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규원이 승인요청한 '김학의 불법 出禁' 서류, 차규근이 직접 받았다

출입국 수장 차규근 "사건번호 다름" 부하직원에 문자 28분 뒤 이규원 촬영 '긴급출금승인요청서' 사진 보내 출입국당국 先접수 '긴급출금요청서' 사건번호와 달라 먼저 사건번호는 종결사건 나중 사건번호는 없는사건

2021-01-14     윤여진 기자
차규근

김학의 전 법무차관을 출국금지하는데 필요한 사건번호를 조작한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는 차규근(52·사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직접 관련 서류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차 본부장은 민간인 신분인 김 전 차관을 출금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이용구 법무차관이 몸담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감사 출신으로 출입국 수장으론 첫 외부인사다. 

대검찰청은 지난 2019년 4월 출입국 심사과 일부 직원들로부터 휴대폰을 제출받아 디지털 포렌식(증거 분석)을 벌였다. 과거 불기소 처분에도 별장 성 접대 의혹을 받은 김 전 차관이 한 달 전 야밤 출국을 시도한 배경엔 출입국 직원 도움이 있을 거란 의혹이 일자 법무부가 수사의뢰한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이 입수한 포렌식 자료에 따르면 대검 산하 과거사진상조사단(조사단) 8팀에서 '김학의 사건' 재조사를 담당한 이규원 검사로부터 '긴급출금승인요청서'를 건네받은 법무부 관계자는 차 본부장이다. 해당 서류가 없으면 출입국 당국은 긴급 출금을 승인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서류에 적힌 내사번호 '동부지검 2019 내사 1호'는 존재하지 않는 사건번호였다는 점이다.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이 2019년 3월 23일 새벽 0시 8분 먼저 접수한 '긴급출금요청서'에 적힌 '중앙지검 2013 형제 65889호'와도 달랐다. 차 본부장은 이같은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포렌식 자료에 따르면 출입국본부 심사과 계장 신모씨는 2019년 3월 23일 오전 1시 54분 휴대전화 번호 '010-****-**72' 사용자로부터 "사건번호가 다름 지금 팩스 보낸다고요", 23분 뒤인 오전 2시 17분엔 "다시 보냈다고 하네요 확인을"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다시 5분이 지난 오전 2시 22분 같은 번호로부터 사진 한 장이 도착한다. 당시는 이 검사가 팩스로 전송한 '긴급출금승인요청서'를 기기 오작동으로 받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출입국관리법은 수사기관의 장은 '긴급출금요청서' 제출 6시간 내 범죄사실 요지를 적은 '긴급출금승인요청서'를 출입국공무원에게 내야 한다고 정한다.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이 검사는 해당 서류를 촬영해 직접 출입국본부 관계자에게 사진으로 보낸 것이다. 이때 끝 번호 네 자리가 '**72'인 수신번호는 차 본부장 휴대전화 번호와 정확히 같다. 

이후 긴급 출금에 필요한 절차는 일사천리였다. 오전 3시 8분, 법무부는 '긴급출금승인요청서'를 공식 접수했다. 오전 4시 45분, 출입국 당국은 김 전 차관을 '출국 불허' 조치했다. 오전 7시 1분, 신씨는 '출국정보시스템' 전산망 입력 실무자인 부하직원인 김모씨에게 해당 사진을 전달한다. 오전 9시 54분, 차 본부장은 긴급 출금을 승인한다. 낮 12시 31분, 김씨는 사진 속 '긴급출금승인요청서'에 적힌 사건번호를 전산에 입력한다.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사건번호가 12시간 만에 바뀐 것이다. 

김씨가 사건번호를 수정한 건 이 검사가 먼저 보낸 서류를 사실상 허위공문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2019년 5월 7일 검찰 조사에서 '긴급출금요청서에 기재되지 않았던 사건번호는 왜 입력했나' 물음에 "사진 파일로 받은 최종 긴급출금승인요청서와 동일하게 하기 위해서 바꿨다"고 답했다. 인천공항에서 김 전 차관을 포착한 지 20분에 이 검사가 급히 작성한 서류에 적은 중앙지검 사건번호는 이미 종결돼 긴급 출금 조치에 쓸 수 없는 것이었다. 김씨가 이어 '긴급출금요청서에 어떤 문제가 있나' 질문에 "사건번호는 중앙지검이 기재돼 있는데, 요청기관은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으로 돼 있고, 요청한 검사는 동부지검 소속으로 보여 전체적으로 이상하고 통상적으로 봤던 것과 달랐다"고 했다. 

이 검사가 차 본부장에게 직접 긴급 출금에 필요한 서류를 건넸다는 점에서 역으로 김 전 차관 출국정보를 이 검사가 곧바로 알게 된 경로 추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민간인이던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는 민감정보로 개인정보보호법 보호를 받는다. 

2019년 3월 25일 심사과 김모 서기관이 작성한 '김학의 前차관 긴급출국금지 보고' 문건에 따르면 2019년 3월 22일 당일 김 전 차관 출국장 진입 정보는 인천공항 정보분석과→출입국본부→조사단 경로로 유출됐다. 신씨가 23일 새벽 1시 24분 이 검사로 추정되는 상대에게 "검사님 죄송합니다만 저희 과장님께 직접 연락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응대로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어서요"라고 보낸 것도 출입국 관계자와 이 검사가 긴밀하게 소통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차 본부장은 "추후 기회가 되면 당시 상황에 대해 소상히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