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이건희 미술품 특별관 검토하라"…송현동·용산 후보지 부상

2021-04-30     임준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이건희(19422020)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000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전용관 마련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내부 회의에서 이 회장의 기증품의 내역을 보고 놀라움을 표한 뒤 “기증품을 받은 국립기관에 ‘이건희 특별관’을 설치해 고인의 뜻을 기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고인의 기증으로 동서양 걸작들을 감상할 수 있게 돼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정부는 이건희컬렉션 중 2만 1600여점을 기증받은 국립중앙박물관, 1400여점을 기증받은 국립현대미술관 내에 새로운 전시공간을 만들거나, 별도의 미술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건희컬렉션 기증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증품을 관리·운영할 별도의 공간을 만들고 ‘이건희미술관’으로 정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대답한 바 있다. 황 장관은 “현재 수장고도 부족하고 미술관 추가 건립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근현대로 카테고리화할지 기증자 이름으로 할지는 즉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술계에서도 ‘이건희미술관’ 건립과 관련한 목소리는 계속 불거져 나왔었다. 초일류 컬렉션을 한 데 모으는 것이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견에서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막대한 분량의 컬렉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고인의 유지를 살릴 수 있는 전용 전시관 설립이 관건”이라며 “서울 종로구 송현동 옛 미 대사관 직원숙소 터와 국립중앙박물관이 위치한 용산 등이 후보지로 오르내린다”고 말했다.

송현동 부지는 과거 삼성가에서 미술관을 지으려다 그만둔 곳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전신인 삼성미술관을 짓기 위해 매입했는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지자 포기한 바 있다. 장소가 가진 의미로 볼 때 다른 지역보다 상징성이 높다. 대한항공이 소유했던 이 땅은 최근 서울시가 매입하기로 확정한 상태다.

[위키리크스한국= 임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