친환경 선박의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LNG선 극저온 화물창'의 국산화를 위해 관련 기관과 기업이 실증사업과 기술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참여 기관과 기업은 LNG 화물창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친환경 선박 극저온 단열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책 연구개발과 기술 인력 정보 교류, 미래 조선 해양산업을 위한 연구개발 등에 협력하게 된다.

전남도는 협약을 바탕으로 국내에 축적된 화물창 제작 기술을 실증하고 국제표준을 만들 계획이다.

이와 관련 LNG선 화물창 국산화 기반구축 사업은 내년 정부 예산(안)에 20억원이 반영됐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초 사업을 주관할 광역자치단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부산에 위치한 조선해양기자재 글로벌지원센터의 한 간부는 “정부와 대기업이 LNG선 화물창 국산화에 앞장서야 한다”며 산‧학‧연‧관의 유기적인 협조 및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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