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사' 배성범 "검찰 역량은 사회 자산" 사표에 박범계 "김오수 의견 듣겠다"

1일 취임 김오수 총장 이번주 박 장관과 회동 대검검사급 인사·조직개편안 논의할 듯

2021-06-01     윤여진 기자
지난해
1일

지검이나 지청 형사부 검사가 직접수사를 하려면 각각 총장과 장관 승인을 받으라는 법무부 조직개편안에 박범계 장관은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 의견을 듣겠다고 1일 밝혔다. 이날 취임한 김 총장이 이달 초 계획된 대검검사급(검사장) 인사 건, 조남관 대검 차장이 결재를 미룬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금·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조작 사건 수사 청와대 인사 기소 건, 대검이 반대를 표시한 조직개편 건에서 연이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박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나고 정부과천청사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 인사와 조직개편안에 대한 검찰총장 의견을 듣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대검찰청의 조직개편안 관련 의견은 보고를 받았다"며 "김오수 총장의 의견을 듣고 수사권 남용 억제 측면에서 대의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정 여지가 있다면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전날까지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조 차장이 조직개편안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놓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이는 박 장관이 김 총장으로부터 재차 검찰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1일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줄어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인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사건 수사를 원칙적으로 형사부는 할 수 없게끔 하는 '형사부 분장사무 정비' 안을 대검에 보냈다. 

박 장관은 조직 개편으로 수사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검찰 내부 우려를 두고는 "총장의 의견을 듣고 검토해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2019년 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사의를 표하는 글에서 "강력부, 조사부, 외사부 등 전문 수사 부서가 수십 년 간 힘들여 축적해온 전문 수사 역량은 검찰뿐 아니라 우리 사법시스템과 국가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전문 수사부서들을 일거에 폐지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전문 역량을 강화한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박 장관이 내놓은 개편안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고검 국감 때도 법무부가 특별수사부 축소 개편을 논의하자 "부패수사 역량이 전문성이라는 게 한순간에 길러지는 게 아니다"라며 "(현행 수준에서도 부패)수사를 근근이 하고 있다"는 소신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박 장관이 김 총장 의견을 듣겠다고 밝히면서 추미애 전임 장관이 보장하지 않았던 검찰총장 의견제시권이 어떻게 실현될지 주목된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정하면서도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단서를 뒀다. 추 전 장관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하면서 법무부 안을 대검에 보내지 않는 식으로 검찰청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해 논란을 자초했었다. 박 장관과 김 총장 회동 시기는 다음주에 인사가 예정된 만큼 늦어도 이번주 주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회동에서 불법출금 사건과 경제성평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청와대 인사인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 사법처리 수준이 논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날 불법출금 사건 수사지휘를 총괄했던 오인서 수원고검장은 조 차장이 이 비서관 기소를 승인하지 않는 가운데 김 총장 인사청문보고서가 국회를 통과한 직후 항의성 사표를 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