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백스 AZ백신 도입시기 4월로 늦춰지고 물량도 축소

2021-03-30     유 진 기자
[출처=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을 보이면서 국내 백신 접종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 속에서 세계 각국이 치열한 백신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공급이 수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의 경우 자국내 물량 확보를 위해 '수출 중단' 카드까지 꺼내든 상태다.

다음 달부터 75세 이상 고령층을 시작으로 일반인 대상 접종을 본격화해 상반기까지 국민 1천200만명에 대한 접종을 마치려던 정부로서도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서는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11월 집단면역' 달성이 일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0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내달 중순이 지나서야 국내에 들어올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약 69만회분(34만5천명분)은 당초 31일 네덜란드 현지를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운송 개시 일정이 4월 셋째주로 밀렸다. 구체적인 날짜는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추진단은 "저소득 국가에 배분될 예정이었던 인도 세럼연구소 생산 아스트라제네카 물량의 공급 일정이 지연됨에 따른 것"이라면서 "세부 일정은 코백스 측과 협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현지 통관, 운송 등에 적어도 2∼3일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도착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일정 연기와 더불어 정부가 받게 될 물량도 43만2천회분(21만6천명 분)으로, 당초 알려진 것보다 25만8천회분이 줄었다. 약 12만9천명분의 일시적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이후의 공급 일정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코백스로부터 추가로 받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41만1천회분(70만5천명 분)은 내달 22일부터 운송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앞선 일정이 지연되면서 이 역시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5월 중에 공급하는 것으로 통지를 하고 있는데 그 부분도 조금 변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각 제약사와 개별 계약한 백신들 역시 구체적 도입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5∼6월 중에 700만회분(350만명 분)이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며 2분기 도입 예정인 화이자 백신(600만회분)은 일단 4, 5월에 각각 100만회분, 175만회분이 공급될 전망이다.

전체적으로 앞으로의 백신 공급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이 점점 더 격화되면서 이미 곳곳에서 '수출 금지' 카드가 거론되고 있고, 백신의 원료 수급 또한 원활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불리는 인도에서는 자국 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심상치 않자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현재 백신 수출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적어도 4월 말까지는 수출이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코로나19 백신 부족 문제에 직면하자 지난 1월 30일부터 제약사들이 역내에서 생산한 백신을 역외로 수출할 때 회원국의 승인을 받도록 한 상태다.

특히 노바백스의 경우 원료 물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EU와의 계약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분기 백신 도입 일정 계획은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양상이다.

노바백스, 모더나, 얀센 등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었던 백신 3종은 2분기 시작을 코앞에 둔 현재까지도 언제, 어느 정도의 물량이 먼저 들어올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로서는 범정부 역량을 동원해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나 뾰족한 묘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정 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불안정하고 부족한 상황인 게 맞다"면서도 "최대한 제약사와 협의하고 외교적인 역량 등을 발휘해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