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의 민낯 ②] 심지어 침대까지?…제주국제컨벤션센터 강 실장의 '은밀한' 공간

강 모 실장, 미사용 공간에 침대 배치하고 개인 취미공간 꾸며 외근 보고 후 외근지 안갔다가 들통… "철저한 감사 실시해야"

2021-05-31     박영근 기자
[강명천

김의근 대표이사가 이끄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이하 ICC)의 문제점들이 하나 둘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앞서 1편([ICC의 민낯 ①]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온갖 갑질·부정부패 중심에 '양실장' 있었다")에선 양 모 경영기획실장의 각종 부조리와 갑질 논란 등을 짚어봤다. 이번 편에선 강 모 마케팅팀 실장 역시 출퇴근을 임의 조정하거나, 사무실 내 자신만의 은밀한 휴식 공간을 꾸며놨다는 주장이 제기돼 해당 의혹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언론을 담당하고 있는 강 모 실장은 31일 양 실장의 각종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는 본지 측의 요청에 "기자가 알아서 해석하시고 판단하시라"면서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양 모 실장의 각종 논란에 함구하던 그 역시 출퇴근을 임의로 조작한 정황이 포착됐다. 양 모 실장은 사무실 출퇴근을 수기 조작했다면, 강 모 실장은 외근 보고 후 외근지에 가지 않는 방식으로 부적절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제보자 A씨는 "강 모 실장이 외근 나간다고 한 뒤 가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면서 "서울 출장시에도 서울 도착하면 직원에게 외근지 가라고 한 뒤 본인은 그냥 사라져버린다고 한다. 아마 자녀가 서울에 있어서 그렇다는 소문이 많다. 대표적으로 양 모 실장, 강 모 실장 등이 이 방식을 자주 쓴다"고 강조했다. 

실제 직원들끼리 나눈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A직원이 "오늘 강 실장 갔죠?"라고 물어보니, 현장 B직원은 "강 실장님 안왔다. 여기 왜 오시는것이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그러자 A직원은 "오늘 김의근 사장과 제주시에서 ㅇㅇㅇ 만나고 뷰로에서 퇴근한다고 했는데, 정말 안갔느냐"고 재차 되물었다. 이에 B직원은 "아니 왜 (강 실장은)우리를 이용해먹느냐. (양 실장 방식 따라하는 강 실장의) 활용 능력이 좋으시네"라며 불쾌해했다.

강 모 실장은 사무실 빈 호실에 침실·책상·화분·커피포트 등을 구비하며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을 꾸민 정황도 파악됐다. 제보자가 직접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한라홀 동시통역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띄였다. 책상에는 노트북, 스텐드, 온갖 인형들이 즐비했다. 책상 왼켠에는 쌍절곤과 건강 체크기, 액자 등이 있었으며 뒷편으론 침대와 배게, 이불들이 준비돼 있었다. 

과거 일부 단체장 및 고위공직자들은 집무실에 침실을 마련했다가 질타를 받았다. 이들은 그나마 자연재해 등 국가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 24시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침대와 샤워실을 구비했다는 명목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강 모 실장은 국가 재난도, 24시간 비상 근무자도 아닌 마케팅팀 담당자라는 점에서 질타가 예상된다.

ICC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주주인 한국관광공사 측은 "이런 경우가 사실 선례도 없었어서 당황스럽다"면서 "실장이 사적으로 사무실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말이 안된다. 아마 제주도청이나 ICC 측에 자체적 규율이 있을 것 같다. 확인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강 모 실장에게 이같은 논란에 대해 입장을 요청했으나, "기자님이 알아서 판단하시라"는 답변만 반복할 뿐 어떠한 해명도 받지 못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