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워킹그룹 폐지·조건없는 만남 제안에도... 北 "잘못가진 기대"

2021-06-22     최종원 기자
김정은

미국 외교당국이 북한에 조건 없이 만나자고 제안하며 북한 측의 주요 비난 대상이 된 워킹그룹을 폐지한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미국을 향해 “잘못가진 기대”라며 사실상 부정적 반응을 표출했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21일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 복귀를 강하게 촉구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 "우리의 조율되고 실질적인 접근법은 북한과 외교에 열려있고 이를 모색해 나간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에서도"대화와 대결 모두를 언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발언을 주목하며, 우리 역시 어느 쪽이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평양으로부터 만남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대화 언급이 우리가 곧 긍정적 회신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이 최근 대화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내놓았는데, 여기에 그치지 말고 미국의 대화 제안에 응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가 양국 간 남북관계 관련 사항을 조율하며 여러 논란을 낳았던 협의 채널인 '워킹그룹'도 폐지 절차에 돌입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에서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앞으로 한미는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 이외에도 국장급 협의를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워킹그룹은 2018년 11월 비핵화와 남북 협력, 대북제재 문제 등을 수시로 조율하기 위한 협의체로 출범했다. 남북이 그해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바탕으로 각종 협력사업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해 자칫 불거질 수 있는 미국과 '엇박자'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미국이 워킹그룹에서 남북협력사업의 제재 면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때론 필요 이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국내 일각에선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미국 측은 북한에 대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으나, 북한은 '잘 접수했다'는 반응만 보일 뿐 구체적인 답신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여정 부부장은 미국의 대화 요구를 일축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입장을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는 보도를 들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어 "조선(북한)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아냥댔다.

그러면서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미 비난없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고조된 북미대화 재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특히 방한 중인 성 김 미 대북특별대표가 전날 김 위원장의 발언에 주목한다며 "조건 없이 만나자"고 촉구한 데 대해서도 사실상 부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