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필현의 시선] 전승호 사장 ‘나보타’ 살려야 같이 산다

2021-03-18     조필현 기자
[출처=대웅제약]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46·사진)의 연임이 유력해 보인다. 대웅제약은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전 사장의 재선임 안건을 의결할 방침이다. 재선임이 통과될 경우 전 사장은 대웅제약을 3년 더 진두지휘하게 된다. 그는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2000년 12월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18년 만에(2018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당시 나이는 43세로 파격 그 자체였다. 보수적 성향이 짙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최연소 CEO’라는 타이틀을 쥐었다. 전승호 사장 전문분야는 글로벌 전략이다. 실제로 그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모든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 맞춰져 있다. 글로벌전략팀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마케팅TF팀장과 글로벌 사업본부를 총괄 역임했다. 사실상 대웅제약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관련해 주요 전략을 설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웅제약이 젊은 그에게 ‘사장직’이라는 파격적인 타이틀을 준 것 역시 글로벌사업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목표 비전을 달성하라는 주요 임무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 주요 전략 중심에는 ‘나보타’가 있다.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생산한 보툴리눔 톡신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보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좀처럼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 경쟁사인 메디톡스가 계속해서 견제구를 던지면서 ‘옥신각신’을 넘어 사활을 건 ‘독한 전쟁’을 펼치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해 나보타를 연구·개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보타 미국 시장 진출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 간의 ‘독한 전쟁’ 1라운드가 최근 마무리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근 나보타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는 최종판결문을 발표하면서 전승호 사장의 ‘글로벌 진출기’ 위험 신호가 잡혔다. ITC는 최종판결문에서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고, 이에 따라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한다”라고 명령했다.

나보타는 판결 시점부터 곧바로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됐다. ITC 최종판결문 이후에도 두 회사는 ‘나보타’ 미국 시장 판매를 놓고 ‘멈춤과 재개’를 하면서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메디톡스가 ITC 판결문을 인용해 미국 시장에서 나보타 수입·판매 금지가 이뤄졌다고 발표하자, 곧바로 대웅제약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의 긴급 임시 임시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나보타 미국 판매 재개를 알리면서 응수했다.

대웅제약은 현재 ITC 판결문 발표에 불복,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ITC 소송 비용 영향으로 지난해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작년에 1조554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매출 감소와 관련해 전승호 사장은 “ITC 소송비용 지출과 알비스 판매금지 조치 등 일시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견고한 매출을 지켜낼 수 있었다. 지난해 매출 악영향을 줬던 악재들은 대부분 사라졌으며 올해는 코로나19 치료제를 비롯해 준비해 온 R&D 과제들에서 본격적으로 열매를 거두기 시작할 것”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대웅제약은 3년 전 역동적인 젊은 리더십으로 글로벌 시장을 접수하겠다는 전략으로 전승호 사장을 선택했다. 전 사장이 취임 이후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내외부 오픈콜라보레이션 R&D 등 모든 글로벌 사업을 총괄했다는 점에서 ‘나보타’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나보타’가 미국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나보타’가 살아야 전승호 사장도 산다. 앞으로 3년의 글로벌 사업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