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 전화받고 靑 왔지만 힘 빠진 신현수 "검찰 인사, 고민 많다"

고위간부 인사 당시 총장 목소리 반영해야 한단 입장 검찰 강경파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사의표명에도 재신임

2021-02-17     윤여진 기자
지난해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본인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신현수(사진) 민정수석이 지난달 말 지인에게 "검찰 인사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피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는 박범계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사장급 인사로 회동하기 직전이었다. 신 수석 토로는 민정 내부 교통정리와 법무부 검찰국과의 조율을 미처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박 장관이 윤 총장과 인사협의를 진행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위키리크스한국> 취재에 따르면 신 수석은 지난달 말 속내를 터놓고 지내는 지인에게 "검찰 인사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검찰청법에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고 돼 있는 만큼 통상 법무부는 장관 제청 전 민정과 협의한 인사안을 대검과 조율했는데 이같은 절차 진행이 순탄치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박 장관은 지난 1일 서울 모처에서 윤 총장을 만나 '이성윤 서울 유임, 실재철 남부 전보' 구상을 처음 전했다. 이성윤 검사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절 대학 선배인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행정관으로 일했고, 심재철 검사장은 조국 전 장관과 대학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2019년 가을 조 전 장관 수사를 기점으로 윤 총장과 멀어졌다. 

윤 총장은 첫 회동에서 "지도력을 잃은 이성윤 검사장만큼은 교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박 장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례적으로 장관은 참모직인 대검 부장검사(검사장급)와 전국 최대 검찰청 중앙지검장 수장 자리를 총장 몫으로 배려하는데 추미애 전임 법무장관은 이같은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 5일 두 번째 회동에서도 윤 총장은 같은 의견을 말했지만 박 장관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틀 후인 7일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검찰 고위간부 인사 발표를 강행했다. 윤 총장은 언론 발표 고작 몇 분 전 검찰국과 소통한 참모를 통해 인사안을 받았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절차 진행을 두고 법무부 검찰국 역시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청와대 민정 내부에서 신 수석 리더십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애초 지난해 12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 수석을 임명한 건 추 전 장관이 검찰과 대립각을 세운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사법연수원을 16기로 수료한 신 수석은 23기인 윤 총장보다 기수가 훨씬 앞선다. 대검 마약과장을 지낸 신 수석에게 민정을 맡긴 건 앞서 청와대가 검찰 개혁을 내세워 민정수석 자리에 조국-김조원-김종호 비(非)검찰 출신들을 앉힌 것에서 탈피한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신 수석은 수석 자리를 처음 고사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부탁하자 뒤늦게 수락했다. 정권 시작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2018년 8월 그만둔 이후로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마음이 강했던 신 수석은 주변 인물에게 "대통령께서 직접 요청하시니까 (청와대) 가서 도와드려야 하나" 얘기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번 주 내로 검찰 중간간부급인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인사를 내고 곧바로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 의견을 어느 정도는 반영해야 한다고 했던 신 수석과 달리 강경한 입장을 보인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지만 재신임을 받아 교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 비서관과 함께 '윤석열 패소' 검토보고서를 올린 김영식 법무비서관 사표는 수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공식적으로 법리검토는 법무비서관 소관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4일 추 전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배제하고 징계청구하기 전 김종호 당시 수석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이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해도 기각될 것'이라는 보고를 올렸다. 하지만 법원이 직무배제명령을 정지한 데 이어 '정직 2월' 징계도 취소하자 민정수석실 내부에선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결국 감사원 출신 김 전 수석이 물러나고 검찰 출신 신 수석이 들어오게 됐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