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 전화받고 靑 왔지만 힘 빠진 신현수 "검찰 인사, 고민 많다"
고위간부 인사 당시 총장 목소리 반영해야 한단 입장 검찰 강경파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사의표명에도 재신임
지난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본인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신현수(사진) 민정수석이 지난달 말 지인에게 "검찰 인사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피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는 박범계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사장급 인사로 회동하기 직전이었다. 신 수석 토로는 민정 내부 교통정리와 법무부 검찰국과의 조율을 미처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박 장관이 윤 총장과 인사협의를 진행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위키리크스한국> 취재에 따르면 신 수석은 지난달 말 속내를 터놓고 지내는 지인에게 "검찰 인사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검찰청법에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고 돼 있는 만큼 통상 법무부는 장관 제청 전 민정과 협의한 인사안을 대검과 조율했는데 이같은 절차 진행이 순탄치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박 장관은 지난 1일 서울 모처에서 윤 총장을 만나 '이성윤 서울 유임, 실재철 남부 전보' 구상을 처음 전했다. 이성윤 검사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시절 대학 선배인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행정관으로 일했고, 심재철 검사장은 조국 전 장관과 대학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2019년 가을 조 전 장관 수사를 기점으로 윤 총장과 멀어졌다.
윤 총장은 첫 회동에서 "지도력을 잃은 이성윤 검사장만큼은 교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박 장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례적으로 장관은 참모직인 대검 부장검사(검사장급)와 전국 최대 검찰청 중앙지검장 수장 자리를 총장 몫으로 배려하는데 추미애 전임 법무장관은 이같은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 5일 두 번째 회동에서도 윤 총장은 같은 의견을 말했지만 박 장관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틀 후인 7일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검찰 고위간부 인사 발표를 강행했다. 윤 총장은 언론 발표 고작 몇 분 전 검찰국과 소통한 참모를 통해 인사안을 받았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절차 진행을 두고 법무부 검찰국 역시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청와대 민정 내부에서 신 수석 리더십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애초 지난해 12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 수석을 임명한 건 추 전 장관이 검찰과 대립각을 세운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사법연수원을 16기로 수료한 신 수석은 23기인 윤 총장보다 기수가 훨씬 앞선다. 대검 마약과장을 지낸 신 수석에게 민정을 맡긴 건 앞서 청와대가 검찰 개혁을 내세워 민정수석 자리에 조국-김조원-김종호 비(非)검찰 출신들을 앉힌 것에서 탈피한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신 수석은 수석 자리를 처음 고사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부탁하자 뒤늦게 수락했다. 정권 시작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2018년 8월 그만둔 이후로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마음이 강했던 신 수석은 주변 인물에게 "대통령께서 직접 요청하시니까 (청와대) 가서 도와드려야 하나" 얘기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번 주 내로 검찰 중간간부급인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인사를 내고 곧바로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 의견을 어느 정도는 반영해야 한다고 했던 신 수석과 달리 강경한 입장을 보인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최근 사의를 표명했지만 재신임을 받아 교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 비서관과 함께 '윤석열 패소' 검토보고서를 올린 김영식 법무비서관 사표는 수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공식적으로 법리검토는 법무비서관 소관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4일 추 전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배제하고 징계청구하기 전 김종호 당시 수석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윤 총장이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해도 기각될 것'이라는 보고를 올렸다. 하지만 법원이 직무배제명령을 정지한 데 이어 '정직 2월' 징계도 취소하자 민정수석실 내부에선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결국 감사원 출신 김 전 수석이 물러나고 검찰 출신 신 수석이 들어오게 됐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